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위원장 면직 후 직무대행 체제이자 5명 중 2명의 위원이 공석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례적인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 

한상혁 위원장 면직 이후 보름 동안 방통위는 △TV수신료 분리징수 안건 상정 △KBS이사 해임제청안 안건 상정 시도 △5년 만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검사 통보 △전례 없는 대변인 한국교원대 전보 및 감사원 출신 사무처장 임명 △감사조직 확대 개편 추진 등을 했다. 포털 규제 논의와 광고 및 방송 소유 규제완화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에서 TV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방송법 시행령 ‘수신료의 납부통지’ 조항의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해 이를 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행해서는 아니된다’로 수정해 입법예고하는 내용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은 방통위 전체회의 논의를 거친 후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된다.

▲ 김효재(71) 국민의힘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이 지난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김효재(71) 국민의힘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이 지난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그러나 대행 체제에서 사회적 파장이 큰 쟁점 안건을 일방적으로 논의하는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2017년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의 위원장 대행 때는 차기 위원회 구성 때까지 쟁점 안건을 처리하지 않았다. TV수신료 분리징수와 마찬가지로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 방식으로 논의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의 경우 2008년 검토 시작 이후 10년 만인 2018년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보고안건’으로 처리됐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 김석진 위원은 방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도 현 정부여당 추천 방통위원들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특히 방통위의 독립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8일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실 국민제안 심사위원회의 국민참여 토론 결과 및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관련 권고안을 통보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방통위는 독립적 논의를 하는 합의제 부처인데 대통령비서실이 ‘하달식’ 공문을 보내고 이에 즉각 응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수신료 문제는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수행 등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방통위의 독립성과 합의 정신을 망각하고 대통령실 권고사항이라는 이유로 상임위원에게 내용 보고 없이 간담회 논의와 위원회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은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원이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여당 추천 방통위원들은 TV조선 재승인 점수조작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윤아무개 KBS이사(전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장) 해임제청안 논의도 촉구하고 있다. 지난 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이상인 방통위 상임위원은 윤아무개 이사 해임제청안을 발의하려다 김현 위원이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했다. 이명박, 문재인 정부 정권 교체기 때 공영방송 이사를 해임해 이사회 구성을 바꾼 사례에 비춰보면 차기 공영방송 사장 선임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 지난 12일 오후 2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이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V수신료 통합징수 중단(분리징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지난 12일 오후 2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이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V수신료 통합징수 중단(분리징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사진=박서연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검사’도 이례적이다. 방통위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방통심의위 검사를 시작했다. 방통위는 최근 방통심의위에 회의 개최 내역 등 실적 보고서와 회계감사 보고서 등 검사 및 감독을 위한 자료 제출 요청서를 송부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조금 집행과 관련된 점검”이라고 했지만 위원장이 없는 방통위 체제에서 이뤄진 ‘검사’는 전례 없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내부에선 내년 7월까지 임기가 남은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을 겨냥한 조치로 보는 시선이 있다”고 했다. 

방통위는 방송사와 유관기관을 압박할 수 있는 조직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는 현재 감사팀을 감사담당관실로 승격해 외부감사를 가능하게 하고, 감사 조직도 2개 팀으로 늘리는 등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례 없는 감사원 출신의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 임명 직후 감사원 출신 과장급과 실무자들을 추가로 방통위에 발령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 체제가 전환되면 YTN 민영화, 포털 규제, 제목광고 도입 등 광고 규제완화, 방송사 소유제한 규제완화 등 논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언론노조는 12일 기자회견에서 김효재 직무대행을 향해 “김 대행은 알아야 한다. 직무대행은 직무대행일 뿐이다. 직무대행은 방통위 일상 업무만 차질 없이 처리하면 된다. 그 이상을 한다면 분명한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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