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진중권교수의 종편 출연에 관해서도 이런 저런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종편에 관해서는 여러 입장들이 있겠지만, 대체로 크게는 ‘종편 활용론’과 ‘종편 거부론’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대체로 종편 거부론 쪽에 가깝지만 종편 활용론이 일리가 없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일정한 수의 사람들이 보는 방송에서 자신의 메시지나 주장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은 필요한 일일지 모른다. 물론 자신의 발언 취지가 왜곡되지 않고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는 조건 아래 말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나는 종편으로 전환되기 이전부터 출연했던 MBN에는 지금도 여건이 맞으면 출연하기도 한다. 종편이라고는 해도 기존에 있던 방송이 거의 그대로 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중동 종편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다르다. 종편이 생겨난 배경부터가 조중동과 이명박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탄생한 방송이고 절차상으로도 매우 하자가 많은, 사실상 불법 날치기를 통해 태어난 방송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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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용석 전 의원
©강용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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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1년여 전 그가 민언련 언론학교에서 오랜 동안 강의해 감사패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올해 민언련 언론학교 강의 4년 째인 나도 같은 ‘감사패’를 받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됐다. 그 자리에 선 그가 너무나 멋져보였기 때문이다. 민언련 언론학교는 강연료는 있지만 강연료가 적어 그에게는 아마 ‘기부강연’에 가까웠을 터. 그 바쁜 시간을 쪼개 언론학교 강의를 맡아왔다는 게 내게도 참 고마웠다. 그리고 그 감사패를 받는 자리에 선 그가 내게는 가장 우러러 보였다.
그리고 좀 더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내 자존심의 마지노선이 있다. 사실 나도 선대인경제연구소라는 사업체를 꾸린 이상 조건만 맞는다면 언론에 출연해 연구소를 알릴 필요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꼽살’에서 함께 작업했던 작가를 쳐다보게 된다. 방송계에서 베테랑 코미디작가였던 그는 사실 JTBC ‘썰전’에 합류해달라는 요청을 초기에 받았지만, 이를 뿌리쳤다. 사실 그는 공인도 아니지만 ‘나꼽살’에서 우리가 했던 말 때문에 그는 경제적으로는 비교적 짭짤한 그 제의를 단칼에 뿌리쳤다. 참 존경스럽다.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적어도 그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나도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게 내가 가진 자존심의 마지노선이다.
그리고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나는 조선, 동아의 종편방송보다는 중앙의 JTBC가 물적 토대 측면에서 오히려 더욱 위험한 방송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왜 그럴까. 이 사회에서 삼성의 힘은 곧 ‘돈의 힘’인데, 삼성은 이 돈의 힘으로 사람들의 인식까지 지배하는 힘을 갖고 있다. 나는 JTBC가 그 한 축을 형성할 가능성이 어떤 종편보다 높다고 생각한다. 중앙일보가 대주주인 JTBC, 이른바 중앙종편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삼성방송’일 것이라는 추측을 누구나 할 것이다. 하지만 중앙종편의 자본금 납입 과정을 보면 빼도 박도 못하는 삼성방송이라는 심증을 확실히 굳혀준다.
홍석현 회장은 2009년 미디어 관련법의 날치기 통과 이후 편집국 간부회의에서 종편 진출을 위한 선제적 포석으로 사재 1500억 원을 종편 자본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당시는 경기 급락으로 중앙일보 광고 매출이 급감해 2009년 상반기에만 39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 중앙일보는 2008년부터 신문 판형을 베를리너판으로 바꾸기 위해 윤전기 여섯 대에 1000억 원 가량을 투자해 자금 사정까지 안 좋았다. 그래서 중앙일보의 종편 참여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홍회장이 호기롭게 거액의 사재 출연을 선언함으로써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한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홍회장은 자신의 말을 실행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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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
©중앙미디어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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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홍회장의 1500억 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바로 삼성코닝정밀소재(이하 삼성코닝)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삼성코닝은 삼성전자와 미국계 코닝 사가 합작해 설립한 비상장회사다. 주로 LCD TV와 컴퓨터 모니터 화면의 특수 유리를 공급하는데, 삼성전자 등 독점적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는 알짜배기 회사다. 비상장기업인 삼성코닝의 주주는 미국 코닝 사(49.5%)와 삼성전자(42.6%) 그리고 홍석현 회장(7.32%), 우리사주조합(0.23%) 등이다. 그런데 삼성코닝은 삼성전자와 홍회장 및 우호 지분을 합치면 50%가 넘기 때문에 이회장의 지배하에 있는 삼성전자와 홍회장만 의결하면 사실상 얼마든지 배당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삼성코닝은 그렇게 했다.
2010년 삼성코닝은 국내 주식 배당 역사상 가장 많은 배당을 실시했다. 모두 3조 3600억 원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는 삼성코닝의 그해 순이익 3조 2900억 원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보통 배당은 한 해에 한 번 순이익에서 일정액을 떼어 배당하는 것이므로 순이익을 넘어서 배당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2464억에 이르는 배당금을 받은 홍회장은 2011년 압도적인 격차로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인물이 됐다. 2위인 박의근 보나에스 대표가 받은 배당금 590억 원의 네 배 이상을 챙겼으니 말이다. 홍회장은 이 돈으로 중앙종편 자본금 1500억 원을 납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설사 자신의 다른 사재로 납입했다고 해도 주머닛돈이나 쌈짓돈 식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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