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2일 MBC 유튜브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해 9월22일 MBC 유튜브 보도화면 갈무리.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외교부와 MBC가 법정에서 만났다. 19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정정보도 청구 소송 첫 공판에서 재판부는 양측에 음성 감정을 제안했다. 향후 재판은 △‘바이든’ 자막 등을 오보로 판단할지 △첫 보도의 책임을 유사한 이후 보도와 다르게 볼지 △외교부의 피해를 인정할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에게 (정정보도) 청구권이 있느냐와 실제 발언이 있었는지 보도 내용의 진실성, 크게 두 가지”라며 “신속한 종결을 위해 둘 중 하나의 길을 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재판부는 첫째로 “외교부가 원하는 형태의 반론 보도로 종결하는 것”을 제안했고, 둘째로 “정정보도까지 구태여 원하신다면 음성 감정을 한 번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에 외교부측은 “다음에 말씀하신 취지에 맞게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MBC측도 “반박서면을 보고 답하겠다”고 밝힌 뒤 “지금으로선 반론보도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MBC측은 그러면서 “보도된 대통령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면 실제 발언이 뭐였는지 설명해줘야 하는데 외교부 소장에선 발언 취지만 나오고 어느 부분이 실제 대통령 발언과 달랐다는 건지 설명이 없다”며 “다음 서면에서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MBC를 대리하는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외교부가 직접 거론된 게 전혀 없는 보도인데 외교부가 원고로 나서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당사자 적격성이 쟁점”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2020년 대통령비서실에서 김정숙 여사 보도(<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와 관련해 중앙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판례를 보면 원고적격이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 이 사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당시 재판부는 “보도 대상자들의 업무를 보좌한다는 이유만으로 넓게 소송 주체를 인정한다면 힘 있고 돈 있는 집단을 이끄는 사람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그들에게 비판적이라고 생각하는 언론기관이나 언론인을 상대로 각종 법률적 다툼을 벌임으로써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해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서실이 소송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중앙일보 판례와 마찬가지 판단을 한다면 MBC-외교부 소송은 ‘기각’ 가능성이 높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언론조정신청서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도 외교적 위상과 경제적 규모에 걸맞은 기여를 다해야 하며, 이를 위해 관련 국회 예산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취지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비공식적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결코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해외순방을 떠나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당시 MBC는 편파방송을 이유로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해외순방을 떠나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당시 MBC는 편파방송을 이유로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외교부는 “부당한 논란으로 국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언론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했으나 (MBC는) 대통령실에 충분한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윤 대통령이 미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며 “실제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미국’이라는 단어를 임의로 자막으로 삽입해, 윤 대통령이 마치 해당 발언을 한 것처럼 시청자의 오해를 유도했다”고 했다. 

외교부는 “MBC 보도 직후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수많은 국내외 비판에 직면했다”며 “우리나라를 70년을 함께한 동맹이자 혈맹을 조롱한 나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한 것은 바로 MBC”라고 했다. MBC는 외교부의 법적 대응을 비롯한 정부여당의 전방위적 대응을 두고 “비판을 빠져나가기 위해 한 언론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언론 통제이자 언론 탄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다음 기일은 7월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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