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성 강화를 위한 ‘방송3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하자 KBS 내부에서 “한 번 시동이 걸린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송3법 개정을 막아세울 순 없을 것”이란 환영과 당부가 나왔다. EBS에선 자사 사장 임명과 이사 추천 구조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개편되지 않았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가결된 7일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공영방송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국회 과방위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며 성명을 냈다. KBS본부는 “공영방송 KBS는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괴물에 사로 잡혀 국민의 방송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권력에 굴종해왔다”며 “다시는 정권과 권력에 의해 휘둘려, 주인인 시민을 배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윤석열 정권 아래 공영방송은 방송법 개정안 통과가 왜 시급한지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라고 되짚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술친구’로 불린 박민 전 사장, 윤 전 대통령 단독 인터뷰에서 그의 배우자(김건희)가 받았다고 알려진 고가 명품백을 ‘파우치’로 칭했던 박장범 현 사장 체제를 두고 “권력에 비판적인 방송은 입틀막을 당하는 일들이 KBS 내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고 했다.

이어 “이사회 추천 단체 다양화와 사장 선임 투명화, 임명동의제 법제화 만으로도 윤석열 정권 하에서 벌어진 그 부끄럽고 참혹한 공영방송의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이번 방송법이 공영방송의 완전한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법안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공영방송보다는 조금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이 되는 밑거름이 될 법안”이라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 그 산을 넘는 과정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도 거셀 것이다. 하지만 개가 짖어도 열차는 달린다”며 조속한 방송3법 처리를 촉구했다. ‘개가 짖어도 열차(기차)는 달린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군 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하며 한 말로 저항이 강한 상황에서의 개혁을 주장할 때 종종 사용되는 표현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으로도 불리는 방송3법 개정안은 정권 교체기 공영방송 이사회가 ‘여대야소’로 재편되고 사장 교체가 반복된 문제를 끊어내자는 취지이다. 법적 근거 없이 여야 7대4였던 KBS 이사회는 15명으로 늘리고 국회 몫을 6명으로, 6대3이었던 방송문화진흥회(MBC)·EBS 이사회는 13명으로 늘려 국회 몫을 5명으로 두는 것이 골자다. 국회 외에는 시청자위원회·종사자·유관 학회·변호사 단체 등이 이사를 추천하는데, EBS의 경우 교육단체·교육부장관·교육감협의회 몫을 뒀다. 또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고 이사회가 특별다수제·결선투표로 최종 후보를 선출하게 했다.
이 밖에 공영방송 3사와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TV)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의무화하고,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은 노사동수 편성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도록 했다. IPTV·케이블SO·위성방송의 시청자위원회 설치 의무화도 포함됐다. 관련해 SBS와 지역 민영방송사들은 보도책임자 등 임명동의제를 모든 지상파 방송사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BS 내부에선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사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가 유지된다는 점 등을 들어 ‘차별적 개정안’이라는 지적이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EBS 사장이 대통령 임명 및 국회 청문 대상이 돼야 하며, 이사 추천에선 교육부 몫을 삭제하고 특정 교육단체 당연직 추천을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EBS지부는 “최근 발의된 13건의 EBS법 개정안 중 12건이 대통령 임명과 국회 청문 절차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유독 이번 통과안만은 방통위 중심의 낡은 구조를 고집했다”며 “EBS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방통위와 교육부라는 고정된 관료 권력의 통제 아래 놓여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EBS를 공영방송이 아니라 사실상 행정부 하위 기관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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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EBS는 매년 교육부와 방통위를 상대로 예산 로비를 해야 하며 TV수신료 배분(월 2500원 중 70원)조차 KBS에 의존하고 있다. 자본과 권력 모두에 취약한 구조에서 진정한 독립성과 공정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EBS는 수년간 사장, 감사, 부사장 자리에 방통위·교육부·KBS·MBC 출신 외부 인사들이 낙하산처럼 임명돼왔다”고 했다. 이어 “사장추천위원회라는 형식이 존재하더라도 예산과 인사권이 방통위와 교육부에 구조적으로 종속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누가 사장이 되든 EBS의 운영 자율성과 독립성은 결코 보장될 수 없다”라고 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부칙으로 시행 3개월 안에 새로운 법에 따른 공영방송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기존 사장은 후임자가 선임되면 물러나도록 했다. 공영방송 3사 중 윤석열 정부에서 재편된 이사회를 거친 사장은 박장범 KBS 사장이 유일하다. EBS는 법원이 2인 방통위의 신동호 사장 임명효력을 정지해 기존 김유열 사장이 사장직무를 이어가고 있다. MBC는 방문진 이사 해임·교체 시도가 법원에 의해 가로막힌 가운데 기존 안형준 사장이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남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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