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는 못되더라도, 꿈꾸는 자의 도시…『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

   
 
 

‘지랄’ 맞아서 부모의 마음고생을 엄청나게 시키는 청소년기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알면 위안을 얻을 믿거나 말거나 한 인생 법칙이 하나 있다. 바로 ‘지랄총량불변의 법칙’이다. 한 인간이 인생에서 떨 ‘지랄’의 양은 일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지랄’하지 않으면 커서 ‘지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기 아이들의 ‘지랄’을 너무 억제하면 오히려 어른이 되어 직장에서 또는 가족들에게 사고를 치니 ‘지랄’ 하는 것 상심하지 말고 지켜 봐주라는 충고다.

박원순 시장이 주요 시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마을만들기’사업에 마을공동체지원사업센터장으로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창복 씨는 인생살이의 ‘지랄총량불변의 법칙’처럼 마을살이에는 ‘진상총량불변’의 법칙이 있다고 말한다. 어느 공동체에서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언행을 하는, 소위 진상을 떠는 인간들을 있지만, 이들을 배제한다고 공동체가 잘 굴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공동체엔 ‘진상총량불변’의 법칙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사라지면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 진상의 역할 대체하며, 오히려 그런 엉뚱한 문제제기들이 있기에 나머지 사람들이 긴장을 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따는 것이다. 그래서 공동체로서 마을살이를 하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소위 진상 떠는 이들과도 공존할 궁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공동체 마을 만들기’ 활동가인 유 씨가 서울의 대표적인 공동체마을로 손꼽히는 성미산마을에서 마을살이를 해오면서 또한 마을만들기를 위한 ‘행정’에 참여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진상총량불변의 법칙’과 같은 마을 만들기에 관한 고민과 경험을 정리하고 있다.

언뜻 시민단체 출신 행정활동가의 딱딱한 주의·주장성 글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책은 예상(?)와 달리 첫머리부터 ‘꽁트’처럼 쉽게 읽힌다. 프롤로그<2025년 서울, 어느 마을의 마을살이>에선 43세 주부, 27세 청년, 56세 남성, 그리고 17세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짤막한 옴니버스식 이야기들을 통해, 공동체마을 만들기가 다양한 삶의 욕구를 가진 도시인들에게 어떤 삶의 변화를 가져다 줄 것 인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짱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저자 유창복은 1996년 성미산마을에 들어와 마을공동체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를 주도적으로 만들었으며, 성미산마을 극장의 대표를 지냈다. 유씨는 현재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과 함께, 한국마을만들기지원센터협의회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유창복 지음/휴머니스트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조선여인의 가슴 찡한 글쓰기 …『자기록』

   
 
 

어린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편부 슬하에서 자란 후 시집을 갔으나 자식도 갖지 못한 채 또다시 5년만에 자애로 왔던 남편을 잃은, 팔자기구한 조선시대의 한 여인이 스스로의 인생을 기록했다. 친정과 시댁식구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자신의 운명에 대해 치밀하게 기록한 이 책은 어느 대목을 읽든 잘 만들어진 인생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당시 일반적인 관습에 반하여, 남편을 따라 자결하지 않고 평생수절하면서 기록을 남긴 그녀의 오롯한 정신도 느껴진다. 17세기말에서 18세기초까지 살았던 저자 풍양 조씨가 기록한 글을 이화여대 김경미 교수가 자연스런 현대어로 역주했다.

풍양 조씨 지음/김경미 역주/나의 시간

 

 

 

우리사회 99%를 위한 클래식 이야기…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

   
 
 

‘힐링’이 필요한 고난의 인생살이, 인류이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힐링’ 방법은 음악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필요한 한곡의 위로’라는 부제처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괴로움의 종류에 맞게 힐링 해 줄 클래식 음악을 이 책은 골라주고 있다. 전직 MBC PD로서 <모차르트 천번의 입맛춤> 등 음악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회상하는 저자 이채훈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시사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에서도 열의를 보였다. 이런 그의 제작 경력처럼, 자칫 평면적일 수 있는 클래식 곡과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시사적 사건에 대한 ‘터치’를 통해 입체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사회참여파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는 추천사에서 “이채훈을 통해 클래식을 만났고, 하루하루 격하게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이채훈 지음/사우

 

피의자에게 악당이 되는 경찰을 어쩌지?… 『허위자백과 오판』

   
 
 

2011년 인권변호사로 헌법재판관에 추천되었으나 집권당의 반대로 끝내 임명되지 못했던 조용환 변호사가 번역한 이 책은 미국 경찰의 피의자신문과정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가 유죄라는 편견을 가지고 신문을 시작하며 피의자의 심리를 조종하고 속임수나 억압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자백을 받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형사사법제도를 사법개혁모델로 삼아온 우리나라는 오히려 미국보다 더 심각한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허위자백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한국 경찰의 피의자 신문과정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 CIA의 피의자 고문실상이 공개돼, 국제적인 뉴스가 되고 있는 지금, 미국 수사기관들의 피의자 신문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책이기도 하다.

리처드 A.레오 지음/조용환 번역/후마니타스

 

글쓰기 정력가 강준만 또 책 냈다…『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종횡무진’ 장르에 구분 없이, 지치지도 않고 이렇게 많은 책을 끊임없이 써내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정력가’의 책이다. 얼마 전 ‘싸가지 없는 진보’란 책을 펴내 정치적 논쟁을 촉발시켰던 강준만 교수가 ‘영어공부책’을 또 냈다. 음식문화, 식물·동물·자연, 대중문화 등 10개 분야에 걸쳐, 영어단어 등을 제시하고, 관련된 어원이나 인문적 배경지식을 통해 이를 익히게 하려는 의도의 책이다. 시험을 위한 영어공부에는 당장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영어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데엔 도움이 될 듯하다. 아무튼 강준만 그의 해박한 지식, 정보 취합력, 글쓰기 능력에 또 놀라게 된다.

강준만 지음/인물과 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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