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과 헌법을 무시하고 막 하십시오. 저는 퇴장하겠습니다.”

김현 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상임위원이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던 중 퇴장했다.

방통위는 14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는 14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연합뉴스
▲방통위는 14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연합뉴스

현 방송법 시행령 ‘수신료의 납부통지’ 조항을 보면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해 이를 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는 통합징수 관련 ‘이를 행할 수 있다’ 부분을 ‘행해서는 아니된다’로 수정해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은 방통위 전체회의 논의를 거친 후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된다.

민주당 추천 김현 위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인수위 시절 방통위 업무보고에 이런 내용이 없었다. 5기 방통위 비전이 윤 정부 인수위와 비교해 다르지 않고 수신료 제도에 합리적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징수방식 논의는 없었다. 국정과제에도 수신료와 관련한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통령 추천 이상인 위원은 “정부가 교체되면 방통위 구성도 바뀌는 것이고 새로 구성된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거다. 국정과제에 없었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고 본다”며 “방송법이 규정한 수신료는 공영방송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해 공영방송이 이익단체에 종속되는 것을 막고 중립성을 확보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상인 위원은 이어 “KBS는 정부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한 법인으로 주인은 국민이다. 현재는 2500원인 수신료는 40년 전 결정되고 변동이 없다. 통합징수 제도는 94년에 도입됐다. 그동안 KBS는 수신료 인상을 여러 번 의결해 국회에 요청했으나, 그때마다 국회와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여야 구도가 바뀐 상황에서도 수신료 인상은 한결같이 좌절됐다. 그 이유는 방만한 경영 때문이다. 자구노력을 외면했다”며 “KBS는 이 사안을 무조건 비판하고 반대할 게 아니라 수신료 가치는 제대로 인식하는지 책임을 다했는지 왜 이런 불신이 초래된 건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 위원은 “수신료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방통위 합의성을 망각하고 2인 의견으로 추진하는 것이 심히 우려된다. 방통위원으로서 제대로 된 자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리징수할 경우 이후 어떻게 징수할지는 없다. 공영방송 재원 구조를 사회적 합의없이 흔든다면 국민에게 피해가 온다”고 말했다.

김효재 직무대행은 “김현 위원님 말씀을 좀 짧게 해달라”고 말했고, 김현 위원은 “직무대행은 왜 자꾸 회의를 방해하나. 듣기 싫다고 방해하나. 앞서 이상인 위원이 길게 이야기할 때는 저지하지 않았다. 공정하게 운영해달라”고 반발했다.

▲지난달 26일과 지난 11일 김효재 대행(왼쪽)과 김현 위원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지난달 26일과 지난 11일 김효재 대행(왼쪽)과 김현 위원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김효재 직무대행은 “듣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제가 아무말 없이 들었다. 그런데 자꾸 반복하시니까 그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현 위원은 “국민들에게는 처음 있는 회의다. 방통위 설치법 제정 이후 한 번도 없던 논의를 용산에서 제시하자 갑자기 가야 하는 게 맞느냐는 거다. 졸속 보고를 해서 2명 의결로 졸속 심의를 하느냐. 지금 위원회는 대통령이 추천한 분도 있고, 국회에서 추천한 분도 있다. KBS 재허가 당시 5인 체제에서 동의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다. 그런데 이렇게(분리징수) 운영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안건 처리를 유보해주시길 다시 한번 말씀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안건은 원안대로 접수됐다. 김현 위원은 안건이 원안대로 접수되자 부위원장 호선 안건을 다루기 전에 “법률과 헌법을 무시하고 막 하십시오. 저는 퇴장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한편 김효재 상임위원은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14일부터 8월23일까지다. 김효재 부위원장은 선출 직후 “방통위가 어려운 시기다. 국민이 법으로 위임한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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