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대통령비서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임명을 강행할 경우 현직 대통령실 인사 임명에 따른 방통위 설치법 취지 위반 및 방통위 독립성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 그는 직간접적으로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 시절 출입기자 수를 줄이려 하는 등 언론을 압박해 논란이 된 바 있고, 네티즌을 상대로 줄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상혁 위원장을 ‘면직’ 처리하면서 이동관 내정설이 수면 위로 올랐다. 당초 방통위원장 후보로 김후곤(로백스 대표변호사), 김홍일(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등이 거론됐으나 한 위원장 면직 직후인 지난달 31일 대통령실은 이동관 특보를 단수 후보로 검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3월6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마친 후 따라붙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3월6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마친 후 따라붙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12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전 수석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12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전 수석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특보 내정설이 불거지자 여러 비판이 잇따랐다. 특히 현 정부 대통령실 인사가 방송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방통위원장이 되는 데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방통위 역사상 대통령실 인사가 위원장으로 직행한 전례는 없다. 최시중 초대 방통위원장이 인수위 출신으로 임명돼 논란이 됐는데, 현직 대통령실 인사의 임명은 더 큰 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최근 3년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방통위원 결격사유로 둔 방통위 설치법 취지에도 반한다.

지난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은 “우리는 공영방송 장악의 기술자이자, 현직 대통령 특보인 이동관이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는 미증유의 사태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나갈 것”이라며 “언론개혁과 미디어 공공성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게 명백한 인사를 임명해 방통위를 ‘방송장악위원회’로 만드느니 차라리 방통위를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이동관 특보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 공보단장을 했고,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을 역임했다. 2008년 2월부터 이듬해 2009년 8월까지 이명박 청와대 대통령실 대변인을,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초까지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2년5개월간 청와대에서 요직을 맡았다.

이동관 특보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시절 △출입기자 수를 줄이는 시도를 하고 △기자가 특정 질문을 못 하게 막고 △네티즌과 언론을 상대로 줄소송에 나서고 △청와대 관계자 익명 표기를 요구하는 등 언론에 친화적이지 않은 행보로 입길에 올랐다.

그가 청와대 생활을 마친 직후인 2010년 7월16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조선일보도 언론을 향한 압박 문제를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기자 경험을 통해 아는 언론의 메커니즘을 이용해서 거꾸로 기자들이 제대로 일하지 못하게 했다는 비판도 있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특정 질문을 못 하게 한다든지, 어떤 문제는 나중에 알려줄 테니 미리 취재하지 말라는 식으로”라고 지적했다. 또한 “청와대 있을 때 고소를 많이 해서 ‘고달(고소의 달인)’이란 별명까지 생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0년 7월19일자 조선일보 '2년 7개월만에 청와대 떠나는 이동관 前홍보수석' 제목의 기사.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2010년 7월19일자 조선일보 '2년 7개월만에 청와대 떠나는 이동관 前홍보수석' 제목의 기사.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당시 이동관 특보는 언론을 향한 압박 문제에 “모든 기자가 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줄소송과 관련해선 “물러나면서 다 취하했다. 그러니까 이번엔 ‘쇼달’이라고 하더라. 그간의 고소는 다 쇼였으니 ‘쇼의 달인’이라는 거다. 가만히 있으면 진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까봐 그랬던 거다. 물론 약간의 분노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요직에 있으며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임명 등 언론장악이 이뤄지도록 직간접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공영방송 사장 해임 및 낙하산 사장 선임, 종편 출범, 언론인 해직사태 등이 이어졌다.

2009년 12월24일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 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을 보면 그가 언론장악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해당 문건은 MBC 등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서 좌파 프로그램, 좌편향 직원, 출연자를 분류하고 이들을 퇴출하는 방안을 담은 내용으로 자료 요청자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돼 있다. 당시 홍보수석은 이동관 특보다. 2008년 12월12일 이동관 대변인 시절 청와대 대변인실은 ‘MBC 뉴스데스크 보도 분석’ 문건을 만들기도 했다. ‘문제적 보도’ 20편을 분류한 문건으로 정부 비판성 앵커의 클로징멘트, 경제정책 비판, 4대강 문제 지적 등을 문제 보도로 규정했다.

지난 1일 전국언론노조는 “15년 전 이명박 정권의 대통령실 대변인, 홍보수석, 언론특보로 변신해가며 KBS, MBC, YTN의 이사들과 사장을 끌어내려 방송 독립성과 언론자유를 짓밟았던 장본인”이라며 “보수 족벌언론 종편 허가로 방송시장을 황폐화했고, 미디어법 날치기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배후 설계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호찬)도 “이동관이 누구인가. 이명박 정권 당시 ‘방통대군’으로 불리던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공영방송 탄압에 앞장섰던 인물 아니던가”라며 “자신의 ‘언론 장악’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내부 문건은 그의 주장과 전혀 다른 진실을 보여줬다”고 했다.

야당도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동관 내정설을 언급하며 “노동자를 상대로 마구잡이 폭력을 휘두르더니 이제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공영방송 장악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지난 4일 논평을 내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한상혁 위원장을 무리하게 면직까지 시켜가면서 하고자 한 일이 결국 ‘MB 아바타’의 언론 황폐화 시도임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향후 이동관 특보가 내정되면 야당은 반발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야당에선 ‘방통위 독립성 침해 논란’ ‘언론장악 논란’ 등과 더불어 이동관 특보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를 공론화할 전망이다. 지난 5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장은 “이동관의 아들 학폭 문제는 정순신 아들 학폭 때보다 더 극악하다”고 주장했다. 여당에선 학교폭력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난 사안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 5일 미디어오늘은 이동관 특보에게 문자로 ‘6기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게 맞느냐’ ‘현 대통령실 특보가 방통위원장으로 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는지 아느냐’ 등을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한상혁 전 5기 방통위원장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면직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행정법원에 접수했다. 오는 12일 첫 심문이 열린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이 제기되며 지난해 9월부터 방통위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 검찰은 지난해 9월23일부터 방통위를 대상으로 총 4차례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1월과 2월 사이 양아무개 국장과 차아무개 과장, 윤아무개 심사위원장이 구속 기소됐고, 결국 한상혁 위원장까지 지난달 2일에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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