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8일 '장자연 리스트' 관련 자사 및 임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또 관련 보도를 한 언론매체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을 할 방침이라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이다.

조선일보는 9일자 신문 2면 기사 <본사(本社), 이종걸·이정희 의원에 각각 10억 손배소>에서 "조선일보사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조선일보사와 특정임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을 지난달 형사 고소한 데 이어, 8일 두 의원에 대해 각각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전했다.

   
  ▲ 5월9일자 조선일보 2면.  
 
기사는 "조선일보사는 소장에서 이종걸 의원에 대해 '본사 임원은 장씨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이 의원은 지난 4월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도 없이 조선일보사 특정임원이 고 장자연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표현해 본사와 본사 특정임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소장에서 "이 의원은 자신의 발언 내용이 국회방송 생중계 및 국회방송 홈페이지 동영상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알려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악의적인 발언을 했다. 이는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사는 또 "이 의원은 이런 내용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및 블로그 등을 통해 전파했으며, 지난 7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조선일보와 임직원들을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사는 이정희 의원에 대해서는 "지난달 10일 MBC '100분 토론'에 나와 사회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본사 특정 임원이 장씨 사건에 관련돼 있는 것처럼 수차례 실명을 거론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언론매체에 대해선 기사는 "조선일보사는 두 의원 이외에도 악의적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보도한 언론 매체들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종걸 "조선, 헌법마저도 조롱", 이정희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

형사·민사 소송을 당한 이종걸·이정희 의원은 향후에 소송의 부당성을 적극 알리고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1일 조선일보 1면에 <본사(本社), 이종걸·이정희 의원 등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이종걸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헌법마저도 조롱하고 협박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헌법 위에, 국민 위에 군림하는 불! 가침의 성역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종걸 의원은 또 "조선일보의 작금의 행태는 국민의 귀와 눈을 가리고 타사 언론사들에게 보도금지 협박을 하고 급기야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까지 고소하는 비이성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의원도 지난달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시 고소를 "침묵의 카르텔을 깬 국회의원과 언론을 본보기로 삼아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라며 정면 반박한 바 있다.

이정희 의원은 또 "국민 각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역시 저에게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행사했을 뿐이다. 입 다물라는 으름장에 오그라들지 않았을 뿐"이라며 "저는 명예훼손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4월27일자 한겨레 사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달 25일 사설<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한 49일간의 비방 공격>에서 KBS, MBC, 오마이뉴스, 한겨레의 보도를 지적하며 "조선일보를 비방하는 데 이렇게 열심이었던 일부 언론, 일부 정치인, 일부 운동단체들은 한 연예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연예계의 착취와 억압과 유착의 구조를 파헤치는 데는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자 한겨레는 27일자 사설<'조선일보'의 균형 잃은 장자연사건 보도·논평>에서 "신문 전체가 특정 임원의 개인적 행위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의식의 착종이 아닐 수 없다"며 "이런 착종 탓에 이 신문은 공익을 수호하는 데 사용돼야 할 지면을 사유화하고, 다른 신문의 정상적 보도행위를 자사에 대한 악의적 보도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에 가장 시급한 일은 이런 착종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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