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지들이 건설업계 민원을 지면에 쏟아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고 취득세 감면을 연장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태스크 포스를 가동해야 한다” 등등 요구 사항이 넘쳐난다. “하락 폭이 줄었다”, “재건축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등등 바람잡는 기사도 최근 부쩍 늘어났다. 한국경제는 20일 “양도세 면제로 부동산 살려라”라는 절박한 호소를 1면 머리기사로 담기도 했다.

매일경제는 23일, “취득세 감면 종료로 새해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 절벽’이 현실화하면서 아파트 전월세 시장에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새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거라는 기대감이 꺾이자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구입 시기를 늦추고 기존 전셋집에 눌러앉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집을 살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줘야 전세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곁들였다.

우선 전세 대란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취득세 감면을 연장하면 전세 살던 사람들이 집을 사기 시작하고 그럼 전세 공급이 늘어날 거라는 논리인데 인과관계가 빈약하다. 이들이 전세로 눌러앉는 건 취득세가 부담스러워서라기 보다는 집값이 추가 하락할 거라는 관망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훨씬 설득력을 얻는다. 매일경제 기사에서도 “지금은 살 타이밍이 아닌 것 같다”는 답변은 취득세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기사가 수두룩하게 넘쳐난다. 파이낸셜뉴스는 21일 “세제 혜택을 포함한 정부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구매 심리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요구했고 서울경제도 20일 “지난해 말로 종료된 취득세 감면이 연장되지 않아 수요자들이 주택 매매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20일 “거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취득세 감면 부활과 소급적용 여부가 서둘러 결론이 나야 한다”는 부동산 업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동아일보 보도에서는 논리적 모순도 발견된다. 이 신문은 “새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리란 기대감도 수요자들이 아파트 구입에 나서기 보다는 시장을 관망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는데 그런 기대감이 확실하다면 미리 아파트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시장의 불안은 어떤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더라도 꺼져가는 집값을 끌어올리기 어려울 거라는 지난 5년 동안의 학습 효과에서 비롯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 거래가 뚝 끊긴 데는 지난해 말 취득세 감면 종료의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거래 부진은 이미 추세적 현상이다. 동아일보의 지적처럼 올해 1월 서울 지역 주택 거래 건수가 1000건이 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난해 1월에도 1625건에 그쳤다. 2011년 1월 5489건에 비교하면 부동산 대세 하락과 거래 실종을 취득세 감면 연장이나 그 어떤 규제 완화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대치동 인근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샀을 때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은 2000만 원 정도. 이 관계자는 “집 값이 더 떨어질 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이 정도 세금 혜택은 별 이점이 못 된다”면서 “지금 시장 분위기라면 정책이 국회를 통과해도 시장 활성화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보수·경제지들의 기대를 뒤집는 분석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17일 보고서에서 “박근혜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피 건설업종 지수가 상승하고 있지만 과도한 반응”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변성진 연구원은 “2008년 이후 지속적인 규제 완화에도 부동산 시장 하락과 건설업체 수익성 악화가 계속돼 왔다”면서 “추가 대책이 나온다면 이는 오히려 가격 하락세를 고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취득세 감면으로 거래가 활성화되는 효과는 거의 없지만 세수 감소 규모는 엄청나다는 데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9·10대책 이후 취득세 추가 감면으로 발생한 세수 감소분은 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취득세 감면을 1년 연장할 경우 세수 감소는 2조9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가뜩이나 증세 없는 복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구매 여력이 없는 88만원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지만 애초에 집값 거품이 지나치다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0년 기준으로 가구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서울이 7.7로 미국 뉴욕(6.1)이나 샌프란시스코(7.2), 영국 런던(7.2)보다도 높았았다. 보통 PIR이 3~5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오마이뉴스가 인터뷰한 부동산 업자의 이야기처럼 세금을 깎아주기 시작하면 그걸 혜택으로 보는 게 아니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기본적인 과세 원칙과도 맞지 않고 한때는 꺼져가는 시장에 모르핀을 부여하는 효과도 있었겠지만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집값이 제자리를 찾아기까지 좀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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