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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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기자협회(회장 류성호)가 회원사들에게 ‘회원(기자) 초임이 최저임금의 1.5배 이상’ 충족하지 않을 경우 최고 ‘제명’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회원 초임을 최저임금의 1.5배 이상으로 맞추라는 조항은 광주전남기협 회원사 가입 요건인데 그동안 사문화됐던 조항이었다. 

광주전남기협은 지난달 15일 기협 소속 각 지회장에게 공문을 보내 “회원사 가입 요건(회원의 초임이 최저임금의 1.5배 이상)에 충족되지 않을 경우 운영위의 결의로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6개월간의 자격 정지, 이후 최고 제명 등을 결의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월 206만740원이다. 최저임금의 1.5배면 신입기자 임금이 월 310만 원은 돼야 한다. 광주전남기협은 지난 7월 운영위 의결에 따라 내년(2025년) 1월부터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제출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광주전남기협 규약을 보면 제8조에서 “가입 신청사는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위반한 적이 없고 회원의 초임이 노동부가 고시한 최저임금의 1.5배 이상이어야 하며 신청 시점 이전 1년 동안 체임 사례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했고 제33조(징계사유)에선 “심의 결과 여건을 충족시키기 못한 회원사의 경우 운영위원회 결의로 3개월 간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이후에도 개선이 안 될 경우 6개월간의 자격 정지를 결의할 수 있다”며 “자격정지 기간을 포함해 1년 동안 규약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운영위원 재적위원 3분의2 참석, 참석위원 3분의2가 찬성하면 협회에서 제명을 결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광주전남기협은 18개 회원사인데 지역일간지 상당수가 최저임금 1.5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과거 광주전남 지역일간지들도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지역 은행권 수준으로 급여가 괜찮았는데 외환위기 이후 임금이 대폭 삭감됐다. 임금 회복이 쉽지 않자 기자협회 차원에서 2000년대 초 ‘최저임금 1.5배 규약’을 만들었다. 또한 임금 수준이 너무 낮으면 저널리즘 윤리를 어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회원사로 받기 어렵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일간지들 상당수가 해당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해당 규약이 사문화된 것이다. 

광주전남기협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지역일간지들이 갑자기 신입 임금 수준을 300만 원 이상으로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단 올해 광주전남기협에선 해당 규약 내용을 공론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 류성호 회장은 지난 1월 선출돼 임기는 내년(2025년) 말까지다. 

기자들은 당장 자격박탈을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광주전남기협 소속 A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격 박탈의 목적보다는 임금 협상시 경영진 압박 성격이 더 클 것”이라며 “노사 협상할 때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기협 소속 B기자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표면상으로는 기자협회 요구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설마 1.5배 규정을 관철해 자격정지가 될까’ 싶은 생각도 있다”며 “어느 정도 타협점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동시에 기자협회에 가입하려는 신생 언론사에 대한 장벽을 강화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A기자는 “최근 지역경제 규모를 보면 초임을 최저임금의 1.5배를 주는 게 사실상 어렵다”며 “그러니 신규 회원사에겐 장벽이 될 수 있고 만약 1.5배 정도 주는 복지가 괜찮은 언론사가 회원사로 들어오면 좋은 점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기협 운영위에서 이 규약을 적용하겠다는 결정은 지난 7월에 있었다. 류성호 회장은 당시 기자협회에 “제대로 된 처우가 보장되지 않고서 현장에서 떳떳하게 취재하기 어렵다.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언론이 되는 것이 목적”이라며 “저임금으로 기자들이 그만두고 직장은 더 황폐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데 협회의 이번 결정이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지난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7월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며 “공지가 회사에 제대로 안 됐다는 얘기가 있어 확인하는 차원에서 (지난달)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협 차원에서 공론화를 하는 것에 비해 실제 명문화해 각 회원사로 공문을 보낸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실제 일부 회원사가 자격 박탈될 수도 있어서다. 류 회장은 “(자격박탈을) 예단하고 한 일은 아니다”라며 “강제규정은 아니고 ‘징계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사 처우를 회사에 강제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회원사 자격 유지 관련해 규정이 있고 사문화된 규약을 시행하자는 운영위 결론이 있어 그대로 일단 가는 것”이라고 했다. 

광주전남기협 회원사는 KBS광주, 광주MBC, 목포MBC, 여수MBC, KBC광주방송, CBS광주, CBS전남, BBS불교방송,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광주일보, 무등일보, 광주매일신문, 전남일보, 전남매일, 광남일보, 남도일보 등 18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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