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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환균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 ⓒ이창길 기자 | ||
2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만난 김환균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은 강 위원의 '버티기'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선 정국을 앞두고 '강동순 녹취록' 파문은 오히려 한나라당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올해 대선은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구도로 갈 가능성이 많은데, 이럴 경우 비한나라당 진영은 '강동순 녹취록' 사건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한나라당으로서는 오히려 털어버리고 싶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회장은 "강 위원이 사퇴한다 해도 한나라당 역시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번 사건을 '언론사의 치욕'이라고 표현했다. "군사정권 시대엔 권력집단이 어떻게든 언론을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고 했다. 그러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로 질적인 성장을 하게 됐다. 그런데 3기 방송위원들을 보자. 군사정권 후신인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화 투쟁을 했다는 사람들도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방송위원으로 선임했다.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가 노골적으로 훼손된 거다. 이건 우리 언론사의 비극이고, 결과적으로 ‘강동순 파문’ 같은 치욕스러운 사건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이 3기 방송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건 '전문성 부족'이다. 김 회장이 언급한 전문성이란 방송을 잘 알고 있는 것만을 뜻하진 않는다. 방송정책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고,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필요하다. 방송의 근본정신과 가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양심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녹취록을 보면 강 위원은 통합방송법을 왜 만들었는지, 방송위를 왜 설치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어 보인다. 알고도 그렇게 말했다면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일 거다. 설마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본다. "
김 회장은 "방송위가 방송보다 자신들의 '밥줄'에 대해 더 고민하면서 스스로 품위를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실제 방송위는 최근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쇼핑 채널을 대기업에 넘겨 점수를 따려는 정권 말기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공정성을 지켜야 할 주체인 방송위가 오히려 정파적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방송위에 문제가 있다면 해결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 회장은 "법적 차원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방송위를 출범시킬 때 방송위원들이 설마 이런 식으로 권한을 남용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규제 조항을 따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문제점이 표출된 지금이라도 외부 인사로 구성된 특별기구 형식의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입법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동순 파문'이 방송위 견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특히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잘못이 드러났을 때 교훈을 배워야 하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뭘까. 김 회장은 "보수언론의 철저한 무관심"이라고 잘라 말했다.
"보수언론이 이번 사건에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방송 독립성 훼손 음모를 '덮어주기'로 감싸는 건 어쩌면 본인들 스스로의 목을 죄는 일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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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파문'에 휩싸인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끝장 투쟁'을 벌이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와 언론현업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강동순 녹취록' 파문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쟁점이 무엇인지를 듣는 릴레이 인터뷰 세번째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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