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떠올랐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다시 한 번 시련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창 부장검사)는 29일 강 대표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 대표는 12월 임시 국회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 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민주노동당이 ‘MB 악법’ 저지를 다짐하며 국회 본회의장 앞 농성을 이어가던 지난 5일  국회 경위 등이 강제 해산에 들어가자 강 대표는 국회의장실과 사무총장실을 찾아가 거세게 항의했다.

강 대표는 국회 경위 등과 몸싸움 과정에서 손가락 골절상을 당해 전신마취 수술까지 받았다. 그러나 강 대표는 국회 폭력의 주범으로 각인되면서 일부 보수언론의 집중 비판을 받았고 국회 사무처는 이례적으로 야당 대표를 향해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 민주노동당 강기갑(사진 왼쪽) 대표가 지난해 12월30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국회 사무처의 사과 요구는 강 대표가 국회의장실과 사무총장실에서 보여줬던 물리적 행동은 물론 야당과 국회 사무처의 대치 상황에 대한 야당 행동의 불법성과 국회 사무처의 적법성을 인정하라는 요구였다. 이는 야당 대표에 대한 ‘백기 투항’ 요구로 해석됐다.

강 대표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일부 행동에 대한 대국민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국회 사무처는 이에 앞서 지난 8일 강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강 대표는 29일 검찰의 기소 결정에 따라 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강 대표에 대한 검찰의 강경 대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 대표는 지난해 4월9일 18대 총선에서 경남 사천에 출마해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강 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았고 검찰은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법원이 지난해 12월31일 1심에서 의원직 유지에 해당하는 벌금 80만 원의 판결을 내리면서 강 대표는 의원직 상실 위기에서 벗어났다.

검찰의 300만 원 벌금 구형을 법원이 80만 원으로 대폭 낮춘 것은 다른 선거법 위반 사건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노동당은 검찰이 선거법 위반 사건에 이어 다시 한 번 강 대표를 기소하자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는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검찰은 그동안 마치 한나라당의 돌격부대인양 정치공세용 소환장을 마구잡이로 남발해 왔다”면서 “1월8일부터 1월28일 사이에 토, 일요일을 포함한 설 연휴까지 8일을 빼면 불과 13일 만에 여섯 번의 소환요구를 했다. 13일 중에는 본회의와 상임위원회가 겹친 날도 많았다. 이것은 강제소환 집행장”이라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검찰이 본받을 게 없어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MB악법 일방통행, 날치기를 본받고 있는 것인가. 검찰이 MB악법 속도전에 뒤질세라 강기갑 죽이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강기갑 대표는 국민이 뽑은 민의의 대표자이다. 민주노동당은 검찰의 정략적 기소와 부당한 정치탄압에 맞서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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