KBS 이사회가 4일 KBS 사장 후보자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할 예정이다. 김의철 전 사장 해임 이후 ‘졸속’ ‘낙하산’ 논란에도 공모 절차가 속도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오전 9시 ‘사장 후보자 면접심사 및 사장 임명제청’을 안건으로 임시이사회를 진행한다. 추석·개천절 연휴 전날인 27일 저녁 12명의 지원자 중 3명을 면접 대상자로 공고한 데 이어, 연휴 직후 최종 1인이 확정되는 수순이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3명은 최재훈 KBS 부산방송총국 기자, 박민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영풍 전 KBS 신사업기획부장 등이다. 예년대로라면 해당 후보들이 시민 평가단 상대로 공개적인 정책발표회를 하고 시민평가 점수(40%)와 이사회 면접심사 점수(60%)를 합쳐 최종 후보가 선정돼야 하지만, 이번엔 시민 평가 절차가 생략됐다. 이사회 과반(11명 중 6명)인 여권 이사들이 공모 진행의 시급성 등을 들어 시민 평가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4일 선정될 최종 후보는 5년 만에 시민 평가 없이 여권 이사들 의결로 임명제청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김의철 전 사장 해임에 반대하고, 이번 공모에서 시민 또는 시청자·사원 평가를 주장했던 야권 이사들은 다수결에 부딪혀 관련 표결에 불참해왔다. KBS 이사회가 과반 의결로 임명제청해 대통령이 받아들인 KBS 사장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된다. 김의철 전 사장이 본인 해임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결론은 20일 선고될 예정이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사진=KBS

KBS ‘공정성’이 문제라는 사장 지원자들

KBS 이사회가 면접심사 대상자로 선정한 세 명의 후보는 모두 KBS가 ‘공정성’ 면에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후보별 경영계획서에선 주로 현 여권이 KBS를 비판해온 지점과 유사한 방향성이 확인된다. 정부가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추진한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해선 소송으로 법적 정당성을 다투던 이전 경영진과 달리, 정부 당국과의 협의를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면접 대상자 중에선 일찍이 ‘낙하산 내정자’로 거론된 박민 후보가 두드러진다. 박 후보는 1992년 문화일보에 입사해 신문기자로 살아왔다. 최근 윤 대통령 추천으로 임명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처럼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고,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서울대 정치학과 동문이자 올해 5월부터 서울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관악언론인회 회장을 맡은 이력이 주목 받았다. 박 후보는 “검언유착 오보, 서울시장 선거 생태탕 보도, 윤지오 허위 제보 출연, 김만배 허위 인터뷰 보도 등 각종 가짜뉴스”로 KBS 보도 신뢰가 추락했다며, 취임 후 ‘대국민 사과와 새로운 KBS 다짐’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회견문을 홈페이지·사내게시판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기존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던 이영풍 후보의 경우 대대적인 ‘인적 청산’을 예고하고 나섰다. KBS 기자 출신인 이 후보는 2019~2020년 KBS공영노조 부위원장, 2021~2022년 KBS노동조합 정책공정방송실장을 지냈다. 이 후보는 사장 취임과 동시에 핵심 뉴스(재난방송 뉴스 포함)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하고 제작 중단 대상 일부 제작인력에 대해선 3개월 단위 무급휴직 실시를 검토한다고 했다. ‘KBS정상화추진단’을 신설해 양승동, 김의철 사장 시절 의혹을 ‘토털 리뷰’하고 편성규약, 단체협약상 주요 보직자 임명동의제 등 구성원 참여 제도를 폐지하는 한편 전체 임원 50% 이상은 퇴직자 중 후보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최재훈 후보의 경우 ‘편성규약’ 일부 조항이 “실무자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다면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후보는 1996년 KBS부산방송총국 기자로 입사해 2003~2004년 언론노조 KBS본부 편집국장, 2007년 이후 KBS노동조합 부위원장 및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편성규약 중 ‘책임자는 실무자 취재·제작내용이 자신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 ‘실무자는 제작 자율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 관련 결정에 대해 알 권리·시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등 조항이 모호하고 실무자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해 공정성을 해칠 소지가 있다면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최재훈, 박민, 이영풍 KBS 사장 후보 지원자들. 사진=KBS
▲왼쪽부터 최재훈, 박민, 이영풍 KBS 사장 후보 지원자들. 사진은 KBS가 공개한 후보자별 지원서에서 갈무리.

‘부적격’ ‘낙하산 반대’ 높아지는 내부 반발

KBS 내부에선 이사회가 ‘낙하산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배수 후보가 공개된 지난달 27일 언론노조 KBS본부는 “최종 3인의 후보 모두 KBS를 둘러싼 미증유의 위기를 타개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 인물인지 의심이 되는 인물”이라며 “(공모 절차는) 공영방송 축소, 파탄내려는 현 윤석열 정권의 목표를 수행할 적임자인 박민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후보 3인 모두 부적절하므로 재공모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민 후보를 ‘외부 낙하산’으로 칭하며 반대해온 KBS노동조합은 26일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KBS방송인연합회와 공동성명을 내고 “김의철 해임이 가시화되기도 전에, 다수 이사 체제가 확립되기 전부터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사람을 정말 이사회가 KBS 사장으로 뽑는지 확인할 순간”이라며 “박민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사회가 그를 사장으로 선임한다 해도, 우리는 그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이사회를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할 것”이라 예고했다.

최근 KBS 네 번째 노조로 출범한 KBS같이[가치]노동조합은 27일 사장 후보들에게 △수신료 등 재원 문제에 대한 해법과 2TV 재허가 및 대외방송 예산에 대한 의견 △인사 전략 △KBS가 추구해야 할 ‘공정함’ △지상파TV 시청률 하락 등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 지속 가능한 기업과 신뢰 받는 방송을 실현할 방안 등을 묻는 질의서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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