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대통령실을 비판하며 항의방문에 나섰다. 민주당은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복무 등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하고, '친윤방송'을 하라며 노골적으로 공영방송을 흔들고 있는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고민정 언론자유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윤영덕, 윤영찬, 이원택, 임오경, 정필모, 한준호, 허종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고민정 위원장은 “‘언론탄압’ ‘언론장악’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지경까지 왔다. 도대체 ‘땡윤뉴스’를 만들어서 무엇을 누리고자 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지만 지지율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 설령 지지율이 1%로 가더라도 꿈쩍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렇게 국민의 목소리와 지지율, 여론조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했던 대통령이 왜 이 문제는 알 수 없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추진하고 있나. 뿐만 아니라 현재 방송법을 개정해야 할 사안임에도 또다시 시행령 통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6월7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6월7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필모 의원은 “얼마 전 한 여당 의원이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하나도 방송을 못 먹고 있다’고 했다. 공영방송을 자기들 마음대로 못 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최근 면직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으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거론되는 것을 두고는 “(이 특보는) 과거 이명박 정권 초기에 KBS, MBC 등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런 분이 다시 방통위에 와서 방송을 장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아직 임명이 되진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방통위원장에 임명하겠다는 뜻을 접기 바란다”며 “윤석열 정부도 적당한 비판과 견제가 있어야 나머지 4년을 제대로 일하고 평가받을 수 있다. 언론을 장악한 정부 치고 지금까지 불행한 역사를 남기지 않은 정부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의 재원구조에 대한 어떠한 정책적 대안도 없이 부실한 여론조사 만을 근거로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면, 대한민국 최고심급인 대법원의 판단도 무력화하고, 입법기관인 국회의 입법권도 침해하는 것”이라며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수신료를 무기로 보도통제를 하겠다는 것이 본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은 국회에 계류중인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법안에는 ‘거부권’ 운운하면서, ‘불편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데만 혈안이다. TBS 지원조례 폐지, YTN 민영화 추진, MBC 압수수색,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등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앞으로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대통령실 정무수석실의 전희경 정무1비서관이 기자회견 장소를 찾아 항의서한을 대신 받아갔다. 

▲6월7일 고민정 언론자유특별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전희경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정무1비서관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6월7일 고민정 언론자유특별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전희경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정무1비서관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전희경 비서관을 만난 고민정 위원장은 “시민사회수석께서 여론조사를 근거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하셨는데 대통령께서 방침을 내리신 건가”라며 “야당의 꽤 많은 의원들이 왔는데 (항의서한을) 길거리에서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법 개정 사항이라고 판단하는데 그에 대한 논의를 하자는 이야기도 없는 상황에서 이것만  받아가겠다고 하니, 협치하자는 대통령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윤영찬 의원도 “(대통령실이) 매우 폭력적인 방식으로 언론 장악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고 걱정되고 우려스럽다”며 “이런 부분이 결국 우리가 일궈온 민주주의 후퇴로 연결 될 텐데, 얼마나 중대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통령실이 직시하고 언론자유가 더 이상 훼손되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분명한 경고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에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방침을 내렸는지) 말씀드릴 수는 없고 (시민사회수석이) 브리핑을 한 이후에 권고 사항이 각 부처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의 문제는 부처에서 판단해 후속 절차들을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멀리 와주셨는데 국민제안에 의견을 주신 여러 국민 목소리도 민주당에서 잘 살펴주시고, 오늘 주신 의견은 대통령실 내부에도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공영방송(KBS・EBS) TV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고,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국민제안 홈페이지(국민참여토론)에 수신료 징수방식 관련 게시글을 올려 3월9일부터 한 달간 추천・비추천, 댓글을 받은 결과 추천 97%, TV수신료 폐지 의견 59%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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