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설문을 근거로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해 위헌 논란을 야기한 대통령실이 이번엔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나선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26일 브리핑에서 지난 6월13일부터 7월3일까지 국민참여토론 게시판에 올린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 글에 “총 투표수 18만2704표 중 71%(12만9416표)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게시글 하단의 ‘추천’ ‘비추천’을  ‘찬반 투표’로 간주했다.

댓글 13만여 건에 대해선 “대다수인 10만8000여 건(82%)은 과도한 집회‧시위로 겪는 피해를 호소하시며 국민 일상을 보호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며 “1만5000여 건(12%)은 ‘집회‧결사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어 현행 유지 또는 집회‧시위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국민참여토론 게시판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국민참여토론 게시판
▲국민참여토론 게시판 댓글 일부
▲국민참여토론 게시판 댓글 일부

강 수석은 이를 근거로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국무조정실(공공질서 확립TF)과 경찰청에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계 법령 개정과 후속조치를 권고한 사안은 △시민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이용방해 및 주요도로 점거 △국민의 건강‧휴식‧학습을 저해하고 심할 경우 질병까지 야기할 수 있는 확성기 등으로 인한 소음 △공공질서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큰 심야‧새벽 집회△국민의 건강‧휴식과 학생들의 학습권‧안전을 저해하는 주거지역‧학교 인근 집회 등에 따른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 개정과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위한 이행방안 등이다.

강 수석은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단속‧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가장 많은 점을 감안, 법령 개정 및 이행방안 마련 과정에서 벌칙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단속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국민참여토론 과정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기본권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여 집회가 금지되는 시간과 장소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를 거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국민제안심사위가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평온, 건강권 등 일반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의 보장과 공공 질서를 보다 충실히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밝혔듯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일반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과 분리한 셈이다. 헌법상 기본권 및 법률로 규정하는 사안을 시행령 개정으로 축소하려 할 경우 위헌 논란을 비롯한 사회적 혼란이 불거질 우려도 있다. 

▲대통령실. ⓒ연합뉴스
▲대통령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위원 명단·회의록도 공개하지 않는 국민제안심사위원회를 통해 특정 주제를 선정하고, 이에 대한 온라인 익명 게시판으로 여론을 모으는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비서실’ 명의로 올리는 안건 설명이 자의적으로 일부 사실관계를 취사선택한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강 수석은 “중복투표, 조직적 독려 등이 있다는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에 대해 보완설명 드리겠다. 국민참여토론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소통과 토론의 공간”이라며 “국민참여토론에 참여하기 위한 본인인증 방식으로는 회원, 비회원 실명인증 뿐만 아니라 최근 널리 이용되는 SNS 간편인증도 접근성‧편의성 등을 고려해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인증을 거치고 있는 만큼,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만한 대규모 어뷰징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이어서 강 수석은 “또한 누구나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특정한 결론을 염두에 두고 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특정 세력만이 토론 과정에 참여한다고 언급하는 것은 순수하게 참여해주신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평가절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후로도 ‘자동차세 등 각종 행정 상 자동차 배기량 기준 개선’을 주제로 제4차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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