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방송사 프로그램에서의 생성형 AI 활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주요 방송사 시청자위원회에서도 관련 질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예능·교양·다큐멘터리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AI 영상이 활용되는 것을 두고 실제 영상과 혼동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MBC 시청자위원회에서는 선거방송부터 예능, 드라마까지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현실을 두고 제작 방식 변화와 한계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MBC 7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7월16일 개최)에 따르면 심미선 MBC 시청자위원장(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은 “‘선택 2025’ MBC 선거방송 카운트다운 영상인 ‘그날, 함께 지금’이 생성형 AI로 다 만든 프로그램”이라며 “요즘 이렇게 직접 촬영하지 않고 생성형 AI로만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가 굉장히 빨리 다가온 것 같은데, MBC에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유건욱 MBC 콘텐츠전략국장은 “‘심야괴담회’나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등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며 “프로그램 안에서 조화를 잘 이뤄가야 하기 때문에 구성 측면에서 일부 꼭지는 (AI가 아닌) 촬영하는 방식의 접근을 하고 있는 편이다. 어떤 프로그램은 생성형 AI만으로, 독자적으로 만들어 활용하고 싶은 부분은 많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인간 중심의 방송이 우선되고 있기 때문에 천천히 준비하려고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신현창 MBC 드라마스튜디오 대표는 “드라마도 AI에 대한 관심이 많다. AI 담당 자회사가 있어 같이 이야기를 해봤는데, 드라마에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며 “예능이나 교양에서 한 장면을 만들 때는 굉장히 유용한데, 드라마에서는 다른 장면과 연결이 되지 않고 앞뒤가 튄다.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만드는 소스가 전부 서구 자료라 한국의 자료를 갖고 한국 스타일에 맞게 구현이 아직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그래서 정부에서 추진하는 ‘소버린 AI’ 등이 구축되면 우리 식의 원자료가 많아서 한국 콘텐츠의 앞뒤 내용에 맞는 자연스러운 게 구현될 수 있을지 모르는데, 현재로서는 소스의 한계 때문에 드라마나 혹은 예능 재연 등에서 쓸 때 앞, 뒤에 실사로 찍은 것과 연결이 굉장히 튀어서 사실상 CG 기술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덧붙였다.
SBS 시청자위원회에선 재난 등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과 관련된 영상에서 AI 영상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SBS 7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7월23일 개최)에 따르면 김민기 위원(KAIST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SBS ‘궁금한 이야기 Y’ 7월5일 방송분 <일본 대지진설: 예언은 현실이 될까?>와 관련해 “AI 기술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영상은 제작 효율성 측면에서는 이해되지만, 예민한 주제인 예언·재난·생명 위협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요소”라고 지적했다.
김민기 위원은 “실제 동일본 대지진 영상과 AI로 합성된 재난 이미지가 혼재된 이번 방송에서는, 일부 시청자가 실제와 AI 시뮬레이션의 경계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했다고 본다”며 “더욱이 방송 왼쪽 상단에 ‘AI’라는 표기가 짧게 노출되었다가 바로 사라지는 방식은 시청자 입장에서 충분히 인지하기 어려우며,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향후 유사 시각 자료 사용 시, AI 콘텐츠임을 지속적으로 명확히 표시하고 실제 영상과 시뮬레이션 영상 사이를 시청자가 명확히 구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재신 SBS 제작국 1CP는 “AI 생성형 이미지 사용에 대해서, 현재 제작본부에서는 화면 우측 상단에 ‘AI 재연영상’ 이라는 고정 표기를 하는 규칙을 정해 공유하고 있다. AI 활용 장면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도록 더 세심하게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며 “이번 상황처럼 재난 상황을 예측한 AI활용 영상에는 ‘시뮬레이션’ 자막을 병행 표시해 실제 영상과의 혼동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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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청자위원회에선 다큐멘터리 등에 AI 영상이 삽입되는 경우 알림 문구 기준에 대한 의문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7월23일 공개된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록(7월17일 개최)에 따르면 조남익 위원(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KBS 다큐멘터리 ‘다큐 인사이트’와 ‘다큐온’ 영상 중 AI 영상을 활용한 부분이 많았다며 “‘이 프로그램에는 AI 영상이 있다’는 경고가 뜨는데 마치 나쁜 비디오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며 “‘AI 영상이 있어서 나쁘다는 얘기인지 그냥 경고를 주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AI 영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을 반대하진 않지만 사실 CG 영상도 다 가짜다. 그래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KBS 측은 “처음 하다 보니 ‘이 부분은 AI가 만든 것입니다’라는 것을 반드시 붙여줘야 될 것 같은 의무감 때문에 기계적으로 넣었던 경향이 있다”며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있는 초창기이다 보니 자막 고지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 관계된 통일된 기준이 전체 KBS 차원에서 준비되고 있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KBS는 지난 8월18일 KBS AI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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