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기증에 동참한 시민을 일제 강점하 '군대 성노예' 선동 인물로 비유한 민주노동당 부평구위원회 노현기 부위원장이 8일 사퇴했다. 민주노동당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난자재단 쪽에 유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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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부평구위원회 홈페이지 | ||
결국 민주노동당 부평구 위원회는 8일 오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민주노동당을 아껴주시는
당원과 국민여러분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것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이번 문제로 인해 노현기 부위원장은 12월8일자로 부평구 위원회
부위원장직과 당직에서 사퇴했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노당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표현의 문제로 진의가 왜곡되어 안타깝다"는 노씨의 말을
전하며 "당은 정대협과 난자기증재단 측에 유감을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씨가 6일 인터넷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의 전문이다.
황우석 신드롬 이면의 파시즘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것에 환호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둘리는 6살 때 지나친 노화현상 때문에 소리 소문 없이 안락사(살해) 당했다. 어느 실험실에서 배아복제로 태어난 아기가 둘리와 같은 운명에 처해지지는 않으리라는 장담을 누가할 수 있을까?
그러나 반대의 생각도 할 수 있다. 어린 아들이 불치병으로 고통 받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부모가 내 아들을 치료할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무슨 생각인들,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그리고 그걸 어찌 윤리적 잣대만으로 논할 수 있을까.
찬반양론이 모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찬반양론 중 어느 한쪽이 극히 소수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수(약자)에게 다수(강자)를 설득할 수 있는 무기로 '집회, 결사, 언론, 출판의 자유'를 줬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숱한 사람들이 감옥가고, 의문사 당하고, 더운 여름날 최루탄 가스 마시면서 목 터져라 외쳤던 '소수'의 외침이 민주주의였다.
그러나 이제 어른이 된 그 세대의 자식들이 새로 만들어진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때로는 거리에서 외치는 함성은 '대~한민국'에 이어 '아이러브 황우석'으로 대체됐다. 2002년 월드컵 당시 16강, 8강, 내친김에 4강까지 들어서는 연전연승에 '빨갱이가 되자(Be the Reds)'는 붉은 티셔츠와는 반대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10대와 20대 초반 청년들이 이제 꽉 찬 20대들이다.
그들이 지금 '국익에 반하는 주장을 한다'며 황우석 연구에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철퇴를 내리고 있다. 그 둘 사이에는 공통된 구호가 있다. 그것은 세계 최고의 신화이다. 눈부신 경제성장기에 자라난 이들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1등이 될 것을 강요받아 온 세대이다.
어쩌면 1등을 향해 고속질주하는 공차기 선수들을 통해, 1등의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는 '황우석'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황우석의 연구과정에서 제기된 일체의 의혹에 대해서는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로 간단히 치부됐다.
'황우석 신화' 이면에 일체의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것, 그것은 파시즘이다. 또한 그들이 외치는 '대∼한민국'과 '국익'이라는 구호가 왠지 낯선 느낌이 아니다. 독재정권이 자신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국익에 반하는 좌경용공'이라고 내리치던 탄압의 칼날이었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사분규 엄단'을 외치는 신자유주의 자본과 정권의 노동자에 대한 호령이었다.
'국익을 위해서 교수님의 연구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딸의 손까지 부여잡고 난자 기증 행렬에 나타난 어미의 무지를 뭐라고 탓해야 할지 난감하다. "나라를 생각하는 누나와 어머니의 아름다운 정성은/오늘도 산만한 군복 위에 꽃으로 피었네"라며 조선의 소녀들에게 '군대 성노예'로 나갈 것을 선동했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 노천명과 딸의 손을 잡고 나온 어미가 동일인으로 느껴진다.
아시아 국가들의 비난여론에도 고이즈미 총리를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게 했던 고이즈미 유세장의 교복 입은 일본 청소년들의 환호가 연상된다. 천지가 눈으로 덮인 아침, 창밖 회화나무에 직박구리 두 마리 앉아 나를 쳐다보며 지저귄다. 쟤들을 보는 내 마음이 편치 않다. 쟤들은 진짜일까? 복제된 놈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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