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여론조사 방식이 '1차 여론조사→방송사 TV토론회→2차 여론조사' 로 결정되면서 방송사 토론회가 도민사회 정보전달 창구로서의 역할을 얼마만큼 충실히 해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덕상 제주도환경부지사는 KBS·MBC·JIBS·KCTV 등 도내 방송 4사 보도국장단과 2일 저녁 만나 제주도의 해군기지로드맵에 따른 방송사 토론회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각 방송사는 일부 입장의 차이는 있었으나 제주사회 최대 현안인 해군기지문제에 대한 충분한 도민사회 정보전달이라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 동의하고, 구체적인 방송일정 등은 추후 논의하는데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주도가 방송토론을 결정하는데 있어 해당 방송사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TV토론을 기정사실화하고 방송날짜도 이달 8~10일로 정한데 대해서는 당혹스러웠다며 제주도에 불쾌감을 표하는 등 일부 방송사 측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3일에야 뒤늦게 각 방송사에 협조공문을 보내는 등 부산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제주도가 밝힌 해군기지로드맵에 의하면 5월 첫째주 1차 여론조사(도민 1500명)를 실시하고 곧이어 이달 8일~10일께 TV토론회를 실시한 후 하루 이틀 뒤 2차 여론조사(도민 1500명)를 통해 찬·반과 후보지를 결정짓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후보지 결정은 남원읍과 안덕면, 대천동(강정마을 포함) 등 3개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각 마을별 1000명)를 통해 찬성율이 높은 지역으로 결정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제주도 해군기지 찬반여부와 기지건설 후보지가 빠르면 오는 13일쯤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각 방송사는 자체 내 방송사정도 고려해야 하고 도민사회에 충분한 정보전달에도 충실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방송시간 편성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의 소리> 취재결과, 우선 KBS는 오는 평일(화요일)인 8일 오후2시10분부터 오후3시50분까지 100분간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내부 품의에 들어간 가운데 다른 방송사와 합동방송형식으로 진행할 지를 놓고 방송사 간 의견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IBS와 KCTV 측도 합동방송이 될지 단독 방송이 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각 방송사 재량과 판단에 따라 도민사회 이익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고려해 방송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합동방송이 될 경우 KBS가 주관 방송사가 돼 방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최종 결정된 내용은 아니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와 달리 MBC는 오는 11일(금) 저녁 9시50분부터 약 100분간 단독 방송토론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MBC 관계자는 “제주도의 여론조사 방식을 반대하지만 제주 최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공영방송의 책임성을 놓고 고민한 끝에 방송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러나 방송사의 독립성에 따라 방송시간, 패널과 사회자 선정, 토론형식 등 TV토론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도민사회에 대한 충분한 정보전달이 이번 토론회의 근본 목적이라면 그에 맞는 시청률이 담보된 시간대에 방송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면서 “예정된 11일 저녁9시50분 방송시간은 약 7~10%의 시청률을 보이는 시간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KBS가 자체 정규방송 시간 등을 고려해 부득이 예정하고 있는 8일 오후 2시 10분은 시청률이 2% 미만으로 매우 저조한 시간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주도의 일방적이고도 급작스런 방송토론회 개최 결정으로 시청률이 담보되지 않은 형식적이고 요식행위 같은 토론회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일각에선 “시청률이 저조한 낮 시간에 방송되면 도민은 보지 못하고 공무원들만 시청하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도민사회에 해군기지 정보전달이라는 방송토론의 취지를 퇴색시킬 우려가 크고, 제주도가 방송토론을 여론조사 결정방식의 구색 맞추기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 김봉현 기자

제주의소리의 기사 잘 읽으셨나요?
후원은 더 좋은 기사에 도움이 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