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세부 평가기준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결과와 평가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공정위 입맛대로 상향조정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공정위는 우수기업들에 대해 과징금을 최대 20% 감경하고, 직권조사를 면제하고, (언론)공표명령 수준을 낮춰주는 등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과정 및 순위를 공개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15일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들어 삼성물산 신세계 포스코 포스코강판 현대모비스 등 5개 기업에 대해 ‘공정거래 자율준수 우수등급 기업’ 인증을 취소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해당 기업을 우수기업으로 인증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해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의를 진행했고, 이제 소급해 인증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4대강 사업 담합으로 100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삼성물산은 A에서 BBB로 한 단계 떨어졌다. 총수 일가 계열사에 판매수수료를 낮춰 지원한 신세계도 인증이 취소됐다. 포스코와 포스코강판은 각각 AA등급에서 BBB, A에서 BB로 등급이 떨어졌는데 철강가격 담합 혐의가 주된 이유다. 현대모비스는 하도급업체를 압박해 납품단가를 낮춰 과징금을 부과 받았고, A에서 BBB로 한 등급 내려갔다.
연합뉴스는 14일자 기사 <공정위, 대기업들 ‘공정기업 인증’ 무더기 박탈>에서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는 담합이나 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제재를 받은 기업에도 인증과 각종 혜택을 주던 관행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그동안은 불공정거래 기업에도 인증을 부여해 이 제도가 대기업의 ‘면죄부’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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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일보 4월 15일자 18면 경제면. | ||
공정위의 적극적인 조치에도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 같은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현행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공정위의 입맛대로 상향 평가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경제정책팀 이기웅 부장은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자체는 공정거래 문화를 대기업에 정착시키기 위한 일종의 인센티브 제도라고 할 수 있고, 등급 하향 조치는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기웅 부장은 “이번 조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우수기업을 선정하는 방식과 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개선해야 한다”면서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면) 공정위 입맛에 따라 다시 상향조정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경실련은 지난해 12월 등급평가 기준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공정위는 기업현황과 평가기준 등은 공개했지만 평가과정과 기업별 점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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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따르면, 평가는 ‘1단계 서류평가→ 2단계 가점 적용→ 3단계 감점 적용’ 순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은 가점과 감점 부분이다. 공정위는 △등급평가에 연속참여한 기업에 3점 △협력업체에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을 지원한 기업에 2점 △문화 확산에 기여한 기업에 1점의 가점을 주는 등 총 6점의 가점을 부여할 수 있다. 반면 위반 감점은 총 8점으로 최근 2년 동안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에 따라 시정명령을 받은 기업은 2점,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은 2점, 검찰에 고발 당한 기업은 4점이 감점된다.
기업의 일상적 활동은 가점이 되고, 불공정행위는 감점요인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만점이 100점이고, 우수기업 기준이 70점인 면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감점은 가점과 상쇄돼 큰 의미가 없어진다. 공정위의 기준으로는 대기업 특혜만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기업들을 총 8등급으로 구분하고 등급을 부여하는데 70점 이상이 A등급(AAA AA A)이다. 70점 미만 40점 이상은 B등급(BBB, BB, B) 구간이고, 40점 미만 30점 이상은 C등급, 30점 미만은 D등급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말 공정위는 A등급 이상 기업현황을 공개했다. 총 27곳의 기업이 A등급 이상 ‘우수기업’ 등급을 받았는데 포스코강판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는 8곳, 현대기아자동차그룹 6곳, 삼성그룹 3곳, 풀무원그룹 3곳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10일 기준 CP 프로그램을 도입한 기업은 536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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