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씨가 다시 한번 갈등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김어준씨의 방송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정말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플레이어’ 뉴스공장의 영향력은 집권 여당을 흔들 정도일까.
“김어준 영향력? 민주당 아픈 지점… 부정 힘들기 때문”
주간경향은 지난 6일 ‘팬덤 권력’ 기획을 냈다. 정치인들의 뉴스공장 출연 횟수를 집계하고 시청자와 전문가를 인터뷰해 김씨가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추적했다. <“김어준 생각이 민주당 교리”···정당 기능마저 넘긴 집권당> 기사에서 주간경향은 “정당 고유의 기능이 김어준에게 실질적으로 이전된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민주당이 메시지 발신과 의제 설정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김씨의 방송에 의존한다는 평가다.
민주당 내부에서 곽상언 의원이 이에 호응했다.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특정인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민주적’ 결정이라고 한다”고 적었다. 지난 8일에도 곽 의원은 “만일 이러한 유튜브 방송이 ‘유튜브 권력자’라면, 저는 그분들께 머리를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반박했다. 지난 8일 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위 제도언론 기자들·부화뇌동 국회의원님, 자존감 좀 가지시라. TBS에서 강제퇴출된 김어준 진행자. 뭐가 겁나 떼거리로 이러시나”라고 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 단체 대화방에서도 곽 의원을 향해 “말 바로 하라. 누가 머리를 조아리나”라며 “(민주당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을 김어준씨에게 휘둘려서 했단 건지 사실을 열거해보라”고 했다.
진영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김씨 방송에 대해 기성 언론이 비판하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번 기사가 유난히 파장이 컸던 이유는 뭘까.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김어준씨가 강경한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 몇몇도 불만을 가져왔다”며 “문자폭탄이나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공격’이 우려돼 목소리를 못 냈을 뿐이다. 쌓이던 것이 이번에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은 “주간경향 기사가 이전과 달랐던 것은 김어준씨의 문제만 비판한 것이 아니라 그가 민주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민주당보다 더 우위에 있는 권력이 된 것은 아닌지 짚었다는 점”이라며 “그게 민주당이 아픈 지점이다.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지층에서도 이견 나오는 김어준의 ‘정치개입’
뉴스공장은 타 유튜브보다도 더 선명하게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편이다. 그 경향성이 그를 더 논쟁의 중심으로 만든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의 보좌진 갑질 논란 당시 김어준씨는 “장관 후보에서 사퇴할 만큼의 사건은 제가 알아본 바로 없다”(7월24일)고 발언한 반면 ‘매불쇼’를 진행하는 최욱씨는 “사실관계에 있어서만큼은 꼼꼼하게 인정하고 사과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아쉬움”(7월15일)을 언급해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국면에서 정청래 후보는 강선우 후보의 편을 들었다. 반면 박찬대 후보는 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뉴스공장은 사실상 정청래 후보의 손을 들었다. 주간경향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뉴스공장 출연진을 집계한 결과 정청래 후보는 총 28회 출연했다. 박찬대 후보는 두 차례 출연에 그쳤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정 후보는 61.74%를 득표해 박 후보(38.26%)를 압도적으로 이겼다.
뉴스공장의 적극적 정치 개입은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오는 지점이다. 정청래 대표 취임 이후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검찰개혁 등 엇박자가 나자 일부 ‘친이재명’ 지지층에서 정 대표와 김어준씨를 묶어서 비판하는 여론도 생겼다. 대통령 지지율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정권 초기서부터 여권 스피커가 분화되고 있다는 것이 이전과 다르다”며 “전당대회를 일찍 치른 영향인 것도 같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 사면 이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내부 갈등은 더 커졌다. 페이스북 활동 등 조국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다수 평론가들이 비판했지만 김어준씨는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 ‘성 비위’ 사건 때도 김씨는 말을 아꼈고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들 중 일부는 ‘문재인·조국·김어준’을 묶어 이 대통령에게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김희원 실장은 “팬덤정치는 인물을 중심으로 가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이 떠오르면 이전에 지지했던 사람도 적이 된다”며 “팬덤정치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다. 김어준씨도 고민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태 실장은 “대통령은 국정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라 당정 간 충돌이 날 수 있다.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을 얘기하는데 김어준씨는 ‘반국민의힘’, ‘반검찰’이 핵심”이라고 했다.
김준일 평론가는 “김어준은 기본적으로 공격수이고 잘 드는 칼이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속이 시원하지만 민주당이 여당이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TBS ‘뉴스공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 것처럼 ‘플레이어’로서 여론을 만들려고 하는 것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 긋지 못한 민주당 책임… 부담도 민주당 몫”
뉴스공장은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된 정식 언론사다. 언론중재법 적용을 받으며 정정·반론보도의 책임도 진다. 올해부터는 대통령실 출입 매체로 등록됐다. 1인미디어 중에서도 취재력과 보도 체계가 검증됐다는 대통령실 판단이다. 기자들의 인정과 무관하게 사람들 인식은 물론 제도적으로도 뉴스공장은 언론 범주 안에 들어와 있다.
김준일 평론가는 “김어준은 이전부터 플레이어였다. 언론인이면서 플레이어”라며 “저널리스트로 인정을 해놓고 저널리즘 규범을 지키는지를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알아보니 문제 없더라’라는 식으로 현실 정치에 개입하고 음모론을 펴는 걸 손석희 전 사장이 하거나 TV조선이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래도 괜찮은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김희원 실장은 “(뉴스공장은) 저널리즘적 역할과 정치적 운동·캠페인 기능이 섞여 있다”며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다. 직접 정보를 찾아 비교하고 판단하는 것보다 누군가가 해석해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건전한 정보가 유통되는 공론장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나서서 ‘유튜브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의 담론을 지배한다면 중도 민심과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주간경향 기사에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하며 “김어준씨와는 협력적 상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 정당 기능을 외부에 이전하거나 의존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박 실장은 “결정적인 원인은 경선 과정에 있다고 본다. 강성 지지층들이 민주당 경선을 결정하는 구조가 되고 이들에게 김어준씨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니 민주당이 매몰될 수밖에 없다”며 “김어준씨가 이전과 특히 다르게 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이를 이용하는 민주당이 문제다. 민심을 얻는 것보다 강성 지지층의 선택을 받는 것이 경선에 유리하니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준일 평론가도 “뉴스공장이 바뀐 것은 없고 바뀔 일도 없다. 이미 팬덤이 구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도 않을 것”이라며 “부담은 온전히 민주당의 몫이다. 정권이 바뀌면 (김어준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져서 정권에 타격을 주는 일이 반복된다. 애초에 선을 긋지 못한 민주당 책임도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김어준의 존재가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후원은 더 좋은 기사에 도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