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 분리징수가 적용된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고지된 금액보다 덜 걷힌 KBS 수신료가 8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에 제출한 수신료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10월 수신료 수입액은 고지액(585억9000만 원)보다 26억6000만 원가량 적은 559억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10월분 수입액에 9월 정산 당시 반영되지 않은 누락분(5억4000만 원)이 포함된 것을 제외하면 최대 32억 원이 덜 걷힌 셈이다.

KBS 수신료 수입은 지난 7월 기존처럼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통합할 수 없도록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된 뒤부터 감소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100%대에 가까웠던 수신료 수납률은 8월 90%대(96%)로 떨어졌고, 평균적으로 고지액과 큰 차이가 없던 수입액이 23억6000만 원 덜 걷혔다.

▲2023년 5월~10월 KBS 월별 수신료 징수 및 납부금액, 납부율 현황. 자료=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KBS
▲2023년 5월~10월 KBS 월별 수신료 징수 및 납부금액, 납부율 현황. 자료=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KBS

이후 고지액보다 덜 걷힌 수입액은 8월 -23억6000만 원, 9월 -33억3000만 원, 10월 -26억 6000만 원 규모로 나타났다. 3개월간 총 83억 원가량의 수신료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 기간 수신료 수납률은 평균 95.2%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박민 KBS 사장 취임 이후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 하차와 폐지 등에 대한 반발이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 형태로 번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기존 수신료 관련 여론이 분리징수를 강행한 대통령실 이하 여권에 대한 비판과 옹호 등으로 양분됐다면, 여권에 비판적이었던 이들도 KBS에 등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KBS 2TV ‘더 라이브’ 폐지를 반대하는 시청자들이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수신료 안 내는 방법” “수신료 거부 들어간다” “앞으로 수신료 인상 같은 소리 하지 마라” 등의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국회에선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20일 “들불처럼 일어난 수신료 보이콧, 국민은 ‘대통령 브이로그’를 돈 주고 볼 이유가 없다”는 제목의 브리핑을 했다가, ‘수신료 보이콧’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박민 사장 취임 후 폐지 결정된 KBS 2TV '더 라이브'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
▲박민 사장 취임 후 폐지 결정된 KBS 2TV '더 라이브'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

소위 ‘정권 낙하산’이라는 비판 속에 취임한 박민 사장도 수신료 문제에 뚜렷한 타개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재정 위기를 언급하면서 명예퇴직·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던 박 사장은, 전임 경영진이 분리징수 시행령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한국전력공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유지할지 취하할지 언급이 적절하지 않다”고 취하 여지를 남겨뒀다.

KBS는 이달 이후 수신료 수입 전망 및 대응 방안에 대한 질의에 20일 “월별 수신료 수입자료는 익월에 집계되므로 2023년 11월 수신료 수입자료는 2023년 12월에 추출 가능하다”며 질문과 맞지 않는 답을 내놨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수신료 분리징수에 따른 공영방송 황폐화는 전적으로 윤석열 정권의 책임”이라며 “박민 사장은 점령군처럼 KBS 장악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재원 대책부터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공영방송 재원으로 사용되는 TV 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TV수상기를 소지한 가구에 월 2500원씩 부과된 금액을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에 통합해 고지 및 징수해왔다. 지난 7월 공포된 분리징수 시행령(방송법 시행령)은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걷지 못하도록 통합 고지·징수를 막은 것이기에 수신료 납부 의무자가 이를 내지 않으면 3% 가산금이 부과되고, 방송통신위원회 승인 시 국세 체납에 준하는 강제집행 대상이 될 수 있다. 앞서 10월까지 수신료 분리징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던 한전은 준비기간을 11월까지로 유예한 상태다. 현행 기준 월 2500원의 수신료는 위탁징수기관인 한전에 6%, EBS에 3%, KBS에 91%가량이 배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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