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 야당이 1일 공동 발의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이 위원장이 지난 31일 취임식 당일 선임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6명은 MBC 구성원들을 탄압하거나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등 보수 성향 단체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신문이 탄핵소추 소식을 주요 지면에 올린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신임 방문진 이사들 면면을 주요 지면에 다뤘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 등 야당은 이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이날 공동발의했다. 야당은 이 위원장이 전날 김태규 상임위원과 2인 체제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KBS 이사를 추천하고,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임명을 강행한 점을 사유로 들었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야당은 2일 낮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탄핵안 가결에 앞서 사퇴할 것이 예상됐지만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간을 두고 보자”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 위원장이 전임 위원장과 달리 직무 정지되더라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받으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풀이했다. 경향신문은 “탄핵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돼도 이 위원장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 엄호에 나섰다. 한동훈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무고 탄핵”이라며 “민주당이 탄핵이라는 헌법상 중대 제도를 정치의 잔기술로 희화화시켰다”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본회의 전 규탄대회를 열어 “(민주당이) 중대한 법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마구잡이식 무고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며 “국정에 대한 폭력이자 테러”라고 말했다.

이진숙 방통위 선임 공영방송 이사진
MBC 탄압, ‘룸살롱 접대’ 논란에 극우 언행 등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 당일 ‘2인 체제’ 방통위에서 선임한 방문진 이사진엔 MBC 탄압에 가담했거나 극단적 정치성향을 보이는 등 논란을 빚은 인물들이 대거 포함됐다.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등 보수 성향 단체에 몸담은 이들도 포함됐다. 방문진은 MBC 사장 추천권과 해임권을 갖는다.
한겨레는 1면에서 5개 언론사 공동기획 ‘언론장악 카르텔’ 기획으로 방문진 이사들의 전력을 보도했다. 윤길용 방문진 이사는 2011년 김재철 사장 당시 시사교양국장을 맡으며 4대강 사업 등 정부 비판 보도를 한 ‘PD수첩’ 제작진을 전출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조찬 기도회 무릎기도 논란 취재 중단을 지시했다. 새미래포럼,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등에 몸담으며 최근엔 ‘가짜뉴스 백서 출판기념회’에서 “민주노총 언론노조원은 홍위병이 아니라 킬링필드의 크메르루주”라며 “안경 쓰면 죽이고 총알이 모자라 가스실에서 죽였다”고 주장했다.

임우용 이사는 같은 시기 라디오본부장으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김미화씨 교체를 시도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코너를 맡던 김종배 평론가가 퇴출됐고 배우 김여진씨 출연이 무산됐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는 폐지됐다. 2011년 6월 MBC PD협회는 이우용 이사와 윤길용 이사를 제명했다.
임무영 이사는 전직 검사로 책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에 언급됐다. 책엔 2003년 대검찰청 사무 감사를 받은 부산지검이 룸살롱 접대 자리를 마련했고, 이 현장에 당시 부산지검 검사였던 임 이사도 있었다는 내용이다. 임 이사는 책 내용을 부인했다. 검사직을 떠난 뒤에는 “전 사회가 빨갛게 물들어 있다”고 하거나 지난달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를 언급하며 “인어공주 스타일”이라고 하거나 “조선인들은 자존심과 자기애가 강한 반면 자존감은 매우 낮다”고 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
방통위가 추천한 KBS 이사 7명은 다음달 1일 임기를 시작한다. 서기석 이사장과 권순범 이사는 연임한다. 경향신문은 “서·권 이사를 포함한 여권 이사들은 지난해 김의철 전 KBS 사장 해임과 박민 현 KBS 사장 임명을 제청했다”며 “황성욱 전 방심위원은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함께 편파·표적 논란이 일어난 신속심의를 진행했고, 지난해 방심위 통신소위원장 때 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 심의를 강행했다”고 했다.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은 보수언론단체인 바른언론시민행동 소속으로 지난해 ‘후쿠시마 괴담 어떻게 확산되나?’ 토론회를 국민의힘과 개최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공정언론국민연대 출신으로 2016년 방문진 이사회에서 고영주 당시 방문진 이사장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왜 공산주의자인지 주장하는 원고를 1시간 낭독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일부 보수신문은 탄핵소추 시도 자체를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세계일보와 조선일보, 한국일보는 6개 야당의 이 위원장 탄핵소추를 ‘입법폭주’ 또는 ‘민생외면’이라 규정했다.
세계일보는 “이 위원장이 취임 5시간 만에 이사진을 선임했다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방통위법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고 재적자 과반수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노란봉투법’과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본회의 회부를 두고도 “파업 만능주의”이자 “포퓰리즘 비판을 받는” 법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도 “이 위원장이 단 하루 만에 쫓겨날 만큼 중대한 불법을 저질렀다는 건가”며 “(민주당이) 하루는 탄핵, 하루는 특검식이다. 그 두 달간 여당과 합의 처리한 민생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공직자 탄핵소추는 헌법과 법률 위반일 경우로 엄격히 제한됨에도 미약한 근거로 추진부터 한다면 이게 ‘탄핵 중독증’”이라며 “민생 외면하며 어디까지 후안무치할 건가”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야당이 어제 ‘전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표결을 추진하자 국민의힘은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다시 시작했다”며 “민생이 어려운데 민의를 대변할 국회는 ‘무한 전장(戰場)’”이라고 했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 내정… 반노동, 색깔론 비판 계속
극우·반노동 행보로 비판을 받아온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고용노동부 장관에 내정된 뒤 그의 논란을 다룬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노동부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 노동부 직원 A씨는 경향신문에 “직원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거나 창피해하고 있다. 김 내정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다 알고 있지 않으냐”며 “극우 유튜버가 장관이 된다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B씨는 경향신문에 “예전에 경기도지사 시절 119센터에 전화해 ‘나 도지사’라며 (관등성명을 대라고) 한 말, 세월호 추모를 두고 ‘죽음의 굿판’이라고 한 발언 등은 공직자로서 좀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김 내정자는 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며 ‘반노동 인사라는 평가에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반노동이 뭐냐”고 반문했다. 이어 “나는 노조 출신이고 아내도 노조 출신이고 형님과 동생도 노조 출신”이라며 “이런 말을 하는 분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씀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헌법·민법 체계가 흔들려선 안 된다”, “현대차의 수천개 도급업체들이 다 몰려와서 책임지라고 해서야 사업을 할 수 있겠냐”라며 반대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가 이를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노란봉투법의 목적은 상당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 관행을 멈추게 하고, 하청의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김 후보자가 한목소리로 ‘약자 보호’에 나서겠다면서 이를 거부할 명분이 무엇인가”라고 했다.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 9년 만에 ‘정규직 첫 출근’
1일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9년 만에 ‘정규직’으로 ‘첫 출근’을 했다.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은 2015년 5월29일 노조를 만들었다. 구미산단 최초 노조였다. 이들은 같은해 6월30일 문자 한 통으로 해고돼 9년 간 거리에서 싸워왔다. 지난 11일 대법원 선고로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1면과 6면에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첫 출근 현장을 보도했다. 신문들은 “당초 해고된 117명 가운데 소송에 참여한 22명 모두가 복직 판결을 받았고,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는 조합원 1명을 제외한 21명이 모두 출근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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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지회장은 두 신문에 “오늘 출근길은 수많은 동지가 9년간 함께 만들어 온 길”이라며 “회사는 9년을 길거리에 있었던 우리가 출근하기 위한 준비시간으로 단 하루도 주지 않았다. 회사는 아직 반성도 사과도 없다. 투쟁 2막도 당당히 승리하겠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는 11일 대법원 선고 뒤 사측에 출근 시기와 노조 활동 보장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사측은 즉각 출근을 명령하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무단결근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답신에는 수신인으로 지회가 아닌 ‘차헌호 외 21명’을 적었다. 최근엔 정규직 노동자 200명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한겨레는 “노동자들은 출근 뒤 투쟁 2막을 준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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