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의 귓속말을 듣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의 귓속말을 듣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을 공식 대변해 방송사 패널에 출연시키는, 이른바 ‘패널 인증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국민의힘 대변인 출신 인사들은 “전두환식 보도지침이냐” “법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MBC 앵커도 “대놓고 이런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의아하다”고 털어놨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측 인사로 방송에 출연하는 패널에게도 당과 단일 대오를 이뤄 동일한 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당원이면서 국민의힘 명찰을 달고 패널로 나간 분이 그렇게 하는 경우 제명을 포함해 가장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민주당 패널은 원내·원외를 가리지 않고 어떤 경우라도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논조가 흐트러지지 않는데, 국민의힘 측이라고 나온 패널의 발언을 보면 민주당 패널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분이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분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라고 밝혔다. 

방송에 단골 패널 출연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 전직 대변인들은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내놓았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8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해당 행위성 발언을 일부러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을 향한 마음은 같은데 그 과정에서 방향이 살짝 다를 수는 있겠죠”라고 지적했다. 윤 전 대변인은 “여당일 때도 모 평론가(장성철)에게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라며 “오히려 방송이 엄청 많이 늘어나 그분 영향력은 오히려 더 세졌다. 현명한 대처 방식은 아니다. 방송국에서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송영훈 전 대변인도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은 정당의 인증을 받는 것보다는 시청자들이 인정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라며 “공론장에서 완벽하게 똑같은 얘기만 하면 패널들이 뭐 하러 나오느냐”라고 반문했다. 송 전 대변인은 “공식 직함을 갖고 있는 분들이 하기 어려운 얘기를 하는 것도 저희의 역할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가 넓어질 필요가 있다”라며 “다양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공론장이 건강해진다”라고 강조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누가 봐도 무리한 주장”이라며 “언론사에 이러이러한 사람만 쓰라고 요구하는 건 전두환 때 ‘보도 지침’, ‘이러이러한 기사만 내보내라’라고 하는 거하고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요즘 세상에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느냐. 그거는 언론에 대한 부당한 탄압으로 비칠 수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고, 말도 꺼내면 안 되는 얘기”라며 “누구를 인증하나? CBS가 이걸 받아들일 거냐. 아무리 보수 언론사도 그게 공표되고 그 사람만 쓰면 사람 국민이 보기에 ‘저 언론사는 무슨 권력의 하수인이야’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얘기이고, 언론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잘못한 게 아닌가”라고 거듭 비판했다. 

정광재 전 대변인도 이날 오후 MBC 라디오 ‘뉴스바사삭’에 출연해 “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헌법으로도 보장된 일이고, 당에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라며 “당이 좀 포용적인 태도를 보였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정 전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가장 문제가 된 사안 가운데 하나인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례를 들어 “직권남용죄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라며 “패널 인증제가 실효적인 구속력을 갖도록 그 방송사를 압박한다고 하면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이 방송을 진행하는 성지영 MBC 앵커(기자)는 “장 대표가 공개적으로 인터뷰하는 데서 ‘패널 인증하겠다’라고 말하는 인식이 의아하다”라며 “이런 얘기를 대놓고 한다는 면에서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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