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으로 면직된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처분 집행 정지 여부를 다음주 결정할 계획이다. 한상혁 위원장측은 집행정지가 필요한 이유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강조한 반면 윤석열 대통령측은 손해가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정직 징계를 받았을 당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강조하며 집행정지인용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강동혁)는 12일 오후 2시30분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양측에 추가 서면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다음 주 금요일까지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 1일 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 한상혁 전 위원장 대리인은 ‘면직 처분이 정지되지 않을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및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5월30일 오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 5월30일 오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 전 위원장 대리인은 “신분과 임기가 보장된 신청인에 대한 위법한 처분을 통해 업무 배제시키는 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리게 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한다”며 “서울행정법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면직 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판단이 있었다. (당시 재판부 결정은) 짧은 기간이라도 임기가 유지되지 못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 대리인은 “본안 소송 판결이 날 때까지 상당 기간 소요된다”며 “면직 처분을 내리면 한상혁 변호사 자격도 정지가 된다. 이로 인한 손해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라고 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은 개인에게 발생할 손해는 2개월 정도의 금전적인 보수밖에 없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도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정직 2개월 징계에 반발해 직무배제 하루 만인 2020년 11월25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측이 주장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인정해 집행청지 신청을 인용했다. 임기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직무정지가 이뤄질 경우 금전적 보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고, 추후 승소해도 이미 임기가 끝난 시점이라 손해가 회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양측은 면직의 위법성을 두고 대립하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 대리인은 “방통위원장에 대한 면직은 탄핵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며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임기가 보장된 위원장의 지위가 박탈되면, 언론의 자유나 방통위의 독립성에 심각한 훼손이 우려된다”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 대리인은 “방통위원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사유로 면직될 수 있는데, 방통위원장 역시 방통위원”이라며 “탄핵소추 방법만으로 위원장 직무를 배제한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 대리인은 면직의 계기가 된 한상혁 위원장 기소 사유를 언급하며 “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러 의문점이 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다. 반면 윤 대통령 대리인은 기소가 아닌 점수조작 행위 자체가 면직 사유라며 무죄추정의 원칙과 무관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오는 23일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한 위원장은 복귀해 오는 7월31일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된다. 한 전 위원장이 복귀하면 현재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방통위가 추진 중인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 KBS이사 해임 제청 등이 한 달 가량 늦춰질 수 있다. 차기 방통위원장에 유력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의 지명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상혁 위원장을 5월30일 면직했다. 대통령실은 한상혁 전 위원장이 △위원들과 논의 없이 평소 TV조선 재승인 취소를 주장해온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 심사위원을 선임해 직권을 남용했고 △TV조선이 합격점수를 받은 사실을 보고 받고선 “미치겠네” 등 발언을 해 점수조작을 지시했고 △다른 방통위원들에게 점수조작 사실을 속여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등의 혐의를 들어 면직 결정했다. 이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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