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언론 3단체 주최로 열린 ‘개정 안기부법의 문제와 대안’ 토론회에서는 지난해 노동법과 더불어 날치기 통과된 안기부법이, 정보기관이 통치를 관할하는 정보통치시대로의 복귀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므로 이를 원천무효화하고 나아가 국가보안법의 개정도 따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형모), 한국기자협회(회장 남영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회장 최상일) 주최로 세종문화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 규정된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이적단체구성, 이적표현물 소지죄와 제10조에 규정된 불고지죄에 대한 안기부 수사권을 회복할 경우 나타날 폐해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발제를 맡은 장주영변호사는 안기부의 수사권이 부활될 경우 “과거처럼 이 법규들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남용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장변호사는 날치기 안기부법은 불법수사와 사건조작의 가능성이 크고, 국민에 대한 감시 통제 강화를 가져오고, 상대적으로 안기부의 권한강화와 영향력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날치기 안기부법을 폐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느슨한 국회 정보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여 안기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수사기관의 역할이 아닌 정보수집기관의 역할만에 집중하도록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폈다.
김동식간첩사건과 관련 지난 95년 11월 안기부에 끌려가 22일간 수사를 받은 적이 있는 박충렬 <말>지 기획실장은 자신이 경험한 간첩조작사실을 폭로한 뒤 “안기부에 수사권마저 부활시킨다면 국가보안법으로 연행되는 모든 사람들은 안기부에서 간첩이라는 또는 간첩의 사주를 받았다는 추궁과 조작시도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법·안기부법 개악 철회와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이종희상황실장은 “이번 개악은 수사권의 부활이라기 보다는 권능의 부활”이라고 단정하고, “이 법은 곧바로 임금투쟁이나 단체협상과 같은 노동운동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통신 정일용 노조위원장도 안기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장애를 지적하며 안기부를 떠받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위원장은 위정자들이 북한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으로 안기부를 강화하는 것은 남북기본합의서에 정면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천정배의원은 “이번 개악의도는 간첩 잡자는데 누가 반대하느냐는 식의 색깔론으로 연결하려는 상징적인 면도 있지만 미행, 서신검열, 도청등이 가져올 물리적인 폐해도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각당의 입장차가 있는 안기부법의 개정을 통해 야권을 분열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정배의원은 또 “안기부법 개악을 반대한 것은 한겨레와 부산일보 뿐이었고, 대부분의 언론이 사설등을 통해 찬성의사를 밝혔다”며 안기부법 개악과정에 보여준 언론의 바르지 못한 자세를 지적했다.
한일신학대 김동민교수도 “국가 안보라는 명목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것이 분명한데도 언론이 그런 보도 태도를 보인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교수는 “언론 표현의 자유가 신장돼야만 국가안보도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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