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이 지났다. 765kv 초고압송전탑을 두고 10년을 지속해 온 밀양의 싸움은 작년 이맘때 강행된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으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지금 밀양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이미 진 싸움 아니냐고, 지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고 되묻는다.

과연 싸움은 끝났고, 밀양은 패배한 것일까?

밀양 할매들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오늘도 싸움을 살아내고 있다. 농사를 돌보는 틈틈이 현장에 나간다. 할매들은 지금도 매주 토요일 영남루 앞에서 모여 촛불집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밀양을 넘어 전국을 돌며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 지난해 할매들의 이야기가 [밀양을 살다] 구술프로젝트를 통해 책으로 엮여 나왔고, 최근에는 전국 순례 기행을 담은 기록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도 출판이 되었다. [밀양 아리랑]을 통해 영화배우로도 데뷔를 했다.

밀양대책위 주민으로 [밀양 아리랑] 영화에도 출연한 분 중에 김영자 총무님도 계시다. 평범한 소시민들의 마음을 적시던 유행가 ‘사랑하는 영자씨’가 생각나는 분인 김영자 총무님은 [밀양을 살다]의 한 대목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건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잖아요. 그 사람들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고, 탈핵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내 지역의 미래를 보면 우리 지역에 송전탑이 안 들어서는 게 맞죠.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면 탈핵이 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이 싸움이 끝이 나도 ‘나는 함께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우리 아들이 ‘이 싸움이 끝이 나도 엄마는 끝이 안 날 것 거 같습니다’ 해요. 나는 못 잊을 것 같아요. 우리 싸움이 끝나도 그 곳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작지만. 우리도 이렇게 많은 분들 도움을 받으며 싸우고 있잖아요.”

   
 
 

그녀의 싸움은 끝이 아닌 시작을 향해 달려간다. ‘우리 마을에 송전탑이 웬말이냐!’로 시작된 밀양대책위 투쟁은 주민들을 달라지게 했다. 우리집 앞마당 송전탑 반대를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탈핵’이라는 사회적 의제로 향하고, 우리사회 곳곳 연대의 손길이 필요한 현장과 손잡는 정치적 각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억이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산물이다. 사회는 기억을 통해 과거를 재구성한다. 기억할 만한 것을 기억하고,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고 전달하면서 그 사회의 역사가 되고 전통이 되는 것이다. 이런 기억의 정치는 과거시점이 아니라 현실의 투쟁이다. 우리는 함께 밀양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주에 밀양에서 열리는 200번째 집회는 6·11 행정대집행 1년을 기억하는 촛불문화제로 마련해 전국의 연대자들을 초대하기로 했단다. 할매들을, 사랑하는 영자씨를 만나고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밀양희망버스를 타고 그곳 밀양으로 가자.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밀양을 살다』『탈핵 탈송전탑 원정대』책 속으로, 아니면 ‘밀양아리랑’ 영화라도 보자.

사랑한다는 것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고, 함께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갈등이 정리되면서 정치권은 빠르게 내년 총선체제로 바뀌고 있다. 아마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지금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자!고 다짐하고 있을 것이다. 앞뒤 자르고 말하자면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결국 지키고 싶었다는 ‘민주공화국’ 보다 내년 총선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면 ‘민주공화국’은 누가 지키나?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지키는 몫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 혹은 특정한 정치인 누구가 아니라 일상의 정치를 실천하는 공화국 ‘시민’에게 있다. 여담이지만, 최근 김영자 총무님은 자발적으로 녹색당 당원이 되었다. 풀뿌리 민주주의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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