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론조사’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여야 선거분석 전문가, 정치부 기자, 정치평론가 모두 여론조사를 믿고 결과를 예측하다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각종 언론이 발표한 여론조사는 ‘한나라당 승리’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했지만 바닥민심은 거꾸로 ‘이명박 정부 심판’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전화번호부 유선전화 방식은 ‘정확성’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치권에서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 행보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일보 기획위원을 지낸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은 28일 “정당에서 지방선거, 총선, 대선 후보까지 여론조사를 통해 뽑는다. 정부와 지방정부도 여론조사로 정책을 수렴하고 집행한다.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조사협회 등 관계자와 휴대전화를 활용한 여론조사 방안을 놓고 간담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2월에 공청회를 거쳐 휴대전화 여론조사 법제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전화 여론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표본의 대표성에 대한 의문이다. 전화번호부 등재율은 2007년 기준으로 57.2%에 불과하다. 휴대폰만 쓰는 가정이 늘어나고 인터넷 전화 보급 확대 등의 현실을 고려할 때 그 비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집 전화 위주의 여론조사는 전화 받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무직자, 주부의 ‘과대 표본’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 여론조사는 지역별, 연령별 비율은 적절하게 배분하지만, 직업별 비율을 맞추지는 않는다. 주부와 무직자는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높은 대표적인 직업군이다.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도입하면 대선후보 지지도, 정당지지도,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결과의 지각변동 가능성도 있다.

한때 휴대전화로 여론조사를 했던 리얼미터 조사결과를 보면 비슷한 시기 다른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 국정운영 지지도 비율이 10% 포인트 이상 낮게 나오기도 했다. MBC 선거방송기획단이 2007년 11월 8~9일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이명박 후보 지지율은 다른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33.5%로 뚝 떨어졌다.
휴대전화 여론조사는 집 전화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 폭넓은 유권자에게 의견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선거와 더 가까운 조사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휴대전화 여론조사 표본 확보이다. 가입자의 구·시·군 단위 지역정보가 포함된 번호 리스트가 확보돼야 휴대전화 여론조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입자 본인에게 일일이 동의를 받지 않는다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될 수 있다. 법제화가 추진된다면 이 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여론조사 문제의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휴대전화 여론조사 추진은 정확성 강화 측면에서 반가운 소식이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에 대한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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