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일 발표한 ‘블룸버그 혁신지수(Bloomberg Innovation Index)’에서 한국을 미국에 이어 ‘가장 혁신적인 국가’ 2위로 평가했다. 한국은 △GDP 대비 연구개발 집중도(R&D intensity) 5위 △생산성(Productivity) 32위 △첨단기술 집약도(High-tech density) 3위 △인구 100만 명당 연구원 숫자(Researcher concentration) 8위 △제조업 경쟁력(Manufacturing capability) 3위 △교육효율성(Tertiary efficiency) 4위 △특허신청 활동(Patent activity) 1위 등으로 종합 2위로 평가됐다.
대다수 언론이 이 소식을 전했다. 매일경제는 6일자 11면 기사 <한국, 혁신국가 세계 2위>에서 “블룸버그 혁신지수는 해당 국가의 혁신 활동 수준을 보여주는 수치”라면서 “한국은 특허신청 활동에서 1위를 거머쥐었고 제조업 경쟁력(3위), 첨단기술 집약도(3위), 교육 효율성(4위), R&D 투자(5위), 연구원 숫자(8위) 등에서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32위로 평가된 생산성 분야에 대해서는 “비교적 낮은 점수를 얻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혁신지수는 ‘알맹이 없는 지수’로 평가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지수는 혁신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R&D 등을 ‘양’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기업의 R&D 투자는 매년 늘고 있지만 대기업-중소기업 격차는 여전히 심각하고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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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유형별 연구개발비 추이. 보고서에서 갈무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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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유형별 연구개발비 비중 추이. 보고서에서 갈무리. | ||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안병민 부연구위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송현주 연구원이 작성한 <우리나라의 민간기업 연구개발활동 현황>을 보면, 2011년 기준 매출액 상위 5대 기업의 연구개발비는 전체 30.8% 수준이다. 상위 20대 기업으로 확대하면 43.3%다.
2012년 10월 기준 국내기업의 부설연구소는 2만 5427곳이고 이중 중소기업 연구소는 2만 3840곳으로 전체 93.8% 수준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기업 당 연구개발비는 하향 추세다. 2007년 6.3억 원에서 2009년 5.9억 원, 2011년 5.2억 원이다. 기업 전체로 볼 때 중소기업의 연구개발비는 25.8%에 불과하다. 제품 혁신에 대한 투자는 줄고 기존제품 개선에 대한 투자가 오히려 늘고 있다. 이 같은 현황을 고려할 때 한국의 R&D 투자는 ‘속 빈 강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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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용도별 연구개발비 추이. 보고서에서 갈무리. | ||
국가의 혁신 수준을 평가하는 다른 지수와 비교할 때 이번 평가에서 한국이 얼마나 과대평가됐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7월 3일 UN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등이 발표한 ‘2012년 세계 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 2012)’에서 한국은 141개국 중 21위로 평가됐다. 지난해 16위에서 다섯 단계나 떨어졌다. [관련기사 링크: 연합뉴스 2012년 7월 3일자 <세계혁신지수 한국 21위…5계단 하락>]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이 지수에 대해 “단순히 연구보고서나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지출 등 전통적 지표를 기준으로 국가들의 혁신 수준을 평가하지 않고, 사회 전반에서의 혁신 수준을 심도 있게 평가하여 세계 혁신 정책을 인도하고 관련 성과들을 평가하기 위한 기반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 2012년 10월 10일자 4면 기획기사 <뚝뚝 떨어지는 한국 혁신지수>에서 “한국의 혁신지수를 깎아먹은 것은 혁신 연관성과 창의 산출 분야”라면서 “개별 혁신지수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혁신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한국경제는 “혁신에 대한 투자(16위)는 많이 하는데 성과(24위)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국의 혁신 효율성 지수는 25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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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 2012년 10월 10일자 4면 | ||
‘GII 2012’에 따르면, 한국의 산학협동 및 해외 기업들의 대한국 연구개발 투자는 90위, 해외 투자자와 함께 등록한 PCT 특허건수는 99위였다. 혁신 연관성은 전체 88위였다. 창의 산출에서도 한국은 창의적 제품 수출 80위, 창의적 서비스 수출 54위 등으로 전체 59위였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저성장과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의 기초체력마저 떨어지고 있는 점은 큰 문제”라고 말했고, 프랜시스 거리 WIPO 사무총장은 “세계혁신지수는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끄는 데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상기시켜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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