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언론인들의 정치권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여권내 대선주자 후보들이 ‘세확장’에 나서면서 언론인들에 대한 ‘영입’ 작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올해들어서만도 여권내 대선후보 진영에 합류한 언론인은 대략 7∼8명선.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한 고흥길 논설위원이 이회창 의원 비서실장으로, 박몽계 전 부산매일 편집국장, 박응칠 전 KBS 해설위원이 신한국당 박찬종 상임고문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선경식 전 중앙일보 윈부 차장이 최근 박찬종 고문 진영에 가담했으며 모신문 사장 출신인 J모씨,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의 K모씨 등도 각각 박고문측과 이회창 의원측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김덕룡 의원측도 편집국장 출신의 현직 언론인 출신과 구체적인 교섭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덕룡 의원측의 한 관계자는 “언론인 출신을 영입한다는 방침을 확정하고 대상자 물색에 들어가 있는 단계”라며 “3월말경 해당 인사를 공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치권의 언론인 영입 바람은 오는 4∼5월경을 전후로 대선 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줄이을 것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전망과 함께 앞으로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주자들이 언론인들을 선호하는 것은 크게 보면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언론인들의 ‘실무적 능력’에 후한 점수를 두고 있다. 학계나 재계 인사등과는 달리 ‘현실 정치’를 바라보는 눈이 정교하고 ‘여론 읽기’에 능하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외부에서 거물급 참모를 영입한다면 언론인 출신이 가장 좋다. 순발력도 뛰어나고 뉴스감각을 뒤집어 보면 정치감각이다.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른바 ‘언론이 정치를 좌우하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언론과 가까워야 정치인이 크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 상황에서 언론인들의 과거 이력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언론계 내부 인맥 관리에 대한 고민도 상대적으로 줄일수 있다. 언론이 누리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이 언론인들의 정치권 진출을 가속화하는 한 요인인 셈이다.
정치권에 진출하는 언론인들을 보는 언론계 안팎의 시선은 과거와 비교하면 덜 비판적이다.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때와는 달리 최근에는 정치권 진출 그 자체에 대해선 그다지 비판적이지 않다.
조선일보의 한 부장은 “가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영원히 언론계에서만 남아 있을수도 없고 그것을 강요한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 혼탁한 정치현실을 개선하는데 어느정도 기여하는가가 해당 인사에 대한 최종적 평가 잣대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 입문 보단 ‘입문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회창 의원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고 전 위원이나 최형우 의원측 조직을 관리 중인 황소웅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언론계에 더 이상 기여할 것이 없었다” “좋아서 왔다기 보다는 할 수 없이 온 측면이 크다”고 고백하면서도 “언론계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소화한다면 좋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경위와 상관 없이 이들 모두가 여당행을 선택한 것과 관련해 권력 줄서기로 비쳐지고 결과적으로 언론의 공신력 저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무절제한 처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일순간 ‘무장 해제’ 당하는 식의 변신이 선후배, 동료 언론인들에게 미치는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현직 논설위원은 “검찰총장이 퇴임후 바로 정치권으로 가는 것을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 언론이었다. 서구에선 정치에 뜻이 있는 언론인들이 퇴임후 2∼3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정치권에 들어가는 것이 관례로 자리잡혀 있다”며 언론인들의 정치권 진출에 우려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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