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아랫목(재벌)이 따뜻해야 윗목(중소기업·서민)이 따뜻하다’는 낙수효과를 강조면서 법인세 등 재벌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바 있다. 결과는 아랫목만 따뜻해졌다. 조선비즈 2월 28일자 기사 <MB 5년간 일자리 늘렸다던 재벌들 실제론 ‘고용없는 성장’>에 따르면, 10대 그룹 주력사의 매출은 2007년 말 209조 원에서 2012년 3분기 364조 원으로 73.8% 늘었다.
조선비즈는 “10대 그룹 주력사 전체로 보면, 매출은 2007년 말 총 209조원에서 지난해 364조원으로 73.8% 늘어났다”면서 “같은 기간 직원 수는 28만4693명으로 15.7%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착시효과다. 10대 그룹 주력사의 평균 고용유발계수는 2007년 말 1.17에서 2012년 0.78로 0.39P 떨어졌다. 고용유발계수는 10억 원당 고용 효과를 가리킨다. 10대 그룹은 2007년 10억 원 당 1.17명을 고용했지만 2012년 한 명도 채 고용하지 않았다는 것.
반면 재벌의 현금곳간을 크게 늘었다. 1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23.7조 원으로 2011년 112.4조 원 대비 10% 가량 증가했다. 재벌의 현금곳간과 부동산 가치는 크게 늘었다. 재벌닷컴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순위 10대 그룹 83개 상장사의 현금성 자산을 집계한 결과, 2012년 말 기준 이들의 현금성 자산은 총 123.7조 원이다. 현금성 자산은 현금, 단기 금융상품, 금융기관 단기 예치금 등 현금으로 교환이 용이한 자산을 뜻한다. 삼성과 현대차, GS 등 3개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크게 늘었다.
![]() |
||
| ▲ 10대 그룹 현금성 자산 보유액 현황. 단위 조 원. 재벌닷컴 자료. | ||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147곳의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26조 7738억 원이다. 10대 그룹 소속 83개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23.7조와 비교해보면, 기업집단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0대 그룹이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금은 전체 62.1%인 76.8조였다. 특히 46.9조로 전체 37.9%에 이르는 자산을 단기 금융상품이나 금융기관에 맡겨 수익을 얻고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각각 18.4조, 18.6조 원을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했다고 재벌닷컴은 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전체 현금성 자산 중 76.5%인 4.6조 원을 투자해 ‘현금성 자산 중 단기금융상품 투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를 두고 재벌닷컴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 실적이 나쁘지 않아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것은 맞다”면서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아직 투자가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고, 계열사별로 현금 보유 목적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재벌닷컴이 자산 순위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가 보유한 ‘투자부동산’을 조사한 결과, 2012년 기준 10대 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는 장부가액으로 13조 6188억 원이다. 2011년 말 12조 7719억 원 대비 6.6% 증가한 수준이다. 재벌닷컴은 “이처럼 10대그룹의 부동산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낮은 시중금리에 비해 부동산 투자수익률(투자부동산 대비 임대수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자산가치의 안정성도 높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관련기사
연합뉴스는 4월 1일자 기사 <韓기업 배당 기피…주식시장 투기 부른다>에서 2012년 회계연도 기준 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31%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국내 기업의 배당수익률이 이토록 낮은 것은 기업이 배당보다 현금 보유나 재투자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작년 국내 기업들은 배당금을 줄였을 뿐 아니라 재투자도 하지 않은 채 현금 쌓기에만 급급했다”고 보도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한기 경제정책팀 국장은 “기업은 ‘투자처가 없고 경기가 안 좋다’고 하는데 이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오히려 기업이 선도적으로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마련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경제민주화 흐름을 따라가면서 반(反)기업 정서도 해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기 국장은 이어 “한국경제의 구조 자체가 대기업 위주로 돼 있기 때문에 기업이 움직이는 것이 경제 현안을 타개하는 데 중요하다”면서 “대기업이 수익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중소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은 더 좋은 기사에 도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