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뜻숭의교회 박정수 협동목사가 11월 25일 주일설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박 목사는 '높은 뜻을 이루어 가는 길: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이라는 제목의 이날 설교에서 "이른바 비자금이라는 삼성의 뇌물은 악의 뇌관이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이 돈의 권력은 무서운 변장을 한 악마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어 삼성 비자금 의혹 사태를 주도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지칭해 "20여 년 전 명동성당에서 한 시대의 뇌관을 건드려 온 국민을 민주화로 이끌었던 사제단이 지금 또 다른 형태의 뇌관을 터트려 한 시대의 길을 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여 년 전에는 군사 권력이 뇌관이었고, 오늘의 뇌관은 돈의 권력이 핵이라는 얘기다.

박 목사는 "사제단은 정확하게 이 시대의 구조화된 악의 본질을 보고 있다"며 "개신교 목사로서 교회 구성원으로서 참으로 깊은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세상 악의 본질을 보기는커녕 정의를 체감하는 신경이 마비돼 악이 깨물어도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런 교회의 모습이) 개신교의 축복의 신학, 성공의 신앙이 가져다 준 쓰디쓴 열매이며, 우리의 자화상이다"고 했다.

박 목사는 "사제들은 지금 부유한 경제대국의 꿈에 도취되어 가고 있는 이 나라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있다"며 "이번 일은 다시 10년 앞 우리 사회를 비치는 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오늘 우리 사회의 구조화된 가난은 정확히 테크노크라트를 중심으로 한 상층 지식 관료층들이 경제적 이권을 독점하려는 '부의 편중' 말고 다른 것이 아닐 수 없다"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정보의 유통과 그 것을 생산하는 검은 돈의 흐름이야 말로, 그 세계에서 소외된 자들을 가난으로 몰아넣는 사슬이다"고 했다.

높은뜻숭의교회는 담임목사인 김동호 목사가 1년 동안 안식년을 보내고 있으며, 전임목사와 협동 목사들이 돌아가며 주일설교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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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12월 06일 (목) 16:56:24 / 최종편집 : 2007년 12월 06일 (목) 17: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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