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통상·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가 14일 공개됐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자동차 관세 15%,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등이 담긴 이번 합의를 두고 언론들은 ‘불확실성 해소’라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성과와 비용을 평가하는 무게 중심에서 차이를 보였다. 한편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검찰 항소 포기를 둘러싸고는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이 책임 소재를 놓고 서로 다른 초점을 제시했다.
한·미 팩트시트, 성과와 비용 모두 언급하되 강조점 달라
한·미 협상 결과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이 성과와 비용을 함께 다루되,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서 차이를 보였다. 조선일보, 한국경제, 동아일보, 국민일보 등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 가능성 등 안보 분야 성과를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하면서도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함께 경고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불확실성 해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미 투자 규모와 동맹 구조 변화로 인한 전략적 부담을 더 강조했다.
한국경제는 <통상·안보 새 장 연 韓美…향후 5년 한국號 명운 가른다>에서 이번 합의를 ‘미래형 전략적 포괄적 동맹’으로의 격상으로 평가했다.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안보 분야에서 수십 년 숙원을 풀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명문화했고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미국 정부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핵잠 건조’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설 필수 전략 자산을 확보하는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韓 농축·재처리 美 첫 공개 “지지”, 온전한 원자력 국가 첫발>에서 “미국이 우리 숙원인 농축·재처리 권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이 원전 제작·가동에 이어 농축·재처리까지 하는 온전한 원자력 국가가 되는 첫발을 뗀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 협정 개정으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얻었다.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보다 못할 게 없고 일본은 40년 가까이 농축·재처리를 문제 없이 해왔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도 <한·미 ‘팩트시트’에 담긴 기회와 과제>에서 “이런 결과물은 사실상 우리가 돈을 주고 사온 것”이라고 규정하면서도 “핵잠 확보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의 모멘텀”을 얻은 것을 주요 기회로 꼽았다.
한겨레는 <불확실성 해소한 한-미 팩트시트, 후속 협의도 ‘국익 극대화’ 성과내야>에서 불확실성 해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대했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정부 설명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은 그동안 ‘미국이 우리에게 농축·재처리 권한을 허용하는 쪽으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의가 시작된다’고 거듭 확언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의 평화적 목적의 민간용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허가한다는 선에서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현재 협정이 정하고 있는 대로 ‘사전 합의’를 거친 20% 이하의 우라늄 농축과 무기용 플루토늄 추출이 까다로운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의 재처리만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협정문에 이런 내용이 있음에도 정부 간 협의를 거절해 왔는데, 이번 합의를 통해 이 농축·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일보 전진임에 분명하지만, 애초 목표였던 일본 수준의 농축·재처리 권한을 얻어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핵잠 건조·투자 안전장치’ 담은 한·미 팩트시트, 동맹 재구성 전기로>에서 불확실성 해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과제를 강조했다. “3500억 달러 대미투자는 재정과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이 막대한 만큼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늘어날 대미 투자로 국내엔 투자·일자리가 제약받고 위축될 수 있다. 북·중 등 주변국과 군사적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도 역내 안정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세심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대미 투자와 주한미군 역할 확대, 여러 신문이 공통으로 우려
대미 투자 규모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가능성을 둘러싸고는 여러 신문이 공통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제는 ‘상업적 합리성’ 확보와 안전장치 마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투자 집중 리스크를 상세히 경고했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주한미군 역할 확대와 미·중 갈등 편입 위험을 강하게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자동차·부품, 원목·제재목과 목재 제품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반도체는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적용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받았다. 당초 우려한 ‘관세 폭탄’을 피하고 사실상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았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결정이다. 지난달 정상회담 합의대로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에 배정하고 2000억달러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양자컴퓨팅, 제약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이번 투자는 우리 경제의 중심축을 미국으로 돌리는 결정이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문제는 ‘한 바구니 안 계란’처럼 집중 투자에 따른 리스크다. 현지에서 투자 효율이 떨어지거나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원금 회수조차 어렵게 된다면 우리 경제와 산업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 제기된 ‘투자를 빙자한 공여’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국내 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상업적 합리성’ 원칙에 따라 자금이 집행되도록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아일보는 <핵잠-농축·재처리 큰 틀 합의… 동맹 현대화 본게임 이제부터>에서 주한미군 역할 변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당장 팩트시트엔 ‘한미 양국이 모든 역내 위협에 대한 미국의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대목이 들어갔다.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인도태평양 전체로 넓히고 그 역할을 중국 군사력 억제로 확대하려는 신호탄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의지와 관계 없이 미중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한미군에 48조 원 규모의 포괄적 지원을 약속하고, 중국이 반발해 온 대만해협 문제가 포함된 것도 우리가 치를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동맹 현대화 협상의 본게임은 이제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성패는 자강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과 척지지 않으려는 한국과,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에 한국을 동참시키려는 미국이 어디서 균형점을 찾을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한·미 협상 타결…아직 넘어야 할 산 만만찮다>에서 주한미군 지원 관련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약 48조원(330억 달러 상당)에 달하는 주한미군에 대한 포괄적 지원 제공 합의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향후 10년간 주한미군에 지원할 금액을 수치화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방위비분담금이 1조5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연간 100억 달러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대미 투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팩트시트에 담긴 대미 투자 규모와 방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 했지만, 안심하긴 어렵다. 어제 한국은행 총재 등이 외환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구두 개입에 나섰을 만큼 이례적 고환율의 불안정한 장세가 뉴노멀이 됐다. 여기에 천문학적 액수의 대미 투자가 더해지면 달러가 빠져나가는 추세는 갈수록 가팔라질 테고, 그만큼 국내 투자가 위축되니 산업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고 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책임 소재의 초점 달라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검찰의 항소 포기를 둘러싸고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책임 소재의 초점을 다르게 제시했다. 조선일보는 법무부의 외압을 문제 삼으며 정권의 책임을 강조한 반면, 경향신문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무책임한 태도와 검사들의 선택적 대응을 비판하며 검찰 조직 자체의 정치화를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대장동 업자 “수백억 풀어달라” 항소 포기가 빚은 불의>에서 남욱씨 측이 추징 재산 해제를 문의한 사실을 보도하며 “검찰의 항소 포기로 대장동 일당에게 수천억 원의 돈이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는데 실제로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일이 벌어진 데는 1심이 추징액을 낮춘 것도 문제이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탓이 크다. 피고인들은 다 항소했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항소심에서는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한 형량·추징금 모두 1심보다 무겁게 선고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남씨에 대한 추징액은 1심대로 ‘0원’으로 확정됐다. 남씨는 대장동 사업 초기 공범들과 나눈 대화에서 대장동 사업을 ‘4000억원짜리 도둑질’이라고 했던 사람이다. 항소 포기로 그런 사람의 동결 재산까지 풀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불의도 이런 불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태의 책임을 정권에 직접 연결했다. “검찰은 애초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려 했으나 법무 장관과 차관의 압박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항소 포기로 사법 특혜를 받은 대장동 일당이 자신들과 별도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에서 앞으로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결국 정성호 법무 장관이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대장동 일당에게 복역 후 수천억 원을 챙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무 장관, 차관은 그대로 있고, 그 압박에 굴복한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만 사퇴했다. 이 또한 불의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항소 포기’ 침묵·‘선택적 검란’ 비호, 노만석은 끝까지 구차했다>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무책임한 태도를 집중 비판했다. “노 대행은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검사와 다른 수사기관을 구분 짓는 핵심 표징으로서 수사와 공소유지가 갖는 엄중한 의미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나 사의를 밝힌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과의 논의 내용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노 대행의 발언을 ‘정치 검찰’의 증거로 제시했다. “노 대행은 오히려 퇴임식 전날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같았으면 무난했을 텐데 솔직히 지금은 완전히 역방향’이라며 ‘사건에 대한 결이 다른 것이 문제’라고 했다. 매사 시시비비 당당해야 할 검찰 수장이 정권 눈치 살피며 공무 수행했다는 자인이고, ‘제 책임하에 했다’는 항소 포기 결정마저 외부에 책임을 떠넘긴 무소신의 극치다. 이런 게 ‘정치 검찰’의 민낯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검사들의 선택적 대응도 문제로 지적했다. “노 대행은 퇴임사에서 ‘검찰의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윤석열 석방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나 김건희 주가조작 무혐의 처리 당시 조용했다가 대장동 항소 포기만 들끓고 있는 검사들의 선택적 집단행동을 두둔한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 밖의 현안들
한겨레는 <법원의 황당한 박성재·황교안 구속영장 기각>에서 12·3 내란 가담 혐의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을 비판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특검이 여러 증거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는데도, 법원은 박 전 장관의 계엄 불법성 인식 여부에 대해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어이가 없다. 그날 밤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은 물론 생중계를 지켜본 국민 대다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마자 불법임을 직감했다. 그런데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이를 몰랐다니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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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정권마다 군·공무원 편 가르기, 나라 미래 망쳐>에서 정부의 군 인사를 비판했다. “이번 인사에선 대상자에게 ‘계엄은 내란이었느냐’는 식으로 묻는 절차가 있었다고 한다. 군인은 기본적으로 명령에 따르는 사람이다. 12·3 계엄이 내란이었는지 여부는 법정에서 결론이 나야 할 순전히 법리적 문제다. 군인들이 판사도 아니고 법률 전문가도 아닌데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하나. 내란이라고 답하지 않으면 승진에서 배제하려는 ‘우리 편 테스트’였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초강경 10·15 대책 한 달…실수요자 혼란·불편 직시해야>에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10·15 대책 이후 한 달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6% 급감했지만,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이번주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는 오히려 상승폭을 키웠다. 규제의 부작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택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마저 큰 혼란과 불편을 겪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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