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용지를 공급하는 제지3사(대한제지·전주페이퍼·페이퍼코리아)가 용지가격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연속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담합한 정황이 포착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 만에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제지3사는 담합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신문사가 우월적 지위에 있어 대항 카르텔 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제지3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해야 한다”고 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제지3사의 신문용지대 담합 사건에 대한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제지3사는 2021년 10월 신문용지 가격을 톤당 10%를 올린 후 1년이 안 된 2022년 4월 원재료값 상승 등의 이유로 10%를 추가로 올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신문사들에게 보냈다. 그러자 그해 5월 초 신문협회 산하 경영지원협의회(경영지원협)는 제지3사에 간담회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제지3사는 회신하지 않았다.
이후 경영지원협은 제지3사에 그해 6월 말까지 인상을 유예해달라고 공문을 보냈으나, 또 회신하지 않았다. 2022년 5월31일 제지3사는 신문협회 소속 3개 회원사(종합일간지 2곳과 경제지 1곳)에 그해 6월2일부터 물량 50% 감량해 공급하겠다고 구두로 통보했다. 실제 그날부터 해당 신문사 3곳은 감량된 신문용지 물량을 공급받았다. 이에 신문협회는 제지3사에 신문용지 가격 인상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협의체를 제안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언론노조도 2022년 11월 제지3사가 △부당한 공동행위 △불공정거래행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를 한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31일 <제지 3사 ‘신문용지대 담합’ 시인 공정위는 ‘경제검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입증하라> 성명서에서 “전원회의에서 언론노조가 제기한 담합 의혹 전체가 사실로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제지 3사 관계자들은 마치 첩보작전을 하듯 서울시청 주변 등 여러 장소에서 만나며 용지대 가격 인상 담합을 공모하고 감량 조치 등 신문사 압박 수단을 강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 그 공모에 따라 실제로 용지대 가격이 일제히 올랐고, 이에 저항하는 신문사에는 물량 감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피심인으로 출석한 제지 3사는 담합 행위 일체를 인정하면서도 담합이 ‘신문용지 산업의 점진적 쇠락’, ‘원재료비 상승’ 등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오히려 신문사가 ‘우월적 지위’에 있기에 제지 3사의 담합 행위는 그에 맞서는 ‘대항 카르텔’로서의 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전원회의에 참석한 심사위원들은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을 저지른 제지 3사의 ‘변명’에 ‘질타’에 가까운 질의를 쏟아냈다. 감량 공급 등 압박 조치를 할 수 있는 제지 3사가 어떻게 대항 카르텔일 수 있느냐는 반문도 나왔다”고 했다.
성명에 따르면 결국 공정위 심사관은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을 포함한 조치의견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제지업계 담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1996년에는 신문용지 담합에 대해 공정위가 2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고, 2016년에도 인쇄고지와 신문고지 구매 담합과 관련해 193억여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제지업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용지 시장과 나아가 신문 인쇄 시장을 좌지우지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란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언론노조는 “가뜩이나 생존 위기에 처한 신문산업을 벼랑으로 몰고, 신문 노동자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한 제지업계의 담합 행위을 강하게 규탄한다. 아울러 상황이 이런데도 개별 신문사의 유불리, 협회의 입장만 따지며 적절한 대응 대신 뒷짐만 진 사용자 단체들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담합 혐의는 언론노조 신문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론화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용지대 인상을 빌미로 신문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려 했던 일부 사용자들의 작태에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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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언론노조는 “공정위에 요구한다”며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제지 3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을 통해 공정거래법의 엄중함을 스스로 보여주길 당부한다. ‘경제 검찰’ 공정위가 솜방망이 제재로 ‘자본 봐주기’에 나섰다는 비판에 직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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