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월13일 ​G20 정상회의 참석 차 프놈펜 공항을 출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월13일 ​G20 정상회의 참석 차 프놈펜 공항을 출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4박 6일간 동남아 순방을 끝내고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 미국·일본·중국 정상들과 회담했으며, 한미일 3국 회담에선 북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협력 방안도 모색했다. 하지만 이번 순방에서 외교적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MBC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채널A·CBS 기자 전용기 면담 논란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국일보는 “유례없는 취재 제한으로 성과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많다”며 윤 대통령이 편협한 언론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17일 사설 ‘유례없는 언론기피, 퇴색한 동남아 순방’에서 정상회담 현장에 기자들이 들어가지 못했고, 사후 브리핑 시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순방에는 83명의 취재진이 동행했지만 한미·한일·한중 정상회담 현장에 1명의 기자도 들어가지 못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며 “‘풀(대표) 기자 취재’ 형식으로 회담 앞부분이 공개되는 전례가 생략됐고, 전속취재란 이름으로 대통령실이 편집한 발언과 영상, 사진 및 서면 보도자료만 제공됐다. 가장 중요한 일정이 사실상 비공개로 끝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일본 기자들과 13분간 질의응답을 한 것과 비교된다.

▲17일자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17일자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는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 사건에 대해 “전용기가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적 공간임을 망각한 행위”라며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행보와 사후 통보 방식도 지난 9월 캐나다 순방에 이어 재연됐다. 공적 취재 거부가 불가피할 만큼 자신이 없다면 대통령 부인이 동행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밝혔다.

한겨레·경향신문은 민항기를 이용해 동남아 순방을 취재한 후기를 전했다. 대통령실이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를 결정하자 한겨레·경향신문은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전용기 탑승 불허가 취재 제한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한겨레·경향신문은 “취재 제한”이라고 단언했다. 한겨레는 5면 ‘민항기로 대통령 동선 못 따라잡아 공식연설·브리핑 속절없이 놓치기도’에서 “전용기로 이동하는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잡기란 불가능했다”며 “발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발리에서 주요 20개국 B20 서밋 기조연설에서 발언하고 있었다. 그날 낮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통령실의 브리핑들을 모두 놓쳤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5면,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 5면,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초유의 결정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다”며 “대통령실의 ‘배제’가 다른 언론사들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엔 취재 제한 공간이 전용기였지만 어떤 공간까지 확대될지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용기 탑승 거부한 한겨레·경향신문…“취재 제한”

경향신문은 4면 ‘전용기보다 18시간 42분 늦게 도착, 이래도 ’취재 제한‘이 아니라고요?’ 보도를 통해 “대통령실은 전용기를 띄우는데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전용기인데, 이런 행태로 특정 언론사 탑승을 거부해도 되는 것일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용기 이용료와 순방 취재 비용 일체를 언론사가 부담한다는 사실은 다시 말하기도 구차스럽다”며 “윤 대통령이 전용기 내에서 특정사 기자 2명을 불러 ‘편한 대화’를 나눈 것도 문제가 됐다. 언론 ‘차별’ 논란으로 시작한 대통령 순방이 ‘특혜’ 논란으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28면 칼럼 갈무리.
▲중앙일보 28면 칼럼 갈무리.

허진 중앙일보 정치팀 기자는 28면 칼럼 ‘양날의 칼, 윤 대통령 리더십’에서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와 채널A·CBS 기자 면담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적 리더십’과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순방 취재차 동행한 언론과는 잇단 불협화음을 내면서 ‘옥에 티’를 남겼다”(이데일리), “대통령실은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로 순방 전부터 논란을 자초했고 이 때문에 제기된 ‘취재 제한’ 논란이 순방 기간 내내 번져나갔다”(서울경제) 등 평가가 나왔다.

홍수영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은 34면 칼럼 ‘전용기 탑승 ‘불허’ 사태 내심보다 앞서야 할 대통령 책무’에서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는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으면서도 MBC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홍 차장은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민간인이 동행한 사실을 7월5일 MBC와 동시에 단독 보도했다”며 “그런데 MBC 기자들은 한국기자협회에 이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 출품 신청을 하면서 황당한 주장을 폈다. 자사 보도를 ‘장기간 직접 취재하고 제보자들을 설득해 완성한 기사’라고 한 반면, 동아일보 보도를 ‘급하게 전해 듣고 쓴 기사’라고 했다”고 밝혔다.

홍수영 차장은 “MBC는 기자상 출품 자격을 얻기 위해 왜곡된 주장을 폈다”며 “근거도 없었고, 본보에 어떠한 확인 절차도 없었다. 자사 보도만이 정의에 부합한다는 오만마저 엿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차장은 “MBC 관련 보도를 할 때 이러한 내심의 평가가 작동해서는 안 된다. 또한 MBC 기자들이 취재 환경에서 부당한 이유로 어떠한 제약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내게는 절대 전제”라고 했다. 홍 차장 설명에 따르면 기자협회는 MBC 공적 신청서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했으며, MBC는 7월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17일자 주요일간지 1면 갈무리.
▲17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갈무리.

민주당 수사 속도 높인 검찰…언론, 수사 확대 가능성 점쳐

주요 종합일간지는 17일 1면에서 검찰이 민주당 수사에 대한 속도를 높인 것을 주목했다. 검찰은 16일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정진상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같은 혐의를 받는 노웅래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아래는 17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검, 정진상 소환 하루 만에 구속영장 청구구…이재명까지 갈지 ‘분수령’

동아일보: 檢, 이재명측근 정진상 ‘대장동 특혜’ 구속영장

서울신문: 노웅래·정진상 타깃 검찰, 투트랙 野수사

세계일보: 檢, ‘李 최측근’ 정진상 영장…윗선 수사 분수령

조선일보: 검찰 노웅래 사무실 압수수색…6000만원 수뢰 혐의

중앙일보: 정진상 구속영장…이재명 수사 속도낸다

한겨레: 조사 12시간만에…정진상 구속영장

한국일보: 노웅래 사무실 압수수색…6000만원 뇌물 혐의

한겨레는 9면 ‘정진상 “유동규와 대질을” 요구…검찰은 거부’ 보도에서 “검찰로서는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부원장에 이어 정 실장까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내줄 경우 이 대표를 향한 수사에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며 “반면 정 실장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를 향해 가파르게 올라가던 검찰 수사는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10면 ‘“민주당 지도부 경선 앞두고 사업가 박씨, 아내 통해 전달”’ 보도에서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다른 야권 인사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3면 ‘檢, 노웅래에게 돈 전달 녹음파일 확보…야당 인사 수사 판 커지나’ 보도에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향후 검찰이 노 의원 사건과 (사업가)박씨의 여죄를 캐는 과정에서 다른 야권 인사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세계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 세계일보 사설 갈무리.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공개…“법적 책임” 요구 나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실명을 공개한 민들레와 더탐사에 대한 언론 비판이 이어졌다. 비판 수위가 가장 센 언론사는 조선일보와 세계일보다. 이들은 희생자 실명 공개를 ‘범죄’로 규정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유족 뜻 어긴 이태원 희생자 명단공개는 범죄, 경위 밝혀야’를 통해 “희생자 명단은 사고를 수습한 정부·의료기관 등만 갖고 있어야 할 공적 자료다. 누군가 훔친 게 아니라면 내부인이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유족 2차 가해’ 이태원 참사 명단공개, 법적 책임 물어야’ 사설을 내고 “경찰이 민들레와 더탐사에 대한 고발 사건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수사를 개시했다. 희생자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고 썼다.

▲한겨레 26면 칼럼 갈무리.
▲한겨레 26면 칼럼 갈무리.

권태호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26면 ‘이태원 참사 명단공개, 어떻게 보십니까?’ 칼럼에서 명단공개에 대한 딜레마가 있다고 했다. 권 실장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공개에 대한 ‘긴박한 공적 가치’는 없다면서도 “이 사안의 출발점은 ‘일방적 명단공개’가 아니라 ‘정부의 책임 회피’에서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권 실장은 “앞으로 이런 참사가 벌어지더라도, 정부는 ‘유족 동의 없는 명단공개는 안 된다’며 유족들이 집단적 목소리를 낼 기회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언론의 취재도 제어될 수 있다”고 밝혔다.

권태호 실장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가 희생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소개하는 보도를 했다면서 “9·11이나 총기 난사 등 참사가 일어날 때, 미국 언론의 흔한 보도 행태다. 그런 기사를 보고 희생자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그럴수록 유족을 위로하게 되고, 가해자 또는 책임자에 대한 울분을 더 높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제대로 된 ‘사연 취재’는 사생활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고양해야 할 공적 가치이자 연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권 실장은 민들레가 유족 동의 없이 이름을 먼저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유족을 먼저 접촉한 후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 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30면 칼럼 갈무리.
▲중앙일보 30면 칼럼 갈무리.

이상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30면 칼럼 ‘4·16에서 10·29, 기자가 변했다’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기자들의 태도가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 논설위원은 “참사의 비극이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애절한 고통을 안겼을 터인데도 무심하게 보일 정도로 이에 대한 보도가 적었다”며 “8년 전 팽목항과 안산시에 있던 신참 기자가 어느덧 중견 기자가, 당시의 지휘 책임자들이 언론사 주축이 됐다. 그들은 ‘사연 캐기’라는 관행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고 했다. 이 논설위원은 “세월호 참사 뒤에 별로 변한 게 없다고들 말한다”며 “다행히 언론은 이렇게 다소나마 진화했다. 희생자 명단을 내걸고, 상처에 소금을 뿌리며 장사를 하는 자칭 언론도 있지만, 세상은 분명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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