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실이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면서 ‘취재 통제가 아닌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라 주장했지만, 실상은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에 의해 전용기를 타지 못한 MBC, 이에 항의하며 전용기 탑승을 자발적으로 거부한 한겨레·경향신문 기자들은 전용기를 타지 못하면서 생겼던 어려움을 기사로 알렸다.

한겨레는 16일 기사에서 “대통령실은 전용기 탑승 배제는 ‘취재 편의를 일부분 제공하지 않는 것이지, 취재 제한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현장 취재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16일 ‘한겨레 ‘민항기’ 취재기…대통령 4박6일 일정, 기자는 6박8일’(지면: 민항기로 대통령 동선 못 따라잡아 공식연설·브리핑 속절없이 놓치기도) 제목의 기사다.

▲11월17일 한겨레, 경향신문 신문 기사들. 온라인 기사는 16일자로 발행.
▲11월17일 한겨레, 경향신문 신문 기사들. 온라인 기사는 16일자로 발행.

한겨레 기자는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밤 프놈펜 일정을 마치고 전용기를 타고 다음 방문지인 인도네시아 발리로 4시간 만에 날아갔다. 그러나 저는 그날 저녁 비행기가 없어 이튿날인 14일 아침 호텔을 나섰다”고 했다. 전용기를 타지 못해 대통령 순방 일정과 주요 행사를 담은 취재용 안내수첩도 뒤늦게 받았다고 한다. 15일 윤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 환영만찬을 마친 뒤 밤 10시30분 전용기로 이륙했지만, 서울행 비행기를 타지 못한 한겨레 기자는 17일 새벽 민항기를 타야 했다.

이어 “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배제라는 초유의 결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대통령실 쪽은 여전히 ‘정해진 방침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순방의 다수 일정 공개를 전속에게만 맡기는 등 윤 대통령의 편협한 언론관에 비춰보면 ‘문화방송’(MBC)이 아닌 다른 언론사까지 배제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엔 취재제한 공간이 전용기였지만 어떤 공간까지 확대될지도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전용기보다 18시간42분 늦게 도착…이래도 ‘취재 제한’ 아니다?’ 기사로 현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전했다. 윤 대통령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한 14일, 경향신문 기자는 윤 대통령의 일정을 정상적으로 취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보다 18시간42분 늦게 발리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경향신문 기자는 “윤 대통령이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했다는 것도, 최 수석이 질의응답을 제외하고도 원고지 42장 분량의 브리핑을 했다는 것도 발리에 착륙하고 나서 알았다”고 했다.

▲11월15일 인도네시아 발리 일정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김건희 여사(왼쪽)와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11월15일 인도네시아 발리 일정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김건희 여사(왼쪽)와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경향신문은 “대통령 전용기 자체가 취재의 공간이라는 지적도 이미 여러 차례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서도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행(?)인지,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도 기내 간담회를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실은 전용기를 띄우는 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래서 다시 묻고 싶다. 대통령 사비도 아닌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전용기인데, 이런 형태로 특정 언론사 탑승을 거부해도 되는 것일까. 전용기 이용료를 포함한 순방 취재 비용 일체를 언론사 각자가 부담한다는 사실은 이제 다시 말하기도 구차스럽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 내내 언론과의 관계에서 말썽이 일었다. 출국 전부터 전용기 탑승 문제로 시비가 일었고, 현지에서는 전속 취재로 사실상 일관한 윤 대통령 부부 일정이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이 전용기 내에서 특정사 기자 2명을 불러 ‘편한 대화’(대통령실 관계자)를 나눈 것도 문제가 됐다. 언론 ‘차별’ 논란으로 시작한 대통령 순방이 언론 ‘특혜’ 논란으로 마무리됐다”며 “대통령 표현대로 ‘국익’이 걸린 중대한 순방 일정인데,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아닌 언론과의 관계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것은 기자들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MBC도 이날 저녁 ‘뉴스데스크’(순방에서 불거진 대통령의 언론 인식 논란..설명도 부족)에서 14일 취재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국익과 세일즈 외교를 내세운 대통령의 중요한 일정들을 취재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니라 취재 제한을 당한 것”이라고 했다.

▲11월16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11월16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이 밖에 윤 대통령의 순방기간 언론의 취재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MBC 기자는 “전용기 안에서 종종 하던 대통령이나 참모들의 기자 간담회가 이번엔 한 번도 없었다”며 “미국은 에어포스원 안에서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브리핑을 여러 차례 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14일밤 발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일본도 한일회담 직후 기시다 총리가 직접 13분동안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설명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는 게다가 전용기 안에서 윤 대통령이 친한 기자 두 명만 따로 불러 만난 게 알려지면서, 언론을 대하는 대통령의 인식을 두고 또 논란이 됐다”며 “이번 순방에서 불거진 대통령실의 언론 인식은,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배제에 대한 국내외 비판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이 10일 MBC 배제 조치에 대한 유감을 표하며 철회를 촉구한 가운데, 언론 현업인 단체들과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이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놨다. 한국에 주재하는 외신 매체들이 참여하는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146개국 187개 매체의 언론인 60만 명이 가입한 국제기자연맹(IFJ) 등도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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