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6일 선출되면서 이제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들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마할 경우 문 후보와 안 원장의 단일화 과정이 남았지만, 일단 양 측은 당분간 3자 구도 속에서 지지율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자 17일 조간은 관련 소식을 주요하게 다뤘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문재인 후보의 강점과 장점, 민주통합당 경선 결산, 안철수 원장과의 관계 등이 각 매체에서 지면을 통해 나갔다. 다만 언론사 입장을 드러내는 사설에서 보수 진영 언론과 진보 진영 언론의 온도차는 있다.

특히 보수진영 매체들은 일제히 민주통합당을 향한 경고를 쏟아냈다. 단일화 논의가 시작도 안 된 시점에서 안 원장과의 단일화가 민주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일화 전망에 대한 해석으로 볼 수 있지만, 사설을 통해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제1야당이 무기력하다”와 같은 표현은 경고성이 짙다.

중앙일보는 17일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과제>제하 사설에서 “민주당은 57년 전통의 제1야당이다. 의원만 128명이다. 한 달 동안 13차례 지역경선을 통해 힘들게 후보를 선출했다. 그런 정당이 왜 장외 무소속 교수와의 단일화 협상에 매달려야 하는 처지가 됐는지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2010년 지방선거 이래 야권 후보 단일화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며 “하지만 제1야당이 이처럼 무기력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집권당에 정권만 넘겨주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은 정책과 노선 등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과거 아닌 미래와 싸워야 승산있다>제하 사설에서 “민주당은 정권 탈환을 부르짖는 제1야당이면서도 2010년 6월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못했고, 작년에 ‘제2의 선출직’인 서울시장 선거도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넘겨줬다”며 “이번에 최고의 선출직인 대통령 후보마저 못 낸다면 그야말로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당 주변에선 60년 정통정당의 역사에 두 번 집권 경험까지 있는 민주당이 ‘선거기획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며 “문 후보는 자신의 국정운영비전과 후보 경쟁력으로 당의 존립 위기를 돌파해야 할 중대한 책무를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후보, 안철수 교수와 ‘단일화 대결’ 시작됐다>제하 사설에서 “1년 전 불기 시작한 ‘안철수 바람’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야권 지지층이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경쟁력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못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추세를 바꾸지 못하면 안 교수가 범 야권을 대표해서 박근혜 후보를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2010년 6월 경기지사 선거, 2011년 10월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2012년 12월 대선에서도 후보를 내지 못하게 돼 불임정당으로 낙인찍혀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보수언론의 이같은 태도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 녹아있다. 이날 사설 뿐 아니라 이들은 지난 몇 차례 사설에서도 후보단일화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박근혜 후보가 40% 중반대의 고정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선의 유일한 변수는 사실상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의 단일화에 대한 불편한 마음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일정부분 경향성을 나타내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를 묻는 최근 몇 차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원장에 우세함을 보이고 있다. 모노리서치(13~14일 1487명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48.6%를 차지해 31.8%의 안 원장을 16.8%P나 앞서기도 했고, 리얼미터 정례 여론조사에서도 10~14일 내내 문 후보는 안 원장에 5~10%P 가량 지속적으로 앞서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 선택에 의한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모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이중 새누리당 지지층 중 55.8%가 문 후보를 선택한 반면 안 원장의 경우 새누리당 지지층의 15.3%만이 지지했다.

역 선택은 향후 대권구도와는 별개로 현재 안철수 원장이 대선 다자구도에서 박근혜 후보에 이어 2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장 안 원장이 박근혜 후보를 추격하고 있으니 비교적 지지율이 떨어지는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이는 안철수 원장에 대한 보수진영의 긴장감, 나아가 후보단일화에 대한 긴장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새누리당 쪽에서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것은 역 선택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이는 아직까지는 새누리당에서 안철수 원장을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홍 소장은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원장을 앞지르는 경향 만큼은 어느정도 근거가 있다고 보고 있다. 홍 소장은 “민주당 지지자들 같은 경우에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지지도가 매우 높았는데, 최근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홍 소장은 “반 박근혜 지지의 흐름은 흑묘백묘론과 같다”며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는 상관없다는 심리”라고 말했다. 이어 “근자에 우유부단해보였던 문재인 후보가 친노의 한계도 벗고 경쟁력을 드러냈다면 그 기간 동안 안 원장은 출마를 하니 안하니 하면서 민주당에 재를 뿌리는 정치행위를 했기 때문에 지지율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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