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국민연금 폐지'라는 단어가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올랐다. 이 검색어는 이날 오후 1시께 실시간 검색어가 된 후 10위 안의 높은 순위를 유지했다.
'국민연금 폐지'가 실시간 검색어가 되자 언론은 관련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납세자연맹 "국민연금 폐지해야" 조선일보
납세자연맹 "국민연금제도 폐지해야" 매일경제
납세자연맹 "국민연금제도 폐지해야" 매일경제
국민연금 폐지 주장에 누리꾼 갑론을박 뉴스1
한국납세자연맹 “국민연금 폐지” 촉구 이투데이
"국민연금 폐지 않으면 그리스 꼴 난다" 세계일보
한국납세자연맹 “국민연금 폐지” 촉구 스포츠경향
'국민연금 폐지' 관련 기사는 이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후 네이버 기준 28개가 보도됐다. 이데일리의 기사는 네이버에서 이날의 '많이 본 뉴스'에 뽑혀 1000여 개의 댓글이 달리기 했다. 기사의 내용은 "국민연금이 폐지되지 않으면 그리스처럼 국가부도 가능성이 높아져 전 국민에게 재앙적 상황이 초래된다"는 시민단체 납세자연맹의 주장을 보도한 것이다. 납세자연맹은 "하루 속히 국민연금을 폐지해 부도위기로부터 나라를 살리고 국민들의 안정적 노후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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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 오후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 ||
그러나 이 기사들을 살펴보면 특이한 공통점이 있다.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의 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통상 국민연금 관련 기사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을 함께 출입하는 기자들이 맡는다. 그러나 이날 기사는 대부분 언론사의 '온라인 뉴스팀' '디지털 뉴스팀'이 보도했다.
아예 기자의 바이라인(이름)이 없거나, 정기자가 아닌 인턴기자의 기사도 다수 눈에 띈다. 이는 편집국에서 온라인용으로만 보도한 기사라는 것이다. 수익의 많은 부분을 네이버를 통해 얻는 언론사들이 온라인 '이슈 따라가기'용으로 쏟아낸 기사라고 볼 수 있다
언론사들은 온라인에서 이슈가 됐기 때문에 보도했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폐지' 기사의 배경엔 납세자연맹이 있었다. 납세자연맹은 이날 정오에 '[긴급]지금 네이버에서 국민연금폐지를 검색해주세요'라는 이메일 공지를 회원들에게 발송했다. 납세자연맹은 현재 130만 명의 온라인 회원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이메일에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될 수 있도록 오후 1~6시 네이버에서 '국민연금폐지'를 검색해 달라"며 "세계 최고의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이 우리의 최고 무기"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많은 납세자연맹 회원들은 '국민연금 폐지'를 검색했고, 이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언론사들이 관련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실제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는 복지담당 기자들은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납세자연맹의 주장은 보도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한 종합 일간지 기자는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은 납세자연맹의 폐지 주장을 무시하는 분위기"라며 "논리도 없고 황당한 주장을 하기 때문에 보도를 자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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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납세자연맹은 9일 네이버에서 '국민연금 폐지'를 검색해 달라는 이메일을 회원들에게 발송했다. | ||
또 다른 일간지의 기자도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주장 자체가 황당한 것"이라며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기본 장치인데 문제가 있으면 보완해야지, 아예 없애자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보장제도를 안하는 선진국은 없다"면서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들은 한 명도 관련 기사를 쓰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특정 단체가 회원들을 동원해 검색어를 만드는 것 자체는 크게 비난 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언론이 정확하게 이슈를 판단하지 않고 검색어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언론이 보도를 할 때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보도를 해야 하는데, 단순히 검색어 관련 기사를 통해 페이지뷰를 늘리고 광고 수익을 더 얻으려는 보도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뉴스스탠드로 바뀌면서 뉴스 트래픽이 감소했다"며 "온라인 매체들이 트래픽 확보를 위해 '검색어'에 치중하는 것도 이번 보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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