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미디어 관련 공약에도 주요 이슈가 있고 비주류 이슈가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나 차기 정부의 미디어기구 개편은 자주, 주요하게, 구체적으로 다루지만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나 지역언론 등의 의제는 형식적으로 다루거나 관련 공약이 없는 경우도 있다.
미디어오늘이 이번 대선후보 공약집을 살펴본 결과 언론계 내에서도 소수자 이슈로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이나 지역언론 문제 등을 자세하게 고민한 곳 중 하나는 진보당이었다. 김재연 진보당 후보 공약집을 보면 공약별로 ‘현황 및 문제점’, ‘목표’, ‘방법’ 등 왜 해당 공약이 필요한지부터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여타 후보와 비교할 때 공약집이 가장 구체적이었다.

김 후보는 ‘언론개혁’ 분야에 7가지를 공약했는데 이중 3가지가 취약계층 접근권 보장·지역언론 지원·비정규직 노동권 보장 등이었다.
‘미디어·통신 기본권 보장’을 보면 코로나 확산 이후 자영업자 피해가 증가하고 노동자 실업 확산 등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디지털 격차와 교육 격차가 커져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 소득, 교육수준, 장애, 젠더, 연령 등의 격차 없이 누구나 미디어를 활용해 시민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코로나 시기에도 재벌 이동통신3사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 14조2267억원과 1조1086억원에 달하며 영입이익은 2020년 1분기와 비교할 때 20% 이상 증가했고 직전 분기(6734억원)와 비교할 때도 두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에 김 후보는 부를 독잠하는 재벌 대기업에 맞서 보편적 통신망 활용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약의 목표는 정보 접근과 통신망 활용에 대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고, 이를 위해 취약계층에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무상지원,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공공 이동통신망 확대, 보편요금제를 도입해 중저가요금 시대로 전환 등을 주장했다.
‘지역방송·언론 지원’ 공약에선 현 정권의 지역언론 정책의 한계부터 지적했다. 진보당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미디어 지역 다양성 강화’, ‘미디어 다양성 보강을 위한 공적기금 신설’을 약속했지만 진척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상시법으로 전환됐으나 해마다 줄고 있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 등은 여전히 해결과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40여 풀뿌리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케이블방송 지역채널의 자체제작과 본방 비율 확대가 필요하지만 산업환경 변화로 제작여건이 악화됐고, 통신사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으로 지역성을 약화할 우려가 제기되는 방송계 현실도 진단했다.
이에 지역언론 지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진보당은 지역신문발전지원센터 설립과 지역신문발전기금 강화를 공약했다.
현재 지역신문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은 여러곳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활용한 각종 사업에 대해 지원 대상 신문사를 선정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사무국 역할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맡아 실무를 진행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신문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예산이 계속 줄어 푼돈 수준의 지원으로 지역신문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지역신문사의 행정절차는 복잡해지고 있다. 지역신문 지원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며 건강한 지역신문들 사이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지역신문발전지원센터 설립이다.
진보당은 지방자치단체 공고와 고시게재시 풀뿌리 지역언론 차별 금지를 공약했다. 현재 고시·공고 게재는 중앙일간지 등에 한정돼 있다. 소규모 지역주간지에도 고시공고를 실을 수 있도록 하면 주민들의 알권리 보장이 가능하고, 고시공고 게재료 등을 중앙일간지가 독식하는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 이 역시 풀뿌리 지역언론에서 제기했지만 언론계에선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이슈다.
또 진보당은 프로그램 제작지원 기금 등 케이블방송 지역채널의 지역성 강화도 주장했다.
‘미디어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공약은 비정규직 노동권 문제를 중요시하는 진보정당으로서 자세하게 내놨다.
김 후보는 공공부문 방송사 대상 조사 결과 국내 공공부문 방송사 비정규직은 18.9%(기간제 4.3%, 간접고용 14.5%)이고, 프리랜서는 15.9%(여성 71.2%, 작가 34.2%)라고 지적했다. 방송사 프리랜서는 월평균 180.3만원으로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할 때 약 24.7% 수준이며 다수가 프리랜서 직무인 리포터(98.3만원), 수어통역(122.3만원), 캐스터(120.2만원) 등 수치를 제시한 뒤 “언론계 만연한 ‘무늬만 프리랜서’식 비정규직 고용 관행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드라마 제작현장 역시 지난 2019년부터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에 관해 논의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SBS는 협의체 출범 초기부터 참여하지 않았고, 최근 MBC도 불참을 선언한 점을 지적했다. OTT 출연자의 경우 46.7%가 구두계약을 맺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후보는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해고된 방송작가 등 비정규직 노동자 원직 복직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등 불공정 계약 근절 △방송작가 등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에 노동기본권 보장 △간접고용 원청의 사용자 지위 법적 명시,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근로계약 강제 △드라마 제작현장을 포함한 미디어 기업집단 근로감독 정례화 △방송프로그램 편성 취소나 결방 시 임금보장과 생계지원 대책 마련 등을 공약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지역언론 진흥과 미디어노동자 관련해 비슷한 내용으로 개혁적인 공약을 내놨다. 다만 현실진단이나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자세한 설명 없이 여러 공약을 나열한 점을 아쉬운 부분이다. 심 후보는 역시 언론계에선 비주류 이슈인 공동체 마을미디어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점을 평가할 만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간 전국 협력체계를 만들고 미디어 교육·시청자 참여·마을 미디어·공동체 라디오 방송·지역 미디어센터 등으로 파편화한 정책들을 체계화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 공영방송·지역언론·마을미디어…심상정 언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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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역미디어 공약과 방송작가 등 방송계 비정규직에 대한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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