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TV 수신료 분리징수 절차에 돌입하면서 KBS가 “정부 부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활발한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법리적 문제 등에 대한 검토와 대응을 철저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14일 수신료 징수기관인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고지서에 수신료를 통합해 징수해온 근거를 없애기 위해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관한 사항’을 전체회의 안건에 올렸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는 문구의 뒷 부분을 ‘고지행위와 결합해 행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바꾸는 내용이다. 

이날 오후 KBS는 입장문을 내어 “다른 경쟁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2500원의 수신료로도 KBS라는 공영방송이 유지될 수 있었던 기반은 최상의 효율이 입증된 통합징수 방식 때문이다. 이를 분리징수로 변경하게 되면, 부당한 납부 회피와 저조한 납부율, 과다한 비용 소요, 징수 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게 되며, 결국 공영방송의 존립마저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진=KBS

이어 “시민사회와 학계, 정치권 등에서도 충분한 고민과 사회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온라인 여론 수렴 정도로 권고안이 도출된 것도 모자라 독립성이 강조되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대통령실의 권고 9일 만에 개정 작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KBS는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안건은 상임위원 5명 중 2명이 공석인 방통위에서 여권 위원 2명이 의결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면직하면서 공석이 된 위원장직은 김효재 위원(국민의힘 추천)이 대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방통위, 대통령 하청받아 이행하는 ‘방송장악위원회’”…여권 상임위원 고발 예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를 두고 “방통위 설립 이래 이런 기형적 구조 아래서 논란이 큰 안건을 속전속결로 의결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독립성 따위는 안중에 없이 대통령실의 주문을 하청받아 이행하는 ‘방송장악위원회’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오늘 방통위의 의결은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야욕이 드디어 법을 무기로 본격화되는 계기”라고 규정했다. 언론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는 15일 김효재, 이상인 방통위원을 직권남용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예정이다.

언론노조는 이어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수신료 징수절차에 관한 국회 결정권을 침해하는 월권 △수신료 징수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상위법인 방송법 및 헌재 판례와 충돌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령 의결은 방송법의 규정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고, 징수업무의 효율성을 극도로 저해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3권 분립의 원칙과 상위 법률들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방통위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의결을 스스로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2023년 6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2023년 6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아울러 언론노조는 “국회의장과 국회는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이 입법권 침해임을 명백히 하고 방통위의 위헌적, 위법적 직권남용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며 “방통위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국회 내 특별기구 등을 설치해 TV 수신료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모색할 공론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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