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직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직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의 초선 의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민심의) 바로미터”라며 “10년 동안 1500번 글을 썼다. 평균 이틀에 한 번 꼴”이라고 말했다. 딴지일보는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언론으로 친민주당 성향의 강성 지지층 커뮤니티로 꼽힌다.

지난 16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정청래 대표는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더민초’ 워크숍에서 당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며 지지층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요즘 언론에서 딴지일보 게시판에 글 쓴다고 그러던데. 저는 10년 동안 1500번 썼다”며 “평균 이틀에 한 번 꼴 썼다. 꾸준히 해야 한다. 이길 사람이 없다. 우리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다. 거기의 흐름이 가장 민심을 보는 척도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TV토론을 준비할 때도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하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러이러한 주제로 TV 토론회 나가니 댓글 남겨달라, 여러분 하고 싶은 말 대신 해드리겠다’고 글을 올려라. 그럼 댓글 달린다. 국민 보좌관을 이용하시라는 것”이라며 “국감 때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이 의원이라면 무엇을 질의하겠습니까’라고 올리면 나름대로 타짜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우리는 대중 정치인이기 때문에 대중을 떠나서는 결코 살 수가 없다. 대중 친화적인 정치인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한 뒤 “수많은 대중을 만날 수 있는 것은 SNS”라고 말했다. 이어 “전 악플도 다 읽는다. TV조선, 채널A에서 저 까는 거 전 재미있게 본다”며 “유명한 정치인은 안티가 양산된다. 훌륭한 정치인은 안티를 관리한다. 위대한 정치인은 안티를 활용해 대통령이 된다. 그게 김대중과 김영삼”이라고 말했다.

▲ 16일 유튜브에 올라온 정청래 대표 강연 영상.
▲ 16일 유튜브에 올라온 정청래 대표 강연 영상.

정 대표의 유튜브 채널 ‘정청래 TV떴다!’ 구독자 수는 17일 기준 70만 명에 달한다. 정 대표는 정치권에서 ‘아웃사이더’로 분류됐지만 당원들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지지를 얻어 당대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대표는 “대중의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한 번 들어가다 보면 재미있다”며 “제가 정청래TV에 (영상) 6000개를 올렸다고 한다. 이렇게 하는 사람을 따라갈 수는 없다. 한 발 한 발 하다 보면 늘게 된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7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대표가 의원들 교육에서까지 한 말에 대해 당이 공식적으로 일일이 논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딴지일보가 민심 바로미터라는 정청래 대표, 민주당 극성광신도들의 로동신문, 딴지일보를 여론 기준삼아, 다른생각을 가진 국민들을 모두 비정상, 반정부 세력으로 몰아 드잡이 하려는 선언인가”라며 “민주당의 피바람 숙청이 정치와 방송까지 휩쓸고 나면, 공영방송 9시뉴스에서 가짜뉴스 김어준앵커의 메인뉴스를 봐야할 날을 만들려나”라고 비판했다.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뉴스공장)에 가장 자주 출연하는 대표적 정치인 중 한 사람이 정청래 대표다. 지난 9월 주간경향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뉴스공장에 28회 출연했다. 반면 민주당 전당대회에 경쟁자로 출연했던 박찬대 의원은 1년간 단 두 차례 출연에 그쳤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당시 후보는 61.74%를 득표해 박 의원(38.26%)을 압도적으로 이겼다.

정 대표가 지나치게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듯한 행보를 보여 민주당이 중도 민심에서 멀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자 사설 <‘정청래 민주당’ 100일, 국민 신뢰를 얻었는지 되돌아봐야>에서 정청래 대표가 검찰·사법·언론의 3대 개혁을 추진하고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 해산’을 언급한 것을 놓고 “강성 지지층의 박수를 받았을지는 모르지만, 더 많은 국민은 ‘정청래 민주당’의 거친 행보에 불안감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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