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오전 국민인권위원회 앞에서 개최된 '장애 편견을 부추기는 언론사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 제소 기자회견'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공.
▲ 지난 29일 오전 국민인권위원회 앞에서 개최된 '장애 편견을 부추기는 언론사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 제소 기자회견'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공.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들이 발달장애인을 위험한 인물로 묘사하는 등 편견을 부추긴 언론사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장애인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자격증이 필요한 시각장애인 일자리 사업과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 발달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비교하며 제목에 ‘무자격 발달장애인’이란 표현을 쓰거나 급여를 두고 형평성을 문제삼은 점도 지적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29일 여성경제신문과 A기자를 인권위에 제소했다. 이들은 같은 날 인권위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A기자가 작성한 여성경제신문의 기사가 발달장애인을 위험한 인물로 묘사하고 차별을 조장했다며 인권위의 차별 구제과 제도개선 권고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아울러 사과 및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언론중재위원회 언론조정 절차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비판한 기사는 지난달 23일자 여성경제신문의 <[단독] 2000시간 교육 안마사나 무자격 발달장애인이나 똑같이 129만원···장애인 일자리 형평성 논란> 기사다. 기사는 “약 2000시간에 달하는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안마사 자격증’을 보유한 시각장애인과 무자격증임에도 취업이 가능한 ‘요양보호사 보조’ 발달장애인의 급여가 같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 여성경제신문 4월23일자(위), 5월2일자 기사 제목 갈무리.
▲ 여성경제신문 4월23일자(위), 5월2일자 기사 제목 갈무리.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장애인 사이의 급여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특화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국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요양보호사 보조 업무를 하는 발달장애인은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더라도 시각장애인과 보수가 같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윤대현 대한안마사협회 사무총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안마사는 전문 직능인이다. 그것에 맞게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며 “직무 전문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장애인 일자리로 취급해 동일한 급여 적용을 한다는 게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지난 2일 기사 <요양보호사 보조 역할에 발달장애인을?···“현장 모르고 하는 소리”>에선 “(발달장애인의) 요양보호사 보조 역할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며 발달장애인의 행동 장애를 부각했다. 기사는 “공격성이 짙은 행동 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거주하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 보조 역할을 수행할 때 위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했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발달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를 지원·개발하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9일 기자회견에선 요양보호사 보조 노동자 당사자인 발달장애인 최소연씨가 발언에 나섰다. 최씨는 “우리가 발달장애인이라고 해서 충동적이고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우리는 맡은 역할을 잘 해내고 있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우리는 어르신들에게 위협이 되거나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 일을 좋아하고 꿈을 가진 청년”이라며 “장애를 보고 우리의 능력을 의심하고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29일 여성경제신문과 A기자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공.
▲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29일 여성경제신문과 A기자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공.

김남연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는) 사실상 최저임금인 대체 일자리”라며 “이것조차 발달장애인을 비하하고 폄하하나”라고 물었다. 김 대표는 “정말 일자리가 힘든 장애인들에게 복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이것도 못한다는 의미로 ‘무자격 발달장애인’이란 타이틀을 붙이나”라며 “발달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는 세상, 장애인이 사회인으로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는 세상을 위해 앞장서야 할 언론이 발달장애인을 무참히 짓밟았다”고 말했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사업을 포함한 장애인 일자리 사업 모두 최저인건비 사업”이라며 “그런데도 기사는 마치 발달장애인이 시각장애인 안마사에 비해 무자격인데도 (급여를) 많이 받고 있는 느낌을 받게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윤대현 총장의 말처럼 ‘전문직능인으로서 처우를 개선하라’고 하고 싶었으면 그 얘기에 집중하면 된다”며 “‘동일한 급여 적용이 불합리’하다면서 타 장애군이 받는 급여를 끌어다 억지 비교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발달장애인의 요양보호사 보조 역할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한 후속 기사에 대해서도 “발달장애인이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심각한 왜곡 행위로서, 일정 직무나 직종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분리·배제 거부를 조장하는 행위”라며 “발달장애인은 직무 수행에 있어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있으며 이들이 수행하는 보조 업무 역시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두 기사의 결론은 ‘발달장애인은 위험한 사람들이라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등 일은 하기 부적절하니 다른 일을 알아봐라’라는 것”이라며 “사회적 영향력이 큰 언론보도의 차별 행위는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을 꿈꾸며 노력하는 발달장애인들과 통합사회의 희망을 열망하는 그 가족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는 행태”라고 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들을 요양보호 보조인으로 고용하고자하는 요양시설의 의지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성경제신문측은 해당 기사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경민 여성경제신문 편집국장은 30일 미디어오늘에 “기사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에 대한 대우가 열악하다는 내용이지 발달장애인의 급여를 깎으라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업의 비교가 왜 필요했는 지 묻는 질문에 대해선 “(특화형 일자리엔) 두 직군 밖에 없다. ‘같은 일자리 사업에서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이 정도 받는데 자격증 있는 사람은 왜 이만큼 밖에 안주냐’는 얘기”라며 “발달장애인을 특정한 게 아니고 그 사업에 두 직군밖에 없어서 둘을 비교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요양원에는 치매 환자가 많아서 실제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서로 위험할 수 있어 발달장애인을 일하게끔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한 것”이라며 “무조건 발달장애인들은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자격 발달장애인’이란 제목 관련 비판에 대해선 “본인들이 그렇게 읽은 거지 팩트는 틀린 게 없다”며 “처음부터 제목이나 기사 내용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연락했으면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데 공격적이고 무례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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