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운영하고 있는 국민제안의 ‘국민참여토론’ 사이트에 KBS 수신료(TV수신료) 징수방식을 개선하겠다고 제안한 토론에 중복 추천과 중복 의견 게시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공정한 여론수렴과는 거리가 먼 방식의 국민의견수렴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동일인의 찬반의견 중복 게재와 여러 로그인을 통한 중복 투표(추천)가 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작 가능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사이트의 국민참여토론 이슈로 지난달 9일부터 ‘TV 수신료 징수방식(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수신료 통합 징수를 둘러싸고, 소비자 선택권 및 수신료 납부거부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지적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현 수신료 징수방식이 적절한지, 보다 합리적인 징수방식이 있는지, 의견을 들려달라고 썼다.

여기엔 참여자가 로그인을 하면 추천과 비추천,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했는데,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등 네가지 SNS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가 있고, 회원 로그인 또는 비회원 간편인증 로그인 등이 가능하다. 한 참여자가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계정을 각각 다 갖고 있다면 최소 4개의 추천을 할 수 있고, 별도의 구글 계정을 새로 만들면 무한정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이론상 가능하다. 또한 수신료 통합징수에 찬성 반대 댓글의 경우 한 계정으로도 무제한으로 글을 남길 수 있다. 1000자 댓글의견을 남긴 뒤 88초가 지난 뒤 다시 작성할 수 있다.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토론에 TV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 방안을 제안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국민제안 국민참여토론 갈무리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토론에 TV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 방안을 제안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국민제안 국민참여토론 갈무리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견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 국민참여토론을 두고 “저희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 여전히 조작이 가능했다”며 “하나의 계정으로 자유토론을 무한히 남길 수 있는 것은 물론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만들어 찬반의견을 남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사실상 올해 초에 진행된 도서정가제 관련 결과는 ‘왜곡된 여론’이 ‘국민의견’으로 둔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왜곡가능한 시스템 내에서 의견을 수렴해 찬반의견 집계, 토론 내용을 결과 보고서로 만들어 관련 부처에 권고안도 보냈는데, 대통령실은 국민참여토론이 여론 조작 창구로 전락한 상황을 모르고 있는 건지, 알고도 모른척한 것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장 의원은 현재 TV 수신료 관련 토론을 두고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국민의견 조작이 가능한 곳에서 의견 수렴을 했던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어 “공영방송 재원에 대한 정책적 고려 없이 객관성을 상실한 졸속적인 여론재판식 조사로 수신료 개편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윤석열 정권 내내 지속하고 있는 언론장악을 위한 수순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중복 의견과 중복 투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시인했으나 여론조작 가능성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토론에 TV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 방안을 제안했는데, 중복 의견이 가능하다. 사진=대통령실 국민제안 국민참여토론 갈무리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토론에 TV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 방안을 제안했는데, 중복 의견이 가능하다. 사진=대통령실 국민제안 국민참여토론 갈무리

정용욱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국민제안비서관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장경태 의원이 말한 부분 가운데 여러 댓글을 달 수 있는 것 등은 맞는 부분이 있겠지만, 조작이라는 말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어차피 토론이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니 한 사람이 여러 개 글을 쓸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정 비서관은 중복 투표라는 지적에 “여러 개, SNS 로그인이 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어뷰징과 동일한 것처럼 취급하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비서관은 “얼마나 수작업이 많이 들어갈지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토론결과를 좌지우지할 만큼은 전혀 아니다. 매크로처럼 수십만 수백만 개를 만들어낼 정도는 아니다. 한 사람이 구글계정을 계속 만들어서 할 실익이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정 비서관은 대부분 언론사나 다른 사이트들도 간편인증방식을 하고, 참여하고 싶은 다양한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여론을 정책적으로 판단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토론은 여론조사가 아니다”라며 “화두를 던지고 참여할 분은 들어와 의견을 주라는 토론공간이다. 결과를 국민투표하듯이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본관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 국민참여토론이 어뷰징을 통한 여론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본관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 국민참여토론이 어뷰징을 통한 여론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미 특정인이 무한정 의견을 달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일인이 여러 개의 로그인을 통해 중복 추천을 한 것 자체가 공정성을 훼손하고 여론을 특정방향으로 쏠리게 해 왜곡된 여론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정 비서관은 “그렇게까지 공정성을 의심한다면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물론 기술적으로 회원가입 방식으로 실명인증 로그인을 해서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폐쇄적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할 생각은 없다. 타당하지도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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