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8일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각 정당이 당론으로 차기정부에서 추진할 개헌 내용과 일정을 명확하게 제시해 합의되거나, 신뢰할 만한 대국민 공약으로 이뤄진다면 개헌안의 발의를 차기정부와 국회에 넘길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공약으로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충남 공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을 앞두고 그럴 때가 아니란 얘기지, (개헌을) 소신으로 해 왔다”고 했고, 이 전 시장도 “후보와 당이 함께 결정해 당의 공약으로 될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개헌논의를 적극 반대했던 두 후보가 유연한 입장을 밝히면서 차기정권에서의 개헌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을 바라보는 신문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못해 냉소에 가깝다. 보수나 진보를 표방하는 신문들 사이에 시각차가 거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집착이 도를 넘었다” (동아일보 사설 <개헌, 이쯤에서 ‘칼집’에 넣어야>)

“어떤 숨겨진 의도가 없고서야 임기 말에 이렇게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진할 논란을 야기할 리 없다” (중앙일보 사설 <개헌안 부결되면 대통령 책임질 건가>)

“대선과 총선의 시기를 일치시키자든지 하는, 내용상의 문제를 말하기 앞서 국민이 원하지 않는 일을 굳이 강행하려는 뜻을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한국일보 사설 <안 될 줄 잘 알면서도 던진 개헌시안>)

"개헌 내용을 떠나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임기 말 국정 마무리는커녕 소모적인 갈등만 낳는 셈이다" <한겨레 사설 <'개헌안 발의 유보' 가능성 살려야>)

   
  ▲ 3월9일자 조선일보 만평(왼쪽),3월9일자 한겨레 만평  
 
이런 불만은 신문들이 사설에서 제시한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을 풀어가는 해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대통령의 (개헌)제안에 대해 차기 대통령 임기단축 요구만 빼고 수용할 수 있다고 했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도 개헌을 공약하겠다고 했다. 이제 국민이 아무런 관심도 없어하는 개헌 논란을 끝낼 기회가 왔다. 대통령은 충분한 명분을 얻었다” (조선일보 사설 <개헌 논란 끝낼 기회가 왔다>)

“개헌안 발의 후 국회가 가부간에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는 것이 그나마 국력낭비를 줄이는 길이다. ‘60일 이내 의결’이란 국회 절차라도 앞당겨 줄 것을 국회에 당부한다” (중앙일보 사설 <개헌안 부결되면 대통령 책임질 건가>)

그나마 대통령의 개헌제안의 당위성을 따져보려는 시늉이라도 한 신문은 경향신문 정도였는데, 경향은 사설 <대통령 개헌발의, 헌법정신에 부합하는가>에서 “4년 연임제와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의 동시 실시로 5년 단임제의 모든 폐해가 일거에 해결되리라는 것은 현재로서는 ‘가설’에 불과하다”며 정치적인 합의로 결정할 게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안인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국가백년대계인 개헌의 방향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국민여론도 성숙되지 않은데다 현실성도 희박한 개헌 발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될지 깊이 따져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5면에 등장한 홍석현 회장…전면 할애

중앙일보는 5면 전체를 털어 홍석현 회장과 리처드 파슨스 타임워너 회장의 만남을 생중계했다.

   
  ▲ 중앙일보 3월9일자 5면  
 
중앙일보는 두 회장의 만남을 <“콘텐트만 좋으면 올드미디어 얼마든지 생존” / 본사 홍석현 회장-타임워너 파슨스 회장 미디어의 미래를 논하다>라고 제목을 달았다. 파슨스 회장은 ‘21세기 신문의 미래’를 물은 홍 회장의 질문에 “신문이 여론을 형성하는 영향력은 조금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과 디지털 매체가 등장해도 신문과 잡지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슨스 회장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한국 미디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협정이 체결되면 두 나라가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다”며 “무엇보다 경제적 국경이 사라지면 한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기술 이전 또한 활발해져 한국의 TV, 영화 같은 미디어시장은 한층 성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중앙일보는 파슨스 회장은 7일 홍콩에서 타임워너 국제리더십회의를 주재하고 입국했으며,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가 주최한 환영리셉션에 참석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한 뒤 9일 출국한다고 소개했다. 대담은 8일 이뤄졌다.

'체대 폭력'에 주목한 한겨레

한겨레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체육대 폭력을 적나라하게 다뤘다. 한겨레는 <신입생 교문 앞 옷벗고 노래시키기 / "선배들 앞에서 인상 쓰면 죽어요">라는 1면 머리기사에서 선배들의 강요에 못 이겨 신입생들이 팬티 차림으로 학교 정문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체대생들의 실태 등을 보도하며 체대의 폭력행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3월9일자 1면  
 
한겨레는 "앉았다 일어나기, 머리박기, 귀 잡고 엎드려 뻗치기 등 얼차려가 두 시간 넘게 진행된다. 4학년이 1~3학년에게 얼차려를 주고, 그 다음이 1~2학년, 마지막으로 2학년이 1학년들을 '굴리는 것'"이라며 지난 2일 전북대의 스포츠학과에서 벌어진 실태를 보도했다. 또, 지난 2월23일~26일 충복 제천 수련관에서 있었던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에서도 "수십명의 학생들이 50미터 가까운 길이로 단체로 엎드려뻗쳐를 하는 모습을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신기한 듯 바라본다. 체대 새내기들은 대학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체적-정신적 구속을 경험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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