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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기자 협박 사건 재판 “거짓말하네요” 일침 놓은 판사
제천 기자 협박 사건 재판 “거짓말하네요” 일침 놓은 판사
공무원 폭행·협박한 기자, 진술 바꾸는 증인들… 엇갈린 증언에 대질신문, 판사 “위증 확인”

공무원을 폭행·협박해 기소된 제천 지역 기자들 재판에서 판사가 “위증하는 증인이 있다”고 단언했다. 수사기관에서 공무 집행 방해 피해를 봤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제천시청 공무원들이 법정에서 진술을 바꾸면서다.

청주지법 제천지원 형사단독 정경환 판사는 11일 오후 열린 이 사건 공판에서 제천시청 산림공원과 공무원 양아무개 팀장과 장아무개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충청매일 A기자의 피해자다.

검찰은 지난해 4~5월 A기자가 제천시 ‘의림지 한방 치유숲길 경관조명 설치 공사’의 관급 자재 구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특정 업체를 계약에서 배제하라거나 특정 업체와 계약하라고 요구하면서 공무원 업무를 방해했다는 요지다. 증인 양 팀장과 장씨가 당시 이 계약을 담당했다.

▲제천시청 전경. 사진=제천시청
▲제천시청 전경. 사진=제천시청

 

‘전기감독 안아무개 주사가 관급자재 업체와 결탁돼 문제가 많다. 기존 계획대로 발주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설계대로 관급자재 물품을 구입하지 마라. 그래도 한다면 비리 사업이라고 보도하겠다’

'ㄱ업체에 배정된 금액이 1300만원 밖에 안돼 내가 위신이 안 선다. ㄱ업체에 더 많이 반영하든지, 안아무개 주사가 설계한 업체를 다 내려라. 설계대로 하면 비리 사업이라고 언론에 쓰겠다.‘ 

검찰이 양 팀장과 장씨의 수사기관 진술을 토대로 밝힌 A기자 위협 발언이다.

진술은 법정에서 바뀌었다. 양 팀장은 수사기관 조서에 적힌 진술 대부분을 ’직접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협 발언이 있었던 하루는 출장 중이라 사무실에 없었고, 또 다른 날엔 자신이 자리를 먼저 비워 아래 직원 장씨와 A기자만 대화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위협 발언이 경찰 조서에 적힌 건 경찰의 말이라고 양 팀장은 밝혔다. 수사관이 당시 상황을 먼저 물어보면 자신은 ‘네’라고 대답만 했다는 취지다.

양 팀장은 ‘문제를 기사로 쓴다’는 A기자 말을 듣지 못했다고 거듭 밝혔다. 검찰은 이에 ‘언론에 보도되면 사실 여하를 불문하고 상부 질책을 받는 등의 이유로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적힌 그의 경찰 조서 진술을 공개하며 “이 말은 왜 했느냐”고 물었다. 양 팀장은 “여러 번 같은 얘길(비판) 들으면 압박을 느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양 팀장은 재판부 지휘로 장씨와 법정 대질신문까지 했다. “증인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네요.” 판사의 단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A기자가 문제 발언을 한 날 양팀장은 ‘자리에 없었고 직접 들은 적 없다’고 했으나 장씨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고 밝힌 것.

장씨도 수사기관 조서에 적힌 진술 중 일부만 기억난다고 증언했다. ‘당초 전기감독의 계획대로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등의 발언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A기자 변호인이 ‘심리적 압박으로 ㄱ업체에 일감을 몰아줘야겠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아니”라고 답했다. 또 A기자 개입 후 기존 계약 과정을 백지화하면서 계약 기간에만 한 달이 더 소요된 것을 자신의 업무 미숙에 이유를 돌렸다.

그러나 정 판사가 “기자가 시청 사업에 어떤 권한으로 개입할 수 있느냐”고 묻자 장씨는 “기자이기 때문에 문제에 대해 말할 수는 있지만 ‘업체를 빼라, 빼지 말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A기자가 아니라) 업체가 직접 이의 제기했어도 기존 설계를 다 뒤집었겠느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증인들의 진술 축소나 번복은 이 사건 수사 때부터 지적된 문제다. A기자는 시청의 언론 광고비 배분까지 맡는 등 영향력을 가진 출입기자인데다 그의 형은 제천시청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 때문에 피해를 입은 공무원, 지역 기업인들도 공론화에 나서지 않으려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실제 한 참고인은 경찰에 채무상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가 추후 입장을 번복했다. 경찰 조사에 협조한 또 다른 피해자 3명은 무고죄로 피소돼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 고초를 겪었다. 

A기자는 지난해 12월 폭행치상, 도박장개설, 협박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동료인 충남일보 B기자도 강요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두 기자의 피해자 모두 제천시 공무원이다. 이들보다 6개월 전 업무상배임으로 기소됐던 제천시 공무원 C씨는 A기자와 도박장개설 공범 혐의가 추가되면서 사건이 합쳐져 함께 재판을 받는다. C씨는 A기자의 친형이다.

다음 공판은 내달 22일 오후 4시 열린다. A기자와 C씨의 도박장개설 혐의 등을 증언할 증인 3명이 출석한다. 이날 A기자 측이 신청한 ㄱ업체 대표도 증인 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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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2021-05-12 12:55:29
진술은 법정에서 바꼈다. → 진술은 법정에서 바뀌었다. 수정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