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이 거듭됐던 방송법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배기선 민주당의원)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이후 방송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방송 시장 개방과 방송환경 변화 등 본질적인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 여야간 방송위원 나눠먹기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번에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배분에 있어 한나라당의 몫을 2명으로 하는 것이 주요 골자로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 구성 등 실질적인 방송법 개정을 요구해왔던 언론시민단체들과 학계의 주장과는 ‘개정’의 폭과 내용이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개정안은 방송위원 수를 현행 9명으로 유지하는 대신 상임위원 수를 기존 4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방송위원 수를 7명으로 줄이고 대통령 추천 1명과 국회의원 의석비율에 따라 나머지 6명을 배분하자는 한나라당의 개정안에 대해 방송계와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상임위원 구성에 있어 2명을 원내교섭단체에서 추천한 인사 즉 야당의 몫으로 배정했다. 때문에 개정안에 따른 방송위원 구성은 정부·여당이 5명 한나라당 3명 그리고 자민련 1명이 된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은 당리당략에 치우친 정략적 협상결과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방송위원 구성비율을 보면 정치권의 방송에 대한 영향력이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방송의 독립성 강화’가 실제로는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 방송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있음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 됐다.

민주당 또한 소수여당으로서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개정에 있어 아무런 구심을 발휘하지 못한 채 한나라당 주장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양상을 보였다. 무엇보다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공청회를 단 한차례로 열지 않음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에 있어 심각한 결함을 안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곧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 2기 방송위원회 구성 또한 누적된 방송계 현안의 해결보다는 당리당략의 이해관계에 치우칠 가능성이 높아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 28일 각각 성명서를 내고 방송법 개정안의 문광위 통과를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번에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추천 상임위원 몫만 1명 늘어날 뿐이어서 방송법 개정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방송법 개정은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국회는 방송법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차기 방송위원에는 민주당에서는 성유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과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한나라당에서는 임형두 현 방송위원이 확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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