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죠? 우리는 변화를 위해 뭉친 혁신 세력이예요. 다만 일정한 무력을 필요로 하는 관계로 비밀 결사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조폭과는 달라요"
 "나도 우리가 마피아나 야쿠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연코 한시도 없었네" 

"그렇겠죠. 그러나 지금까지 루이꺼가 자행한 일들은 어땠나요? 저질 조폭들이 하는 일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어요. 심지어 마피아조차 철저하게 지키는 기본적 오메르타도 거의 지키지 않았죠. 한마디로 그동안 루이꺼가 자행한 우리 일이라는 것은 완전히 저질 조폭이 한 일과 같았어요. 누가 눈에 거스르면 폭행을 가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과 예쁜 여자를 보면 뺏거나 욕보이는, 저자 거리의 전형적인 조폭 행태 바로 그거였어요" 

"자네가 나에게 그렇게까지 심한 말을 해도 되나"
 "아니 그럼 아니란 말입니까?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좋아, 그건 그렇다고 쳐. 그럼 자네는 왜 내가 하는 일을 계속 도와 온거야?"
 "나는 그게 회장님의 뜻인줄 알았죠. 경찰에 심어놓은 우리 사람들까지 움직이고 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진짜 그렇게 생각했어요. 말도 안되는 짓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구요. 나중에 회장님께서 언질을 주셔서 이게 아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죠. 이제 내가 왜 루이꺼가 일으킨 거사에 동조하지 않았는지 알겠습니까?" 

"알기는 하겠는데  잘 믿기지가 않는구만"
 "믿으세요. 내 배신이 루이꺼의 회장님에 대한 배신만 하겠습니까?"
 "허허, 잘 알겠네. 자네가 이겼어"
 
황징젠은 체념한 것처럼 보였다. 배신의 이유를 설명하는 황연의 말에 별로 이의를 달지 않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황 회장을 올려다봤다. 무표정한 것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기가 어려웠다. 황징젠은 그러나 그의 무표정 속에 숨어 있는 심한 절망감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아들이 자신에게 총을 겨눴다는 사실이 못내 섭섭한듯 했다. 

"아루이, 지금 이 시간부터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 파문이야. 결자해지를 하도록 기회를 줬건만 계속 시정의 잡배보다도 못한 짓을 하다니…"
 황 회장의 목소리는 그럼에도 평정을 되찾고 있었다. 황징젠에게는 사형 선고일법한 파문(破門) 운운하는 말을 하는데도 별로 떨리지가 않았다.  

황징젠은 주위를 일별했다. 황 회장의 추종자들, 그와 황연이 인솔하고 온 장정들이 그에게 눈을 붙박고 있는 모습이 들어오고 있었다. 특히 장정들은 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분위기에 전의를 완전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 무장해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해도 좋았다. 게임은 그의 말대로 완전히 끝나 있었다.
 "게이워군추취!" 

황 회장이 황징젠을 향해 게이워군추취(給我滾出去)라는 짧은 외마디를 토했다. 눈 앞에서 사라지라는 뜻의 최후통첩이었다. 반역의 반대급부인 죽음만큼은 면케 해주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황징젠이 황 회장을 향해 깊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황징젠은 힘없이 Q동의 메인 홀을 걸어나오다 말고 깜짝 놀랐다. 눈 앞에 여행용 가방을 든 왠 젊은 미모의 여자가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아팡궁내 황 회장의 단연 최고의 섹스 파트너로 군림해온 화미(華美), 샤오메이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여자였다. Q동에서 추종자들과 한바탕 그럴싸한 섹스 파티를 연다는 사실을 비롯해 부친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지난 1년여동안 그에게 시시콜콜 비밀리에 귀띔해준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는 한때의 애인이던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비로소 부친에게 자신은 마치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아팡궁에서 일하기 어려워진 화미를 데리고 Q동을 나섰다. 그의 걸음이 몹시 휘청거리고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홍순도 연재작가 mhhong1@akn.co.kr

홍순도 연재작가의 기사 잘 읽으셨나요?
후원은 더 좋은 기사에 도움이 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