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비자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진전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연내 허가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승인 절차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검찰 수사 진전 여부에 따라 방통위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개연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9일 검찰은 태광의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가 동종업계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국회 등에 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태광그룹 본사와 이호진 회장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 수색에서 쌍용화재 인수 로비 등에 연루된 100여 명의 ‘리스트’를 확보했으며, 여기에는 방통위 관계자 7~8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 결과 방통위원이나 방송 인허가와 관련된 고위급 인사들이 티브로드의 ‘로비’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방통위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쟁점이 되고 있는 종편 채널 허가 절차를 일정대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편채널 희망 신문사들의 대응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편 심사 기준 등에 불만이 있거나, 준비 정도가 미흡하다고 판단한 신문이 검찰 수사 향방에 따라 이 문제를 집중 부각시켜 방통위의 일정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조선일보가 검찰 소식통을 인용해 태광그룹 비자금이 SO 사업 확장을 위해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기사를 보도한 것과 관련해 언론계 안팎에서 ‘조선일보 제동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종편 컨소시엄 구성 등에서 경쟁 신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평판이 나돌고 있는 조선일보가 방통위 등을 겨냥해 이를 집중 보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조선일보의 이 보도는 태광그룹 본사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이호진 회장의 편법 증여 의혹에 쏠려 있던 언론의 관심을 티브로드 로비 의혹으로 확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이같은 ‘의도설’을 일축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태광이 비자금을 SO 확장 로비를 위해 썼다는 내용은 특종 기사라 1면에 크게 쓴 것”이라며 “내부에서 ‘너무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다음날부터 기사 크기를 줄였는데, 경쟁사는 우리와 반대로 그때부터 기사를 키워 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방통위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의 의도와는 관계없는 것”이라며 “기사를 작게 쓰면 ‘잘 보이려고 한다’고 하고, 크게 쓰면 ‘잘 안되니까 비판 한다’고 하는 것은 종편 사업자 선정이 끝날 때까지 아무 기사도 쓰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말했다.

실제 태광의 비자금 조성 경로나 로비 의혹 사건에서 티브로드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정적인 변수는 결국 검찰의 수사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티브로드가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방통위원을 비롯해 방통위 고위 관계자 상당수와 청와대 관계자 등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그렇잖아도 빡빡한 종편 사업자 선정을 차질없이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티브로드의 방통위 등에 대한 로비는 지난해 3월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를 앞두고 청와대와 방통위 인사들에 대한 ‘성접대 사건’이 불거지면서 한 차례 논란이 됐다. 또 한 달 뒤인 지난해 4월에는 태광이 방송법 상 큐릭스 인수가 불가능했던 2006년 군인공제회와의 이면계약(풋백옵션)을 통해 큐릭스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전 정부 때부터 방송법 상 SO 권역 규제 완화를 위해 정관계에 광범위한 로비를 펼쳤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성접대를 받은 청와대 행정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끝냈으며, 군인공제회와의 이면 계약 논란에 대해서도 서울중앙지검이 내사에 착수했지만 지난 4월 무혐의로 수사를 종료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화‧안경숙 기자의 기사 잘 읽으셨나요?
후원은 더 좋은 기사에 도움이 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