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공천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건의 진실’에 눈과 귀가 쏠려 있다. 돈으로 국회의원을 사고파는 ‘매관매직’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번 파문은 새누리당 뿐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총선 책임자였던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까지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일단 당 공직후보자 추천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과 비례대표 23번으로 당선된 현영희 의원, 현 의원의 비서인 정동근씨와 정 씨에게 현영희 의원의 돈을 전달받아 이를 현기환 전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기문씨 등 총 4명이 얽혀있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은 각각 기자회견과 기자회견문을 통해 관련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현영희 의원은 6일 검찰에 출두해서도 관련 사실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정 씨의 진술에 의거해 사건을 재구성하면 부산에서 지역구 공천에 탈락한 현영희 의원이 브로커 조 씨를 활용해 현기환 전 의원 측과 접촉하고 3억원의 돈을 정씨에게 준 뒤, 정 씨가 이를 조 씨에 전달, 조 씨가 현기환 전 의원에 전달한 경로다. 이 가운데 현 의원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에도 불법정치자금 2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정 씨가 이를 선관위에 제보했고 선관위에서 지난달 말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됐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으로, 아직 드러난 실체는 없지만 새누리당은 현기환 전 의원, 현영희 의원을 3일 출당 조치해 사태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달라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2일 이 사건이 처음 동아일보를 통해 알려진 이후, 언론은 각자의 취재를 통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고 있지만 각각 사실의 취합과 분석이 달랐다.

▷쟁점1. 현기환-브로커 만났나? = 첫 번째 쟁점은 현기환 전 의원과 브로커 조 씨가 만났는지에 대한 여부다. 수행비서 정 씨는 선관위에 “3월 15일 서울역 구내 한식당에서 조 씨에게 3억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고, 이후 서울역 2층 커피숍에서 조 씨가 현기환 전 의원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씨는 “그날 부산에 있었다”고 반발했는데, 조선일보는 6일 조 씨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조 씨의 이와 같은 주장을 부각했다. 또한 현기환 전 의원이 제출한 통화목록에 “조 씨와 현기환 전 의원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조 씨와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기사의 방향은 조선일보와 전혀 달랐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조 씨가 처음에 “서울에 간 일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서울에 간 적은 있지만 다른 볼일 때문에 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조 씨의 발언에 신빙성을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7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핵심인물인 브로커 조 씨는 검찰 조사에서 현영희 의원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또한 한겨레는 7일 1면 <“현기환-조씨 3억전달 동일 같은 기지국내 있었다”>제하 기사에서 여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정 씨가 조 씨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그날 저녁, 현기환 전 의원과 조 씨가 같은 시간대 같은 (휴대전화)기지국에 있었다는 점을 검찰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1면을 통해 같은 보도를 했다.

브로커 조 씨가 진술을 계속 번복하고 있다는 점도 석연치 않고, 여권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현기환 전 의원에게 브로커 조 씨가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조선일보가 당시 별다른 의심도 없이 조 씨의 인터뷰를 그대로 게재했다는 것이다.

▷쟁점2 증거는 어디에? = 정씨는 3억원이 든 쇼핑백을 휴대폰으로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은 현영희 의원이 3억원을 인출하는 장면이 촬영된 CCTV를 확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우선 CCTV, 한겨레는 6일자 4면 <‘돈공천 의혹’ 현영희 부산집 압수수색…검찰 수사 속도전>제하 기사에서 “검찰은 현 의원이 은행에서 돈을 찾아 차량에 싣는 장면이 찍힌 CCTV화면과 돈을 담았던 은행 쇼핑백 사진 등도 확보했다”고 전했고, 중앙일보도 같은날 4면 <현영희 불법 후원금 의혹도…검찰 이번주 소환>제하 기사에서 “돈을 찾아 차량에 싣는 장면이 찍힌 CCTV 화면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같은 날 조선일보는 3면 <일부 언론서 “현영희 돈 찾는 CCTV 있다” 선관위 확보 CCTV는 자원봉사자 입금 장면>제하 기사에서 “선관위가 확보한 CCTV는 현 의원의 자원봉사자들이 돈을 받고 자기들 통장에 입금하는 장면”이라고 보도했고, 동아일보는 5면 <현기환 “조기문과 통화-문자 안해”…제보자 주장과 엇갈려>제하 기사에서 “검찰이 돈이 건네진 경로에 있던 CCTV를 확인했지만 대부분 보관기일이 지나 폐기됐다”고 보도했다.

현기환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3억원에 대해서도 보도가 엇갈린다. 조선일보는 6일 3면 <현영희 “거액인출 안해…남편 돈도 안써”>제하 기사에서 “검찰 조사 결과 현 의원 남편이 몇 차례 계좌에서 꺼낸 돈은 3억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같은 날 4면을 통해 “정 씨가 조 씨에게 3억원을 건네기 전, 돈다발이 든 은색 쇼핑백을 휴대전화로 촬영해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시 정씨가 KTX 열차 안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은색 쇼핑백에 돈다발 60개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와는 다른 맥락이다. 동아일보도 5면 비슷한 내용을 전하며 “정씨가 진술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라고 말해 정 씨 진술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같은 사건에 언론들은 다른 보도를 하고 있다.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명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읽는 독자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대체적으로 조선일보가 당사자들의 증언에 힘을 보태는 가운데,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제보자 정 씨와 검찰에서 포착한 증거 일부를 두고 ‘공천비리’ 사태가 진실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선일보도 계속해서 바뀌는 브로커 조 씨의 말에 더 이상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7일 3면 <검찰 간 조기문 “서울역에서 정동근 만났다” 또 말 바꿔>제하 기사에서 그동안 조 씨가 어떻게 말을 바꿨는지 보도했다. 아울러 조 씨가 김영삼 정권 때부터 정치권 외곽조직에서 활동했다는 과거 전력을 보도하며 조 씨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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