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를 거둬들였다. 정치권은 논란을 서둘러 봉합하고 있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개헌 문제가 공론화 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개월 동안 개헌 관련 언론흐름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
올해 상반기 정치권을 달군 두 글자는 ‘개헌’이었다. 노 대통령이 지난 1월 9일 개헌안을 처음 제안했을 때만 해도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개헌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급속도로 식었다. 대다수 언론은 개헌문제 공론화를 사실상 외면했다.
노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개헌 문제에 대한) 사회적 토론조차도 없다는 것이 아주 정말 답답한 현실”이라며 “나는 우리 사회의 공론이 정치를 죽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략 논란에 주목한 언론= 국민여론은 4년 연임제 개헌 찬성의견이 많았다. 언론들은 개헌찬반보다는 개헌시기의 부적절성에 기사의 초점을 맞췄다.

▲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개헌안 철회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는 1월10일 1면 머리기사 제목을 <국민 63% “연임제 개헌논의 다음 정권서”>로 뽑았다. 동아일보도 여론조사를 했지만 개헌 찬반 의사는 묻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개헌에 정략적 의도가 숨겨있다는 분석기사를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1월10일 1면에 <판 뒤집어 정국 주도권 잡기>라는 기사를 실었고, 동아일보는 같은 날 3면에 <여권 핵심부 ‘재집권 프로그램’ 가동됐나>라는 기사를 실었다.
▷노 대통령, 언론 접촉 강화= 정치권 개헌논의가 탄력을 잃자 노 대통령은 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혀갔다. 노 대통령은 1월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이틀 후인 11일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정략 논란을 정면 반박했고 언론보도에도 유감을 나타냈다. 17일에는 32개 주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청와대 오찬을 가졌다.
1월25일에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고 30일에는 지역 신문 편집국장 33명, 지역 방송 보도국장 45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은 2월27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초청 토론회를 가졌고 3월8일 청와대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 발의시점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언론, 개헌 ‘말 바꾸기’ 논란= 언론의 개헌 말 바꾸기 문제도 논란의 대상이다.
동아일보는 2004년 4월29일 사설에서 “2006년 말이나 2007년 초 쯤에 개헌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올해 1월10일 사설에서 “노 대통령이 마침내 ‘개헌정국’의 막을 연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왜 지금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2005년 2월16일 사설에서 “2007년 12월 대선과 2008년 4월 총선은 두 선거 사이의 간격이 거의 없다. 만일 개헌을 하려 한다면 이번이 20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호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개헌평가 뒷전, 논란 여전= 언론이 개헌문제 공론화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이 정부의 일방적 홍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개헌을 정략이라고 비판한 언론은 있었지만 개헌의 부정적 측면을 꾸준하게 지적한 언론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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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인 의원은 “총선과 대선 시기를 일치하는 것이 국민에게 좋은 것인지 의문”이라며 “개헌 문제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당 최광은 대변인은 “개헌이 언제 성사되느냐, 원 포인트 개헌이 관철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개헌 논의의 핵심에서 비껴난 것”이라며 “대통령과 국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공론장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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