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커뮤니케이션법』
11월 28일 청와대의 대통령 비서 8명은 세계일보의 사장과 기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인 정윤회 씨가 소위 문고리 3인방 등 대통령 비서들을 통해 국정개입을 했다는 전 공직비서관실의 감찰 문건을 세계일보가 이날 보도하자, 즉각 언론이 허위사실로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직자들은 자신들이 불편한 언론기관의 보도나 국민들의 표현 행위가 표출되면, 바로 검찰을 동원해 수사하거나 소송을 제기한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과 교수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권력의 명예훼손죄 기소남용방지와 제도개선 방안’에서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한국의 공직자가 언론사와 국민을 상대로 한 주요한 명예훼손 소송은 무려 39건에 달했다. 최근 청와대가 제기한 세계일보와 동아일보 등을 상대로한 명예훼손 건 등 빠진 수치로 실제로는 이 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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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국은 ‘공복(公僕)’이라고 불리는 공직자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단을 즉각적으로 행사할 ‘자유’가 제한없이 보장되는 나라다.
이런 한국에서 언론계 종사자라면 이 책이 4번째 순서로 정리한 ‘출판물 등에 대한 명예훼손’에 관한 내용을 본다면, ‘미국’의 언론인들을 부러워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공직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형사고소를 하는 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설사 언론의 보도가 허위 사실이라 할지라도 고의로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보도한 것이 아니라면, 언론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공적이슈에 대한 자유롭고 건강한 토론을 위해 언론이 아닌 공직자들에게 무거운 입증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권력로부터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려는 미국의 전통은 바로 수정헌법 제1조 “의회는 종교창설이나 종교행위 금지에 관한 법, 언론, 표현의 자유, 평화적 시위의 자유, 민원 해결을 위해 제소할 자유를 축소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에 기반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떠나왔으며, 식민모국인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미국의 역사에서 연원한 헌법적 가치일 터이다. 물론 현대사회에 와서는 돈을 가진 자본이 오히려 가장 철저한 자유를 누리는 역설이 존재하지만, 미국은 이 수정헌법 1조에 기초해, 국가와 공무원 등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만큼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에 속한다.
하지만 이 같은 국가권력과 공직자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사실과 허위, 질서와 저항 등 상이한 개념과 가치들이 상충하는 현실의 사건들 속에서 사회적 합의와 질서로 형성된 데에는 지난한 사회적 논쟁과 사법적 판단의 디테일들이 있었다. 또한 무한대로 언론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앞서 말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을 포함하여, 지적재산권, 정치적 표현행위, 상업적 표현행위, 취재원·수첩·녹취물의 보호 등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법과 판례 등을 12개의 범주로 나눠, 무려 13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정리하고 있다.
두꺼운 분량만 보면 선뜻 책읽기가 망서려 지는 ‘전공책’이란 생각이 들지만, 설명하려는 법적 개념에 맞게 다양한 판례나 사례들이 제시돼 있어, 신문기사를 읽듯 속도감 있게 읽힌다. 또한 중간 중간 중요한 판례·사례·개념 등을 짧게 요약하는 코너도 마련해 놓아, 세부적 묘사에 빠져 전체적인 맥락을 놓치는 곤란함을 덜어주는 친절한 편집도 이 책의 장점이다.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나 국회의원 등 입법 종사자들, 판·검사·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에게는 유익한 참고 서적이 될 책이다.
켄턴 미들턴·윌리엄 리 지음/강명일 옮김/커뮤니케이션 북스
윤일병 사건, 국방부 기자들도 기레기였다 … 『그 청년은 왜 군대에서 돌아오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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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의 책이다. 병영 내 구타와 가혹행위로 결국 살아서 퇴역하지 못한 수많은 윤 일병들에 관한 이야기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과 군사안보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21+의 대담형식으로 군대 내 인권유린의 현상·원인·개선방안을 생생한 사례와 논리로 정리 제시했다. 윤일병 사건 당시 국방부 출입 기자들의 태도에 대한 신랄히 비판한 점도 눈에 띄는 내용.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이번 윤 일병 사건에서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 유력지는 아예 편집국장이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배제하고 사회부 기자들로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서 기사를 썼습니다”
김종대· 임태훈 지음/나무와 숲
“풀이 먼저 눕는다”던 시인의 상을 받은 시 …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박수」
새해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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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치켜세우던 인사가 팽팽하게
개의 목줄을 당길 때
우리는
목줄에 끌려온 개의 항문이
그의 생애보다 붉다고 믿는다
오늘을 위하여, 누구나 입단속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서른 세 번 째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시인의 시집이다. 알듯 말듯 한두 번 읽는다고 들어오지 않는 미지감이 있는 시들이다. 시인은 고뇌하는 영혼의 소유자인 듯하다.
만화로 보는, 비운의 혁명가 박헌영의 일대기… 『경성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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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비운의 혁명가 박헌영의 일대기를 만화로 풀어냈다. 총 6권 중 2권이 먼저 나왔다. 박헌영은 해방 직후 민중들의 지지를 받았던 항일운동가이자 최대정당인 조선공산당의 지도자였다. 미국과 소련에 의해 남과 북이 갈라지면서 그와 그 가족의 비운은 시작됐다. 정판사위조지페 사건을 계기로 조선공산당을 불법화한 미군정의 체포령과 우익의 백색 테러를 피해 월북한 그는 결국 6.25 종전 이후 김일성에 의해 미국간첩이란 죄명을 씌워진 후 사형 당했다. 이 책은 박헌영의 일대기이면서도 일제강점과 남북분단이라는 아픈 민족사이기도 하다. 박헌영이 월북한 후 남한에 남겨졌던 아들 원경스님의 회고로 시작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만화가 유병윤과 아들 원경스님이 뜻을 모아 만든 작품이다.
그림 유병윤/글 김용석·유세윤/플러스예감
잠룡 안희정의 여의주?…『인권도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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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지사 안희정도 야권의 잠자는 용이다. 승천을 준비한다면, 국민을 감동시키기 위해 그가 물고 올 여의주는 무엇일까? 안희정의 ‘싱크탱크’라 불리는 충남발전연구원의 첫 번째 총서이다. 첫 번째로 내놓은 책이기에 안 지사의 여의주일 것이라 생각한다면 너무 과한 해석일까. ‘인권도시 만들기’의 저자인 강현수 교수는 인권은 참여할 권리이며, 참정권을 일상화할 수 있는 주체는 지방정부라고 주장한다. 역시 ‘참여와 지역’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주창하고 국민 참여를 말한 참여정부를 연상케 한다. 미래 2기 또는 3기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지향이 될 지도 모를 ‘인권도시’가 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라.
강현수 지음/충남발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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